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감독 "어떤 식으로든 회자되는 영화가 되길" (인터뷰)['유령' 개봉④]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이해영 감독이 '독전' 이후 5년 만에 '유령'으로 복귀해 관객들과 다시 소통한다.
18일 개봉한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다.
'천하장사 마돈나'(2006), '페스티발'(2010),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독전'(2018)에 이어 이해영 감독이 직접 쓰고 연출한 다섯 번째 영화로 배우 설경구부터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까지 얽히고설킨 남다른 캐릭터들의 개성과 서사를 긴장감 있게 녹여냈다.
'유령'은 지난 2021년 1월 촬영을 시작해 그 해 5월 촬영을 마무리한 후 꼬박 1년 반의 후반 작업을 거쳐 관객들과 마주하게 됐다.
"정말 수만 번 영화를 봤다"고 말문을 연 이해영 감독은 "마지막까지 보고 또 듣고, 정말 에너지를 많이 썼다.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스크린에서 영화를 봤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코로나19가 있던 시기 영화를 찍었고, 그 이후에 매일매일 후반 작업을 했다. 후반 작업 기간이 길다고 볼 수도 있지만, 촬영이 끝나고 난 뒤에 정말 정성스럽고 꼼꼼하게 다듬은 후 바로 개봉을 하게 되는 것이라, 제게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너무너무 바쁘게 찍었었다"고 얘기했다.
저마다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감과 생생하게 살려낸 1930년대 배경까지 보는 재미 역시 가득하다.
앞서 열렸던 제작보고회를 통해 이해영 감독은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 박차경 역을 연기한 이하늬를 언급하며 "이하늬가 '유령'의 첫 시작이다. 백지에 이하늬라는 점을 찍었더니 '유령'이 됐다"면서 이하늬에 대한 끈끈한 믿음을 드러낸 바 있다.
이해영 감독은 "박차경 캐릭터가 이하늬 씨에게서 시작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부분이다. 시작이 이하늬 씨였다고 해서 결코 다른 배우들에게 애정을 덜 쏟은 건 아니다. 모두에게 애정과 최선을 다해서 담아내려 했다"고 웃었다.
이어 "시나리오를 쓰고 각 캐릭터의 가장 어울릴 법한 분들을 열심히 고민해서 한 분 한 분에게 시나리오를 드린다. 함께 하기로 성사가 되면 예습하는 것처럼 각 배우들이 갖고 있는 매력들을 정말 열심히 관찰해서 공부한다. 분장, 의상 피팅을 할 때도 유심히 보면서 이 배우가 어떤 헤어스타일, 어떤 메이크업을 했을 때 더 돋보일 수 있을까 그런 부분 말이다. 또 현장에서는 배우가 가장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경무국 소속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 역을 연기한 설경구의 캐스팅 후 '이 영화는 됐다'고 안도했다는 이해영 감독은 "설경구 선배님이 쥰지를 연기하시면서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셨다.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좀 더 단선적일 수 있던 것이 풍성해졌다"고 고마워했다.
"선배님께는 시나리오 완고를 쓰고 나서 또 고치고, 정말 공을 많이 들여서 드렸었다"고 말을 이은 이해영 감독은 "'설경구의 존재감, 묵직함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다. 쥰지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딜레마에서 발현되는 주제적인 측면에서의 묵직함을 표현해내려면 설경구 선배님 정도의 관록이 있어야 한다 싶었다. 정말 저의 이 뜨거운 구애를 너무 감사히 받아주셔서 쾌재를 불렀었다"며 거듭 마음을 표했다.
"시나리오를 썼을 때부터의 시간으로 따지면 거의 4년 정도를 통으로 쓴 것이다. 제 인생의 4년의 시간을 2시간 안에 다 응축해서 넣었다고 말할 정도의 시간이었다 싶다"고 '유령'과 함께 한 시간들을 다시 돌아본 이해영 감독은 "예전에는 지금보다 결과 집중적이었다고 한다면, '유령'을 찍으면서는 과정 자체가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며 '유령'에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 밖에 없던 사연을 덧붙였다.
이해영 감독은 "밖에서 보여지는 것은 몇 년 만에 한 편 영화를 내놓는 것이지만, '독전' 이후 4~5년 동안 쉰 시간이 없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유령'으로 가기까지의 시간이었다. 저의 노력과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 한 노력의 시간,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진심을 털어놓았다.
또 "작품을 할 때마다 대단한 도약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앞으로 무언가를 더하면 조금씩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바람도 가져보고 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속도를 높여서, 다음 작품은 지금보다 조금 더 빠르게 나오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웃어 보였다.
"'유령'이 어떤 식으로든 관객들에게 회자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 이해영 감독은 "매번 영화를 할 때마다 열심히 해왔지만, '유령'은 특히 더 열심히 했다. 그게 제 직업이니 특별히 내세울 일은 아니지만, 정말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낸 시간이 없던 지난 4년이었다. 그래서 관객들로부터 어떤 반응과 어떤 이야기를 듣더라도 그 모든 것이 오롯이 다 내 것에 의한 반응들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이어 "스파이 액션이라는 장르영화로 편히 따라오시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큰 스크린으로 보시면서 영화가 줄 수 있는 영화적인 체험을 잘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렇게 캐릭터들의 어떤 순간과 감정 속에 있는 메시지들이 있을 것인데, 추후에 곱씹으면서 봐주시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해영 감독은 코로나19 이후 위축된 한국 영화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함께 전하며 "지금이 한국 영화계가 조금 더 날개를 펴야 할 것 같은 때가 아닌가 싶다. ('유령'과 같은 날 개봉한) '교섭'까지 정말 진심으로 다 잘 됐으면 좋겠다. 관객 분들 입장에서는 차림이 많은 차림상처럼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어떤 특출한 히트작이 나오는 것도 좋겠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영화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설 연휴에도 두 편 중 한 편을 봐야 한다면, 그래도 꼭 두 편을 다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은은한 너스레와 함께 당부를 전했다.
사진 = CJ ENM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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