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37조 투자 전례없는 기회"…최장수 경제수석 사공일 조언
“300억 달러는 전례 없는 기회다. 그 속에 담긴 잠재력을 모두 끌어내야 한다.”
사공일(83)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서 유치한 300억 달러(약 37조원) 투자 약속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사공 이사장은 18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UAE의 투자 규모는 과거 영국이나 프랑스, 중국이 약속받은 액수를 훨씬 더 상회한다”며 “이번처럼 정상 공동성명에 투자액이 명시된 것 역시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액보다 그 안에 숨겨진 경제적 효과와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며 “300억 달러가 원전과 수소 기술, 탄소중립 등 미래 산업으로 향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투자액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공 이사장은 역대 최장수 경제수석(1983년 10월~87년 5월)이자 재무부 장관(1987년 5월~88년 12월)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에선 대통령실 경제특보와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지냈다. 스위스 다보스포럼(WEF)의 단골 연사이기도 했다. 그는 UAE에서 윤 대통령이 자신을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이라고 한 것에 대해 “투자를 고민하는 기업인에겐 큰 동기부여와 신뢰를 불러오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Q : UAE 순방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면.
A : “윤 대통령이 기업인의 의견을 직접 듣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소탈한 모습이 좋았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이라 하고 기업인을 업고 다니겠다고 하지 않았나. 투자를 고민하는 기업인에겐 큰 동기부여와 신뢰를 불러오는 말이다. 국가 지도자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 거다. 기업인도 단순히 수사(修辭)로만 느끼지 않을 것이다.”
Q : UAE에서 300억 달러(약 37조원) 투자 약속을 받았는데.
A : “세 가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첫째 UAE란 나라 자체가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다.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경제적 요충지에 있다. 둘째는 액수다. 300억 달러는 전례 없는 기회다. 정상 공동성명에 투자액이 명시된 것도 드문 일이다. 셋째는 투자액 속에 담긴 잠재력이다. 이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300억 달러가 원전과 수소, 탄소중립 기술 등 미래 산업으로 향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더욱 배가될 수 있다. 모두 고부가가치 사업 아닌가. 디지털과 인공지능 분야로도 양국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의 신뢰를 더욱 돈독히 해 UAE의 자본과 우리의 기술로 제3국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Q : 이명박 정부 때 수주한 바라카 원전과 당시 파병을 보낸 아크부대의 열매가 지금 맺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A : “정권이 바뀌어도 지난 정부의 성과는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과거의 기반을 허물어뜨리기보단 그걸 활용해 나갈 때 국가는 더 강해질 수 있다.”
Q : 윤 대통령은 한국이 처한 위기의 해결책으로 수출을 제시하고 있는데.
A : “지금 한국은 미·중 패권이란 지정학적 위기와 기후위기, 경제위기 등 수많은 복합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질서가 요동치고 있어 1~2년 만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자원 부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성장하기 위해선 수출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기업을 위해 뛰는 것도 수출 때문이다. 수출하는 건 결국 기업이다.”
Q : 윤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다. 과거 경험을 빌려 조언을 해준다면.
A : “세계경제포럼엔 지구촌의 오피니언 리더가 모인다. 모두 윤 대통령이 어떤 리더인지를 눈여겨보며 연설을 들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 세계적 위기를 꿰뚫는 통찰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모습을 각인시켜야 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자신이 약속한 것을 실천해 내야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리더는 국제사회에서 존중받기 어렵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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