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효율적 위원회"…국가 물관리위 위상 바로 세워야 할 때"

강찬수 2023. 1.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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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남 창원시 등의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낙동강 본포취수장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지난 2019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했으나, 녹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낙동강네트워크]

"이제껏 경험한 위원회 중 가장 비효율적인 위원회였다."

18일 오후 국회 물 포럼(회장 변재일 의원)은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새로운 국가 물관리위원회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신년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한 토론자는 토론문에서 지난해 임기를 마친 제1기 국가 물관리위원회를 두고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위원회 위원으로 직접 활동했던 이 토론자는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위원회가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국회 물 포럼 신년 대토론회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물포럼 신년 대토론회 모습. 강찬수 기자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회 2대 위원장(지난해 8월 선임)과 주제 발표를 맡은 단국대 독고석 교수를 비롯해 다른 토론자들도 한결같이 제1기 위원회의 성과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 정부 당시 홍수·가뭄·수질·생태 문제 등 물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낼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출범했던 위원회가 초라한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소속의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국무총리와 민간 전문가가 공동으로 위원장을 맡는다.

국가물관리위원회 일반 현황 [자료:국가물관리위원회]

2019년 6월 구성된 1기 위원회는 자난해 7월까지 총 150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제1차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2021~2030년)을 수립하고,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확정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열심히 일했지만 성과는 '미흡'


지난해 8월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전날 발달장애 가족이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현행 물관리 기본법에서는 환경부 장관이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일은 실컷 위원회에서 했는데, 생색은 환경부가 내는 식이다.

또,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유역 물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지난해 여름 임기를 마치면서 확정하지 못하고 법정 시한(2022년 6월)을 넘겼다.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은 세부 실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지난 2년 동안 진척이 없다.

이런 가운데 2018년 수량-수질 일원화와 2022년 하천 관리 기능 일원화가 이뤄졌음에도, 통합 물관리의 마지막 단추가 채워지지 못하면서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현재도 소하천 관리는 여전히 행정안전부가, 발전용 댐 관리는 산업자원부가, 농업용 저수지 관리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담당하고 있다.

8일 완도군 금일읍 척치제가 가뭄 장기화로 저수율이 떨어져 있다.(전남도 제공) 뉴스1

국가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은 국가수자원관리원회와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이중으로 심의하는 상황이고, 농어촌정비법 등에 포함된 물 관련 계획은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 없이 수립되고 있다.

독고 교수는 "물 분야 법정 계획 정비가 지연되면서 연간 1000억원, 3년 동안 3000억 원의 재정 낭비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예산 독립과 사무국 설치 필요


국회 물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독고석 교수. 강찬수 기자
이 때문에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려면 위원회 위상 제고 등 개선이 시급하다고 토론회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우선 물관리 기본계획 수립 주체를 환경부 장관이 아닌 위원회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별도의 사무국 설치가 필요하고, 위원회의 예산도 독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관리위원회의 운영 예산은 환경개선특별회계에 따라 환경부 물통합정책국의 단위 사업 예산으로 책정된다.

그나마 2021년 95억7700만원에서 올해는 47억600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18일 토론회 좌장을 맡은 서울대 윤제용 교수. 강찬수 기자

물 문제와 관련해 국민이 원하는 사안을 다루기 어려운 점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논의하게 된 것도 물관리기본법 22조 8항의 '물관리와 관련해 위원장이 회의에 부치는 사항'이란 조항에 바탕을 뒀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독고 교수는 "위원회는 환경부가 스스로 처리해도 되는 업무를 수행할 것이 아니라, 개별 부처가 할 수 없는 정책 협의와 조정 등의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조 원인·해결책 제시할 것"


지난해 8월 부산시민들의 식수 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국회 물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배덕효 국가물관리위원회 2기 위원장. 강찬수 기자
제2기 위원회를 이끌 배 위원장은 "지난해 물 관련 언론 기사의 60%가 녹조 문제였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가 국민에게 녹조 원인에 대해 체계적이고 총괄적으로 설명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제는 전문가들이 나서 매년 반복되면서 먹는 물 불안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녹조의 원인을 설명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배 위원장은 "지금보다 나은,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통합 물관리를 이룬다는 2기 위원회의 비전에 맞춰 녹조와 같은 장기 미해결 과제에 대한 해결 방안 제시, 미래 물 분야 현안에 선제적 대응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기 위원회도 순탄하지 않을 듯


2019년 8월 27일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위원회가 과연 객관적·과학적으로 심의·의결할 수 있는지, (만일) 이념(정치)에 경도된다면 (위원회에) 강제 실행력을 주는 게 맞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그런)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기 위원회가 4대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의제로 삼고 여기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바람에 많은 일을 하지 못했다"라고도 했다.
위원회 설립 취지와는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 때문에 제2기 위원회 역시 앞길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문재인 정부가 만든 위원회의 위상 제고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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