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위성정당' 눈속임 선거제 언제까지

류정민 2023. 1. 19. 11:3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944만1520명(득표율 33.8%) vs 930만7112명(33.4%).'

불과 3년 전 일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사실상 위성정당을 운영했다.

놀라운 사실은 위성정당 선거제라 불리는 준연동형 비례제는 현행 공직선거법이라는 점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준연동형 비례제
21대 총선 때 문제 드러나…개정 불가피
'게임의 룰' 합의, 여야 고도의 정치력 필요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944만1520명(득표율 33.8%) vs 930만7112명(33.4%).’

불과 3년 전 일이다. 2000만명에 가까운 국민이 두 개 정당에 표를 몰아줬다. 투표 참가자 3명 중 2명은 해당 정당에 한 표를 행사했다.

2020년 4월15일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득표율 1위와 2위를 기록한 해당 정당의 이름은 무엇일까. 정당명을 정확하게 맞추는 사람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대부분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나 엉뚱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정답은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다. "그런 정당이 있었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정당이다. 제21대 총선은 국민 눈속임 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사실상 위성정당을 운영했다. 유권자들이 헷갈릴까 봐 ‘미래’와 ‘더불어’라는 공통 단어를 정당명에 넣는 기술이 활용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위성정당이 출몰한 배경은 제21대 총선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이 있다. 공직선거법 제189조에 규정된 의석 배분 구조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다.

연동형 비례제를 쉽게 설명하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나눠 갖는 제도다. 당시 민주당은 지역구 64% 의석을 휩쓸었다.

미래통합당은 33% 의석을 가져갔다. 비례대표 득표율보다 많은 지역구 의석 비율을 지닌 정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당하지 않는 게 연동형 비례제다. 원내 제1당과 제2당 비례 의석이 0석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절충안이 마련됐다. 전체 비례 의석 47석 중 30석은 연동률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 방식대로 배분하는 준연동형 비례제가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30석을 제3당 이하의 정당에 나눠주는 게 아쉬웠는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활용해 그것마저 독식했다. 놀라운 사실은 위성정당 선거제라 불리는 준연동형 비례제는 현행 공직선거법이라는 점이다.

국민 눈속임 선거법을 이번에 바꾸지 않는다면 위성정당 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총선 1년 전인 오는 4월10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끝내야 한다. 선거제 개정은 물론이고 개별 지역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획정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제 개편은 초고난도 정치력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의원들이 협의체를 만들어 몇 번의 대화로 합의에 이를 과제가 아니다. 여야는 물론 정당 내부와 지역별로 이해 요구가 상이하다.

선거제 개편의 양보는 본인의 낙선과 직결된다. 한 치도 양보 없는 샅바싸움이 이어지는 이유다. 합의가 필요한 사안은 하나둘이 아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것인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비례대표를 확대하면 지역구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도 합의해야 한다.

선거제 개편은 대선보다 훨씬 더 어려운 정치의 복합 방정식이다. 제21대 국회 출범 이후 최고의 난제에 직면한 여야 의원들. 정쟁의 늪에 빠져 있어도 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는 걸 그들은 알고 있을까.

류정민 이슈1팀장 jmryu@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