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논쟁 활활…근거 없는 고집은 갈등만 키워 [기자수첩-산업IT]

민단비 2023. 1. 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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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선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재택근무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재택근무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늘어난 것일 뿐 엔데믹 시대에는 사무실 출근을 하는 게 정상"이라는 견해가 대세이지만, 출근을 해야만 업무 효율이 생긴다는 것은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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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혹은 재택 해야하는 이유 증거 통해 서로 납득시켜야
서승욱 민주노총 화섬노조 카카오 지회장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민단비 기자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선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재택근무 폐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재택근무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늘어난 것일 뿐 엔데믹 시대에는 사무실 출근을 하는 게 정상”이라는 견해가 대세이지만, 출근을 해야만 업무 효율이 생긴다는 것은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카카오가 사무실 출근제를 도입한 것이 이같은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말 전면 재택근무를 해제하고 내년 3월부터 사무실 근무를 원칙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 기반의 근무제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새 근무제는 카카오 노조 측의 표현을 빌리면 “급작스럽고 일방적인 발표”였기에 노조가 과반노조가 되는 데 일조했는데, 이러한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재택근무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재택근무 폐지에 따른 노사간 갈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과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회사는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기를, 직원은 계속 집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애플의 경우 원격 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면서 직원들의 인심을 잃었다. 출근 강요에 애플 직원은 67%는 불만을 나타냈고 56%는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응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복귀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해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회사도 더러 있다.


회사는 업무 효율성, 협업 등을 이유로 사무실 복귀를 원하고 있다. 집에서 일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직장동료와의 유대감이 줄어 프로젝트성 업무 성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와 같이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게 동료들과 ‘물리적으로 함께하는 것’을 대체해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다른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주 4일 사무실 근무 방침을 내리기도 했다.


반면 근로자는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이지만은 않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으로는 열심히 일하는 척, 연극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리어 더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1개국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원격근무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직원의 87%가 집에서 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양측의 주장은 서로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이 정말로 집에서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직원의 경우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할 때 나오는 업무 성과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내 주장을 관철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몇몇 국내 게임사는 2년간의 전면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져 신작 출시가 지연되고 회사 실적이 악화되자, 지난해 6월 거리두기 전면 해제 직후 사무실 출근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큰 잡음은 없었다. 직원 또한 재택근무의 비효율성을 몸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카카오 노조는 이틀 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이번 근무제 변경이) 크게 이슈가 된 것 같다”며 현재 재택근무와 관련한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렇게 수집한 증거를 오는 3월 발표할 계획이다. 회사도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 내민다면 조금이라도 더 납득이 되는 방향으로 무게추가 기울면서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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