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대비 훈련 검토해야”
한·미가 잠재적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가정한 실무급 논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제언했다. 현시점에서 전술핵배치는 반대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준비 작업 협의는 착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핵우산을 미국에서 영국, 프랑스 등 동맹으로 확장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핵 공동기획 협의체를 만들 것도 제안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대북 정책과 확장억제 권고’ 보고서에서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략적 구도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재검토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을 높일 방법을 고안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거나 한국의 핵무기 획득을 용인하면 안 된다”며 “이는 의도된 억제효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그러나 미래 어느 시점에 저위력 핵무기 등을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작업과 관련한 모의(테이블 탑) 계획훈련을 실무급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전술핵 재배치의 환경 영향 연구, 핵무기 저장 시설 위치 파악, 핵 안전·보안 관련 합동훈련, 주한미군 F-16 전투기의 핵 임무 수행을 위한 인증 작업, 핵무기 저장시설 건설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재배치할 전술핵의 종류나 시기 등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이는 모의 계획일 뿐 재배치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밝힐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다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모두 이행한 후에도 북핵 위협이 고조될 때에만 핵 저장시설 건설 등 물리적 준비를 착수하라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이런 유형의 사전 계획훈련은 핵확산 문턱을 넘지 않으면서도 동맹국에 대한 약속과 북한에 대한 결의를 나타낼 것”이라며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원하지 않는다면 위협 확대를 중단하라는 새로운 압력을 북한에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확장억제 강화 방안과 관련해서 한·미가 나토의 핵 기획그룹(NPG) 형태의 ‘핵 공동기획 협의체’를 만들고, 영국·프랑스 등 뜻을 같이하는 파트너가 참여한 다자간 핵우산 보장 가능성을 모색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미국이 ‘우주 기반 적외선 시스템’(SBIRS·인공위성을 활용한 미국의 미사일 조기경보체계)을 한국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절차를 간소화할 것도 제안했다.
위원회는 미국이 핵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 전략폭격기 등을 계속 역내 전개하고, 핵무장이 가능한 항공기 수용 시설 투자에 나서는 등 강력한 확장억제 역량을 지속 과시할 것을 강조했다.
위원회는 “확장억제가 효과가 있으려면 남북한은 미국이 서울이나 도쿄를 구하기 위해 워싱턴DC나 뉴욕을 위험에 빠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동맹 방어에 사용할 의지가 있다고 믿어야 한다”며 “확장억제에는 미국의 일관된 과시와 능력 및 (실행) 의지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한국을 한 데 묶는 주한미군처럼 ‘한·미 운명공동체’가 확장억제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하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한·미·일 3자 협력 강화도 주문했다. 특히 한·미·일이 ‘블루 라이트닝’ 훈련과 유사한 방식으로 전략자산 운용을 3국 간 조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블루 라이트닝은 태평양 괌의 앤더슨 기지에 배치된 B-52H 장거리 폭격기 또는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출동시켜 임무를 수행하는 절차에 관한 연습이다.
위원회는 한·미·일이 대북 3자 협력을 논의할 채널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을 재개하고, 정보 공유와 대잠수함전, 미사일 방어, 위기 대응 계획, 3자 훈련 정례화 등으로 군사협력을 확대할 것도 권고했다.
위원회는 미국이 한국의 ‘킬체인’ 능력 확보와 한국형 아이언돔 조기 배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핵무장이 가능한 전투기를 확보해 괌 등 미군기지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보고서는 존 헴리 CSIS 소장과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캐트린 캐츠 전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보좌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 부대표,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 등이 학계와 전직 당국자 10여 명이 참여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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