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6개대서 女총장…컬럼비아도 268년만에 첫 발탁
세계 대학 순위에서 늘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미국 동부의 8개 명문 사학인 '아이비 리그' 대학들이 바야흐로 '여성 총장' 시대를 맞고 있다. 지난달 하버드대가 여성 총장을 발표한 데 이어, 개교 268년을 자랑하는 컬럼비아대도 최근 사상 첫 여성 총장을 선임했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네마트 미노슈 샤피크(60) 런던정경대 총장이 오는 7월 1일자로 컬럼비아대 제20대 총장에 취임한다. 그가 취임하면 7월부터는 미 동북부 8개 명문 사학인 아이비리그에서 예일대와 프린스턴대를 제외한 6개 대학이 여성 총장을 두게 된다.
컬럼비아대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샤피크 차기 총장은 유능한 글로벌 리더, 공동체 건설자, 탁월한 경제학자"라고 소개했다. 총장 선출을 총괄한 조너선 라빈 컬럼비아대 의장은 "샤피크 총장은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해야 한다는 고등 교육기관의 중대한 역할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이번 발탁의 의미를 밝혔다.
샤피크 차기 총장은 이번 선임에 대해 "컬럼비아대는 다양한 구성원을 가진 아이디어와 지식의 발전을 위한 중심지"라며 "나는 이런 다양성을 사랑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대학이 학문적이면서도 사회와 연결돼야 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있다"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샤피크 총장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4살 때 환경과학자인 아버지, 교사인 어머니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1960년대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정부의 국유화 조치로 개인 자산이 압류되는 혼란 속에 해외로 간 것이었다. 샤피크 총장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아버지는 '자산은 빼앗길 수 있지만, 그 누구도 네가 배운 것, 교육만은 절대 빼앗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술회했다.
미국·영국 이중국적을 보유한 샤피크 총장은 영어·아랍어·프랑스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그는 첫 직장인 세계은행에서 당시 36세로 최연소 세계은행 부총재에 오르면서 유명해졌다. 이후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영국 국제개발부 사무차관에 발탁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을 거쳐 2017년부터 런던정경대 총장을 맡고 있다. 런던정경대에서도 최초의 여성 총장이었다.
그의 남편은 해양생물학자인 라파엘 조바인으로 남편이 전 가정에서 얻은 자녀 3명 등 5명의 자식을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샤피크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NYT에 "샤피크는 총장직을 수락하는 '영감에 찬 선택'을 했다"며 "그는 고등교육을 현대 사회문제와 연계하는 '공공 지식'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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