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앞두고 사라져가는 이발소를 찾았습니다

문운주 2023. 1. 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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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일 년에 한두 번인 명절 때만 찾는 이발소였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명절이 다가온다는 신호다.

 이발소는 동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남성들이 한두 달에 한 번씩 들러 멋 내고 기분 전환하는 공간이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오가던 사랑방이었다.

어렸을 때 의자에 널빤지를 놓고 앉았던 동네 이발소, 직장에 다닐 때 매일 출근길에 들리던 곳... 사랑방처럼 구수한 이야기가 오갔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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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에겐 멋 내고 기분 전환하는 공간이자 사랑방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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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운주 기자]

▲ 이발소 이발소를 상징하는 원통형 회전 간판에는 빨강·파랑·하양 3색이 쓰인다. 빨강은 동맥, 파랑은 정맥, 흰색은 붕대를 뜻한다. 이는 중세 유럽에서 이발사가 외과 의사 일을 겸했던 데서 비롯했다. 이발소에서 이발과 함께 간단한 외과수술이 행해졌다. 이 원통형 3색 간판은 1540년 프랑스 파리의 한 이발사 겸 외과 의사가 고안했다고 한다.
ⓒ 문운주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발소를 상징하는 길쭉한 회전원통을 볼 수 있다. 청색은 정맥, 홍색은 동맥, 백색은 붕대를 뜻한다고 한다. 이발소는 1895년 단발령 이후, 상투를 자르고 서양의 문화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게 한 곳이기도 하다. 개화의 마중물센터였다. 

나에게 이발소는 친근한 고향집 같다. 일 년에 한두 번인 명절 때만 찾는 이발소였지만,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명절이 다가온다는 신호다. 이발을 하고 새 옷과 고무신은 명절 때만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지금은 설빔이라는 말조차 낯설지만.

과거 남성들이 드나들던 이발소였지만

1970년대, 직장에 출근하기 전에 들리던 곳이 이발소다. 따뜻한 물수건을 얼굴에 얹으면 스며드는 물냄새에 살포시 잠이 들었다. 면도가 끝나면 등을 두드려 굳은 몸을 풀어주었다. 포마드 머리에 구두까지 반짝반짝, 출근길이 가뿐했다.

깎아 머리, 스포츠머리에서 다정한 포마드 머리까지 이발소에서의 머리 스타일도 세월 따라 변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여성들만의 전용미용실에 남성들이 드나들었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미용실은 신세대들의 전유물이고, 이발소는 뒤떨어진 구세대들만이 찾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머리 모양도 다양하게 스타일링해주는 미용실과 변화에 둔감한 이발소는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남성은 이발소, 여성은 미용실이라는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남성들도 대부분 미용실을 찾게 된다. 몇몇 이발소는 퇴폐의 온상으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명절 때면 떠오르는 추억의 이발소

우리의 대명절 설이 내일모레다. 학교 앞 골목길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한 이발소를 찾았다. 허름한 의자 앞에 놓인 거울이 눈에 들어온다. 가위와 빗, 이발기계가 낯설지 않다. 수십 년 된 듯한 헤어드라이기는 육중해 보인다.

이발소 사장님의 날렵한 가위질이 보통이 아니다. 30여 년을 이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기계를 쓰지 않고 가위질만 고집한다. 두툼한 손으로 몇 번 가위질로 이발을 끝낸다. 손놀림이 보통이 아니다. 가위로 해야 제대로 모양을 낼 수 있어 가위로만 자른다고 한다.

일흔이 훨씬 넘은 나이다. 들려주는 옛이야기가 구성지다. 함께 이용업에 종사한 친구들이 7명이었다. 한 친구는 교통사고, 한 친구 술독에 빠져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몰려드는 손님 때문에 점심도 거른 채 일하고 밤에는  술 마시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제는 저 세상에 가거나 나이가 들어 그만두고 자신만 남아 있다고 한다. 

재래시장이나 골목길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이발소의 현주소다. 이발소는 동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남성들이 한두 달에 한 번씩 들러 멋 내고 기분 전환하는 공간이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이 오가던 사랑방이었다. 

어렸을 때 의자에 널빤지를 놓고 앉았던 동네 이발소, 직장에 다닐 때 매일 출근길에 들리던 곳... 사랑방처럼 구수한 이야기가 오갔던 공간이었다. 기계 독으로 머리에 흉터가 있어 놀려댔던 친구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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