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공개가 곧 시작…이하늬→설경구의 新 첩보물 (리뷰)['유령' 개봉③]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이 모든 틀을 깬 뻔하지 않은 스파이 액션물로 관객들을 찾는다.

18일 개봉한 '유령'은 1933년 경성, 항일조직이 조선총독부에 심어놓은 스파이의 존재가 일본에 발각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스파이 액션 영화다.

상하이에서 이름을 날렸던 항일조직이자 흑색단, 일명 '유령'은 경성에서도 활동을 재개했다. 이를 알게 된 경호대장 다카하라 카이토(박해수 분)는 추려진 유령 후보들을 오래된 외딴 호텔에 가둔다.

유령 후보는 총독부 통신 기록 담당 차경(이하늬), 경무국 소속 무라야마 쥰지(설경구), 총독부 2인자인 정무총감의 직속 비서 유리코(박소담), 통신과 암호해독 담당 천계장(서현우), 통신과 직원 백호(김동희)까지 총 다섯.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조선인이거나 조선인의 피가 섞여있다는 것 뿐이다.

다양한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던 이들은 갇힌 채 카이토에게 "너희 중 유령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경고를 받는다. 자신들 중 유령을 알아내 신고하지 않으면 차례로 고문을 하겠다는 카이토에 누군가는 두려움을, 누군가는 분노 등을 느낀다.

또한 다섯 명 중에 무조건 있을 유령에게 꼭 호텔을 나서야만 하는 정보를 흘린 카이토에 유령은 또 하나의 임무가 생기며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예상이 안 되는 방향성에 영화 중반까지도 관객들은 자신이 속으로 응원하던 인물마저 종종 의심하게 된다.

추리극과 액션 사이를 오가는 신개념 첩보물 '유령'은 의문의 유령과 유령 후보가 무사히 호텔을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면서,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사투를 응원하게 만든다.

'유령'의 원작은 중국 작가 마이자의 추리 소설 '풍성'이지만, 이해영 감독은 자신만의 색을 담아 새로운 '유령'을 만들어냈다.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은 '유령'은 정체를 밝히는 것이 클라이막스인 소설과는 다르다고 밝히며 "누가 유령인지 추리하는 흐름은 저를 자극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유령'은 스파이 장르로 시작해 중간부터는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해영 감독의 뜻에 맞게 등장인물은 모두 관객들을 헷갈리게 하는가 하면, 홀리기도 하는 특색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탄생했다. 빈틈없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과 촘촘히 엮인 이해영 감독의 연출이 어우러져 영화의 몰입을 돕는다.

특히 '유령'은 지난 6월 딸을 출산한 이하늬의 첫 복귀작이며, 박소담이 갑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은 후 수술 받기 직전까지 촬영한 특별한 작품이다. 또 '오징어 게임' 등 세계적으로 흥행한 콘텐츠의 주역인 박해수의 일본인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야차', '킹메이커' 등 끊임없는 연기활동으로 스크린을 장악하는 설경구와 '헤어질 결심', '악의 꽃'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등장한 서현우의 다채로운 매력이 더욱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유령'은 스파이의 정체를 밝히는 것만이 클라이막스가 아니다. 관객도 함께 '유령'의 편이 되어 그 입장에서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재미를 만날 수 있다. 133분. 15세이상관람가.

사진 = CJ ENM, 엑스포츠뉴스 DB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