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매파 Fed·빅테크 해고에 하락…나스닥 1.24%↓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18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생산자물가 둔화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우려가 약화하며 상승 출발했던 뉴욕증시는 이후 Fed 당국자들의 매파 발언이 나오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빅테크 해고 발표, 연말 쇼핑시즌에도 소비가 예상보다 악화했다는 소식 등도 경기침체 우려를 한층 키워 이날 투심을 가라앉힌 요인이 됐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13.89포인트(1.81%) 떨어진 3만3296.9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62.11포인트(1.56%) 낮은 3928.8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38.10포인트(1.24%) 하락한 1만957.01에 장을 마감했다.
S&P500 내 모든 부문이 하락했다. MS는 약 1만명을 감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며 전장 대비 1.89% 하락 마감했다. 대표 기술주인 테슬라는 2.06%, 엔비디아는 1.84%, 애플은 0.55% 밀렸다. 오틀리그룹은 미즈호가 투자의견을 상향 했음에도 4%이상 내려앉았다. 코인베이스는 일본에서의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후 7.26% 떨어졌다. 전날 장 마감후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공개한 유나이티드항공은 4.57% 내렸다.
투자자들은 이날 공개된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12월 소매판매 등 경제지표들과 기업 실적, Fed 당국자들의 발언, Fed의 경기평가가 담긴 보고서인 베이지북 등을 주시했다.
개장전 발표된 작년 12월 PPI는 전년 동월보다 6.2% 올라 최근 9개월래 최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월 상승폭(7.3%)에서 1%포인트 이상 낮아진 수치다. 지표상으로도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점차 꺾이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12월 PPI는 전월 대비로도 0.5% 떨어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인 2020년4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완화시킴으로써 Fed가 오는 31일~2월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속도조절을 낮출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에 힘을 더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2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93% 이상 반영하고 있다. 2월 FOMC의 주요 경기판단 자료로 활용되는 Fed 베이지북에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거나 보통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 시킨 것은 Fed 당국자들의 매파 발언이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대담에서 "제약적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5% 이상 금리가 필요하다"며 "이번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까지 계속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이 최근 완화하고 있다면서도 "과소 긴축이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추가 긴축을 지지했다.
경기침체 우려도 재차 부각됐다. 같은 날 공개된 작년 12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1% 감소했다. 이는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월가 전문가 예상치(-0.9%)보다도 감소폭이 컸다. 통상 11~12월은 연말 쇼핑 대목으로 꼽히지만 이 시기 미국의 소매판매는 두 달 연속 1%대 감소를 이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소비자들이 금리 상승,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우려로 연말 쇼핑 시즌에도 오히려 소비를 줄였다"며 "미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를 더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공개된 12월 산업생산도 예상보다 더 크게 줄었다. 전월 대비 0.7% 감소하며 시장 전망치(-0.1%)보다 크게 부진했다.
BMO 자산관리의 마영유 수석투자전략가는 "올해 시작은 매우 좋았지만 지금 어닝시즌인데다 이날 소매판매, 전날 공개된 뉴욕 제조업지수 등 데이터가 약해지고 있다. FOMC도 다가오고 있다"면서 모든 요소는 단기적으로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MS가 3월까지 직원 1만명 규모의 감원을 발표하는 등 빅테크 중심의 고용 한파도 이어지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중대한 변화의 시대에 있다"면서 전체 직원의 5%에 달하는 1만명을 해고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마존 또한 이날부터 직원들에게 해고 통보를 시작했다. 이달 초 예고했던대로 인사, 매장 부문을 중심으로 1만8000명 규모의 정리해고가 본격화한 것이다. 이는 아마존 창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CNBC는 "지난 10년간 증시 강세장을 이끌었던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 접어들며 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감원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기업 성명, 언론보도 등에 기반한 지난 1년간 해고 규모만 6만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실적 시즌을 앞두고 있는만큼 빅테크를 중심으로 추가 구조조정 발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장초반 긴축 우려가 덜어지며 3.36%선까지 밀렸다. 이후 Fed 당국자들의 매파 발언으로 다소 낙폭을 회복했으나 여전히 전장 대비로는 하락한 상태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4.08% 안팎까지 하락했다. 현재 채권시장에서는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 금리를 밑도는 장단기 국채금리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통상 경기침체 전조현상으로 평가된다.
기업 실적 공개도 이어지고 있다. 레피니티브 자료에 따르면 S&P500지수에 상장된 기업 중 33개의 기업이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 중 67% 기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순이익을 발표했다.
국제유가는 중국의 경제재개 기대감과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9거래일만에 하락 전환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70센트(0.87%) 하락한 배럴당 79.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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