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소녀 '코코 고프', 라두카누 물리치고 순항중
[심재철 기자]
여자 테니스 차세대 실력자 둘이 너무 일찍 만난 것이 아쉬웠다. 그래도 18살 코코 고프의 당찬 스트로크가 2살 위 라두카누의 그것보다 더 날카로웠다. 특히 2세트 엎치락뒤치락 정신없는 흐름 속에서도 놀라운 수비 집중력을 바탕에 둔 코코 고프의 코트 커버 플레이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반짝반짝 빛났다.
미국 여자 테니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코코 고프(7위)가 우리 시각으로 18일(수) 오후 5시 15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3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2라운드에서 2021년 US 오픈 챔피언에 올랐던 영국의 엠마 라두카누(77위)를 1시간 42분만에 2-0(6-3, 7-6)으로 물리치고 3라운드에 올라섰다.
서브로 갈라진 운명, 수비 집중력 뛰어난 '코코 고프'
14살 어린 나이에 혹독한 프로 테니스 세계로 뛰어들어 꾸준히 성장하면서 진정한 실력자로 인정받고 있는 코코 고프의 2023년 기세가 놀랍다. 이 대회 직전 오클랜드에서 WTA(세계 여자 프로테니스 투어) 통산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정말로 메이저 대회 첫 우승 트로피를 노릴 기세다. 이미 코코 고프는 지난 해 롤랑 가로스에서 여자단식과 여자복식을 모두 준우승한 경험이 있으니 사실 지금 기세가 어쩌면 당연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코코 고프가 이번 호주 오픈 2라운드에서 벅찬 상대를 만난 것은 사실이다. 지난 해 참가한 메이저 대회 모두 3라운드를 밟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 여자단식 랭킹이 77위로 떨어졌지만 엠마 라두카누는 18살이었던 2021년 US 오픈 여자단식 챔피언에 올랐던 실력자라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자기 나이에 그랜드 슬램을 먼저 우승한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침착하게 수비에 집중한 코코 고프가 1세트 네 번째 게임에서 먼저 승기를 잡았다. 라두카누의 서브 게임에서 0:40으로 세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아낸 것이다. 여기서 라두카누의 백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는 바람에 코코 고프가 게임 스코어 3-1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 세트 마지막 게임이 된 아홉 번째 게임이 무려 7분 42초나 길게 이어졌는데 네 번의 듀스 이후 169km/h 속도의 서브 포인트로 코코 고프가 6-3으로 끝낸 것이다. 이어진 2세트는 그야말로 서브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세 번째 게임 라두카누의 더블 폴트 두 개가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코코 고프는 바로 이어진 자기 서브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지켜내며 3-1로 앞섰으니 정말로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듯 보였다.
2021년 US 오픈 우승의 영광을 다시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인 엠마 라두카누가 곧바로 나온 코코 고프의 서브 게임에 끈질기게 따라붙어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얻어냈다. 여기서도 코코 고프의 더블 폴트가 게임 포인트로 찍힌 것이다. 그만큼 서브 순간의 긴장감은 2라운드가 아니라 결승전 같았다.
서브 위력으로 실질적인 마지막 고비를 넘긴 인물은 코코 고프였다. 열 번째 게임에서 듀스가 무려 다섯 번이나 이어졌지만 170km/h, 171km/h 속도로 내리꽂히는 두 개의 서브로 아찔한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6-6 타이 브레이크 상황에서 코코 고프는 엠마 라두카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수비력을 자랑했다. 라두카누의 백핸드 크로스가 까다로운 코트 구석으로 날아왔지만 코코 고프가 결코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 받아넘긴 것이다. 백핸드 크로스를 코코 고프가 대부분 받아넘기니 라두카누가 그 다음 기회에서는 포핸드 크로스를 날카롭게 뿌렸지만 그 부담감이 그대로 네트에 걸리는 실수로 이어졌다.
이렇게 코코 고프가 타이 브레이크 점수 6-2로 달아나며 4개의 매치 포인트 기회를 잡았으니 더이상 엠마 라두카누에게는 반전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2개의 서브 기회를 잡은 코코 고프가 침착하게 네트 앞 로브샷을 성공시키며 7-4로 타이 브레이크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제 코코 고프는 3라운드에서 중국의 젱 친웬(28위)을 2-0으로 물리친 미국의 베르나르다 페라(41위)와 만나게 되며, 역시 같은 미국의 제시카 페굴라(단식 랭킹 3위)와 짝을 이뤄 여자복식도 뛰고 있기 때문에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2023 호주 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2라운드 결과
(1월 18일 오후 5시 15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 - 멜버른 파크)
★ 코코 고프 2-0(6-3, 7-6{7TB4}) 엠마 라두카누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코코 고프 3개, 엠마 라두카누 1개
더블 폴트 : 코코 고프 3개, 엠마 라두카누 3개
첫 서브 적중률 : 코코 고프 72%(65/90), 엠마 라두카누 61%(35/57)
첫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코코 고프 66%(43/65), 엠마 라두카누 69%(24/35)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코코 고프 48%(12/25), 엠마 라두카누 55%(12/22)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코코 고프 43%(3/7), 엠마 라두카누 20%(2/10)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코코 고프 53%(8/15), 엠마 라두카누 71%(5/7)
위너 : 코코 고프 13개, 엠마 라두카누 17개
언포스드 에러 : 코코 고프 41개, 엠마 라두카누 42개
서브 최고 속도 : 코코 고프 194km/h, 엠마 라두카누 176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코코 고프 165km/h, 엠마 라두카누 152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코코 고프 138km/h, 엠마 라두카누 139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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