[엄마의 심신단련] 추워도 한강을 달리는 사람이 독차지 하는 것

김지은 2023. 1. 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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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겨울에도 달리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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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내일은 러닝을 하는 날이다. 자기 전, 알람을 맞추며 묻는다. 뛰는 것 외에 다른 운동도 하고 있는데 왜 추운 날 밖에서 달리는 거니? 수영과 테니스, 필라테스를 하고 그 사이를 러닝으로 채운다. 내 운동 스케줄을 들은 한 후배는 "선배, 태릉으로 갈 작정이에요?" 하고 물었다. 노노, 그럴 리가. 그중 잘하는 건 하나도 없는데.

각각의 운동은 나름의 쓰임이 있다. 수영은 달릴 때 쓰지 않는 근육을 쓸 수 있고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 계속하고 싶다. 테니스는 남편과의 접점이다. 물론 재미 있기도 하다. 필라테스는 골반이 비뚤어지고 유연성이 부족한 신체의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운동이다. 마지막으로 러닝은 유일하게 나에게 성취감을 주는 운동이다.

달리기가 좋은 운동인 이유

내가 느끼는 러닝의 장점에 대해 말해보자면, 첫째로는 준비 과정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영처럼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테니스처럼 도구를 챙길 필요도 없다. 운동화를 신고 그저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파트너를 구할 필요도 없다.

두 번째는 다른 운동에 비해 실력이 빨리 향상된다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달리기만 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기록이 서서히 단축되는 게 보일 것이다.

셋째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뛰고 싶을 때 뛰고,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다. 내 컨디션에 맞게 속도를 조절한다. '오늘은 살살 뛰어야지', '오늘은 좀 내달려볼까?', '오늘은 더 멀리까지 뛰어봐야겠다' 등 이 모든 것을 내가 결정한다.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세상에서 러닝하는 시간만큼은 내 마음대로다.

넷째는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영이나 테니스나 기타 다른 종목 경기들을 보면 잘하는 사람만 출전이 가능하다. 나 같은 초짜에게는 아무도 참여를 권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대회에 나가는 것이 자신감 향상과 흥미 유발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엄마, 나 피아노 그만둘래"라고 말할 때, 난 발표회 때까지만 해보자고 설득한다. 그 뒤에도 하기 싫으면 그만두자고. 아이는 지겨운 연습을 매일 견디고 드디어 발표회 무대에 선다. 무대 위에서 그 지겹게 연습한 곡을 연주한 후 박수와 칭찬을 받으며 성취감을 느낀다. 아이는 발표회 다음 날 나에게 말한다.

"엄마, 조금만 더 해볼래."

피아노도 합기도도 그랬다. 대회 후에 지겨운 연습의 조그마한 결과를 맛보면, 없던 흥미도 생기고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알기로는 유일하게 러닝만이 초보도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5킬로미터 부분이 있는 마라톤 대회가 많이 있다. 살살 뛰는 것뿐인데 주변 사람의 응원도 받고 박수도 받고 성취감도 얻는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러닝을 어떻게 겨울이라고 쉴 수 있을까. 겨울 러닝은 또 겨울 러닝만의 장점이 있는 걸. 추운 날씨에 러닝을 하면 몸이 스스로 체내 온도를 조절하면서 여름보다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심장도 강해질 뿐더러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단다.

겨울 러닝에서 신경 써야 할 것들
 
▲ 아침 러닝 풍경  항상 달리는 한강 러닝 코스
ⓒ 김지은
 
여름에 한강을 뛰면 사람이 너무 많아 이리저리 피해가며 달려야 하지만 겨울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큰길을 나 혼자 다 사용한다. 이 시간과 장소가 다 내 것인 것만 같아 짜릿하다. 난 보통 아이가 일어나기 전(오전 6시 반~ 7시 반)에 달리는데 겨울엔 해가 늦게 떠서 러닝을 마무리할 즈음 일출을 볼 수 있다. 알차게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이다.

사실 겨울 러닝의 가장 큰 장벽은 누구나가 다 알듯이 추운 날씨다. 그래서 겨울 러닝 복장은 다른 계절에 비해 아주 중요하다. 뛰다 보면 체온이 오르기 때문에 춥다고 무작정 껴입을 수 없다. 또 너무 얇게 입을 수도 없는 것이 얇게 입으면 체온을 빨리 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무리해서 달리게 된다.

난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다. 러닝할 때 여러 복장을 시도해보다가 최고의 아이템을 찾았으니 그건 바로 패딩 조끼다. 처음 달릴 때도 많이 춥지 않고 열이 올랐을 때도 많이 덥지 않다. 상체는 러닝 긴팔 티셔츠에 얇은 경량 패딩 또는 후드 집업을 입고 그 위에 패딩 조끼를 입는다.

하체는 아무래도 움직임이 많아 기모는 부담되므로 레깅스에 반바지를 입고 스포츠 양말을 신는다. 피부 노출을 최소화 하는 게 좋아 장갑을 끼고 넥워머를 하고 마스크를 끼고 비니를 쓴다.

아, 또 뛰다보면 자주 콧물이 나오기 때문에 주머니에 손수건 또는 휴지를 필히 넣고 가야 한다. 겨울 아침 러닝은 그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 전날 밤에 모든 걸 준비해 놓지 않으면, 나의 경우 러닝을 포기할 가능성이 100%다.
  
▲ 나의 겨울 러닝 복장 후드 안에는 러닝 긴팔 티셔츠를 입는다. 후드 잠바도 면 재질 말고 땀흡수가 잘 되는 기능성을 입는다면 더 좋겠다. 하지만 없다고 러닝을 미루지 말고, 우선은 있는 걸 활용하자.
ⓒ 김지은
 
복장 말고 또 신경 써야 하는 건 스트레칭이다. 추운 날씨에 몸이 굳어 있는 상태에서 뛰면 무리가 될 수밖에 없다. 러닝 시간 앞뒤로 스트레칭을 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내 몸을 잘 달래면서 달린다.

새해도 벌써 한참이 지났다.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이 간 것 같아 한숨이 날 때 러닝을 생각한다. 추운 겨울 아침, 애써 마음을 먹고 나가 뛴 것을 생각한다. 가끔은 쉬기도 하고 걷기도 했지만 계속 나아갔던 것을 기억하며 이 러닝 습관이 내 생활 전체를 견인해 주기를 바란다.

1월 1일 운동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아쉬울 때 다행히 우리에겐 구정이 찾아온다. 운동 계획이 작심삼일이 되신 분들, 이번에는 러닝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떠실지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그리고 사실 내가 러닝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기사에 아직 적지도 않았다. 계속 달리다 보면 그 이야길 쓰는 날이 또 있겠지. 

《 group 》 엄마의 심신단련 : http://omn.kr/group/good_well
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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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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