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온라인 차 판매 열풍...현대차는 언제쯤?

안민구 2023. 1.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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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폴스타에 이어 혼다도 100% 온라인 판매 전환
수입차 '양대산맥' 벤츠·BMW도 적극
현대차·기아, 판매 노조 반발에 시도조차 못해
이지홍 혼다코리아 사장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파크하얏트에서 열린 조찬 기자간담회에서 100% 온라인 판매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혼다코리아 제공
자동차 회사들이 온라인 판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수입차를 중심으로 100% 온라인 판매 전환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이 고객들과 접점을 무한정 늘리기 위해서다. 비용절감 효과는 덤이다. 

반면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여전히 영업사원을 통한 판매만 고집하고 있다. '밥그릇'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영업사원들이 극렬히 반대하고 있어서다. 온라인 판매가 시대 흐름인 만큼 현대차그룹 노조가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칼 빼든 혼다 "테슬라처럼 100% 온라인" 

18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인 혼다의 차량을 올해 봄부터는 24시간, 어디에서든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지난 10일 미디어에 올해 계획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겠다"고 선언했다. 과거 연 1만대를 거뜬히 판매하던 혼다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다.

이지홍 대표는 "올해 봄 새로운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고, 앞으로는 365일, 24시간, 어디에서나, 같은 가격으로 혼다의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혼다가 도입하는 플랫폼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구매가 불가능하고, 온라인에서만 100% 판매하는 그야말로 '파격 시도'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 현 시점에서 혼다의 이미지를 트렌디하게 변화시키고, 재도약하겠다는 승부수로 읽힌다.

실제 혼다는 한때 5년 연속 1만대 판매를 넘기는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수입차 브랜드였지만, 불매운동 등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3000대를 겨우 팔았다.

혼다가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준비한 시점 역시 앞서 2년 전부터다. 불매운동으로 타격을 크게 입은 이후 한국 시장에서의 승부수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혼다의 연간 판매량은 2019년 8760대에서 2020년 3056대로 주저앉았고, 이후 2021년과 2022년 각각 4355대, 3140대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온라인 판매를 준비한 기간만 2년"이라며 "가장 먼저 딜러사와 논의를 했고, 앞으로 혼다코리아가 한국에서 50년, 100년 이상 비즈니스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을 지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100% 온라인 판매를 도입한 테슬라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쳐


수입차, 너도나도 온라인 판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이미 수입차 업계에서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온라인 판매의 선두주자는 단연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 2017년 한국 시장 진출과 동시에 100% 온라인 판매를 시행했다. 테슬라는 지난해에도 1만5000대 이상을 팔아치우는 등 온라인 판매만으로 수입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처음 국내 시장에 진출한 폴스타도 100% 온라인 판매를 내세웠다. 지난해 1월 첫 국내 출시 차량인 5도어 패스트백 전기차 '폴스타2'에 대해 100% 온라인 사전예약을 실시, 한 주 만에 사전예약 대수 4000대를 돌파하며 연간 판매 목표치(4000대)를 넘어섰다. 

BMW는 'BMW 샵 온라인'을 통해 2019년부터 매달 온라인 한정판매 모델을 선보이며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온라인 전용 모델에 차별화된 디자인을 적용하거나, 추가 사양을 더해 희소성과 소장가치를 높여 지금까지 선보인 한정판 모델이 모두 완판됐다.

특히 지난해 4월 선보인 'i4 퍼스트 에디션' 69대는 수입차치고는 다소 저렴한 8770만원이라는 가격대가 알려지면서 2시간40분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BMW는 올해에도 온라인 한정 판매 전략을 적극 펼친다는 방침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온라인 판매 채널 '메르세데스 온라인 샵'. 벤츠코리아 제공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 벤츠도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부터 공식 온라인 판매 채널 '메르세데스 온라인 샵'을 통해 국내에서 신차 및 중고차의 온라인 판매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시장 전략의 주요 방안으로 '온라인 판매 확대'를 제시하고, 온라인 샵 전용 차량 모델을 늘리고, 테크니컬 부품 등까지 온라인 판매 영역을 확장했다. 

벤츠 관계자는 "향후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해 서비스 편의성은 물론 고객경험의 가치까지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보는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비대면으로 소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폭스바겐은 현재 전기차 ID.3 등을 인터넷으로 주문받고 있다.

일부 국내 완성차 브랜드도 온라인 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외국계인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GM이 대표적이다.

르노삼성차는 'XM3'의 사전계약 일부를 온라인 판매로 시행한 바 있다. 한국GM은 '볼트 EUV'를 시작으로, '타호'의 사전 예약을 쉐보레 온라인 숍을 통해 진행했다. 한국GM은 올해 들어올 GMC의 시에라도 100% 온라인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이처럼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이유는 판매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자동차가 고가인 만큼 이를 직접 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된 것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테슬라의 흥행이 이를 견인했다는 평이다.

여기에 온라인에서 일괄적으로 판매되는 만큼 '원프라이스(같은가격)' 정책을 펼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비대면으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특성상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 미국법인의 온라인 판매 사이트 '클릭 투 바이'. 현대차는 노조 반발에 막혀 국내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못하고 있다. 홈페이지 캡쳐

현대차는 군침만

온라인 판매 전화에 속도를 내는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온라인 판매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차량 판매를 전담하는 '딜러 노조(판매 노조)'의 입김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 중에는 '차량 판매 방식을 노조와 협의한다'는 내용이 있다.

딜러 노조는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면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던 것은 이 차량이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위탁 생산하고 있어 단체협약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아 역시 지난해 전기차 EV6를 온라인에서 사전 계약을 받으려고 했지만, 노조는 영업 노동자 고용 안정을 이유로 반대했다. 결국 기아 노사는 EV6 사전계약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접수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실제 계약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온라인에서는 사전계약만 가능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가 시대 흐름인 만큼 현대차그룹 노조가 이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 완성차 업체들은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현대차그룹 노조도 온라인 판매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회사와 함께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둘 중 한 가지 방법으로 구매할 수 있게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은 국산차를 구매할 때 선택권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해외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시범 서비스였던 온라인 판매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미국과 인도 전역에 도입했다. 주문부터 상담, 결제, 배송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지난해 아이오닉5를 앞세워 재진출한 일본에서는 100% 온라인으로만 판매 중이다.

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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