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노인봉 등산로에서 느껴본 화전민의 자취
[이기원 기자]
▲ 진고개 주차장 진고개 탐방로 입구 오대산 노인봉 등반이 시작되는 지점 |
ⓒ 이기원 |
우리 나이로 60이 되었다. 벌써 60이라니? 순식간이란 생각도 들지만, 죽을 고비도 있었던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어떻게 살았을까?
어릴 때부터 눈이 나빴다. 맨 앞에 앉아 칠판 글씨가 안 보일 정도로. 오징어 게임, 비석 치기, 땅따먹기 등 운동장에 금 그어놓고 놀던 놀이가 많았던 그 시절, 그어놓은 금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던 터라 혼자 노는 걸 더 좋아했다.
그래서 책에 매달렸다. 책조차도 부족했던 시절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다. 동네 형, 누나가 쓰던 교과서, 만화책, 학교에서 판매하던 어깨동무, 어린이 자유 등.... 글 쓰는 것도 좋아했다. 그림일기, 일기, 반공 글짓기, 웅변 원고.
▲ 진고개 고위평탄면 1960년대까지 화전민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진고개 고위평탄면. 오대산 국립공원에 포함되면서 야생화 군락지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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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나이가 되었다고 달라질 건 별로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처럼 살아갈 테니까. 그래도 마음속 다짐은 한다. 꾸준히 산에 오르고 책도 읽고 글도 쓰자. 산 이야기, 책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 씨줄과 날줄 삼아 글로 엮어가 보자. '산·책·글'이란 타이틀 걸고.
▲ 노인봉 등산로 고위 평탄면을 지나 가파른 계단길을 10여 분 올라가면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등산로 따라 1시간 30분 정도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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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우러라 우러라 새여
자고 니러 우러라 새여
널라와 시름 한 나도
자고 니러 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가던 새 가던 새 본다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잉 무든 장글란 가지고
믈 아래 가던 새 본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유유자적 청산에 사는 게 아니라 머루와 다래로 부족한 식량을 채울 수밖에 없는 화전민의 현실을 나타낸 작품이다. 삶터에서 밀려나 산속에 들어와 화전민이 되었지만, 굶주림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 채 새 울음소리에 감정이입 해서 함께 울고, 자신들이 경작하던 산 아래 농경지를 바라보며 슬픔에 잠긴 고려시대 화전민들의 애환이 눈물겹게 그려지고 있다.
▲ 노인봉 정상 화강암으로 형성된 정상 모습이 먼 데서 보면 백발 노인 같다고 해서 노인봉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과, 노인 심마니가 산삼 캐는 꿈을 꾸고 이곳에 올랐다가 실제로 산삼을 캤다고 해서 노인봉이라 불렀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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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인 솜방망이를 들고 한밤중에 마을로 들어와 부자들의 재물을 빼앗았다. 명화적이 가장 많이 출몰했던 때가 세도정치 시기였다. 일부 명화적들은 빼앗은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이들을 일컬어 의적이라 불렀다.
1945년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도 화전민이 있었다. 해방, 분단,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삶터에서 밀려난 농민과 실업자들이 산속으로 들어가 화전민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기록원 통계에 의하면 1965년 말 현재 화전민은 7만 500호, 42만 명이었고, 화전 면적도 4만 ha였다고 한다.
▲ 노인봉에서 바라본 전경 정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보이는 전경으로 황병산, 소황병산 등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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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계단 길을 넘어서니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에 봄날 기분이 느껴진다. 햇살에 살짝 녹아 미끄러운 등산로 따라 1시간 정도 걸어가니 노인봉 정상과 소금강 분소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0.2km 올라가니 노인봉 정상이다. 백발노인을 닮았다는 화강암 암릉을 오르면 황병산, 소황병산, 오대산, 설악산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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