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드 “기준금리 적어도 5%는 돼야” [3분 미국주식]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 기조를 이끌어온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그의 의견은 연준의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0.25% 포인트 금리 인상)을 기대한 시장의 분위기를 냉각할 만했다.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주요 3대 지수는 19일(한국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올해 들어 가장 선명한 강세를 나타낸 나스닥지수는 8거래일 만에 뒷걸음질을 쳤다.
불러드 총재는 이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대담에서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 전망치를 5.25~5.5%로 제시했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4.25∼4.5%다. 불러드 총재의 전망대로면 연준은 앞으로 1% 포인트를 더 올려야 한다.
불러드 총재는 2021년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연준의 긴축 기조를 이끌어왔다. 인플레이션이 깊어질수록 그의 발언에 힘이 실렸다. 연준은 그해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으로 긴축을 시작했고, 지난해 3월부터 ‘제로’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불러드 총재는 “통화정책이 제약적 수준에 가깝다”면서도 “그 수준으로 가려면 적어도 5% 이상의 금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FOMC 정례회의의 금리 인상률에 대해 “50bp(0.5% 포인트)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하락을 희망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곳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디스인플레이션이 자리를 잡으려면 (연준이) 긴축 방향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연준의 차기 FOMC 정례회의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오는 31일부터 2월 1일까지 진행된다. 올해 첫 번째 회의다.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성명이 발표되는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2월 2일 새벽이다.
시장은 베이비스텝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7시25분 현재 베이비스텝을 택한 비율은 95.3%로 우세하다. 빅스텝을 택한 의견은 4.7%에 불과하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여전히 강한 힘을 발휘해 시장을 억눌렀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81%(613.89포인트) 하락한 3만3296.9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6%(62.11포인트) 떨어진 3928.86, 나스닥지수는 1.24%(138.10포인트) 밀린 1만957.01에 마감됐다.
불러드 총재는 연준의 긴축 기조를 강조했지만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통해 나타난 인플레이션 추세는 둔화 쪽으로 기울었다. 미 노동부는 이날 뉴욕증시 개장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P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6.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P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7.3%에서 1.1% 포인트나 내려갔다. 에너지물가지수가 7.9%, 식료품물가지수가 1.2%씩 떨어져 물가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PPI는 도매상의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성을 가진다. 앞서 미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C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6.5%로 집계됐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인플레이션의 둔화세는 CPI와 PPI에서 모두 확인됐다.
물가지표는 인플레이션의 둔화세를 나타내는 동시에 경기침체의 신호도 해석될 수 있다. 연준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준은 이날 “파월 의장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가벼운 증상만 나타내고 있다”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만 70세인 파월 의장은 이미 두 차례 백신과 복수의 부스터샷을 접종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인 이후 의무 격리 기간을 5일로 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에 참석할 수 있다. 다만 FOMC 정례회의 열흘 전부터 공개 발언을 삼가는 ‘블랙아웃’ 기간보다 더 빠르게 격리된 점은 변수가 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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