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깔고 앉은 14억명"...인구로 中 제치는 인도의 고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는 것은 한 나라에 축복일까 저주일까.
중국을 제치고 곧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올라설 인도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에서 61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와 글로벌 지각 변동이 예고되면서다. 인도가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우뚝 솟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많은 인구가 외려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심각한 일자리 부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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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참가율은 아시아 꼴찌
인도에서 매년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인구는 수백만 명. 그러나 생산가능인구(15~64세) 중 경제활동인구(취업자와 실업자를 합친 수치)가 차지하는 비중인 경제활동참가율은 46%(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중국(68%), 미국(61%) 등에 크게 못 미칠뿐더러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다 직접적인 지표인 실업률도 8.3%(2022년 12월 기준)로 매년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미국의 실업률은 3.5%였다.
이 나라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진 건, 고용 창출 속도가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CNN은 "인도 정부가 새로운 고용 기회를 창출하지 못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인도에선, 고용 창출에 기여도가 큰 제조업 비중이 GDP의 14%밖에 되지 않는다. 노동인구의 절반가량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유다.
여성 입지는 더욱 좁아져
세계 각국에서 여성의 활약이 점점 커지고 있는 데 반해, 인도에선 여성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2005년 약 26%였지만, 2021년에는 19%로 감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성 고용은 더욱 악화했다"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예멘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일자리가 비교적 많은 도시로만 사람이 몰리다 보니 도시와 시골 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BBC는 "도시 빈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어, 많은 인구가 자칫 '저주'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CNN 역시 "점점 더 많은 이가 부족한 일자리와 낮은 임금으로 고통받고 있어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 발동 걸었지만…
그러나 인도 정부가 계획을 착착 진행한다 해도 고용률을 끌어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현재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일자리(비농업)는 1200만 개다. 매년 8% 넘는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야 가능한 수치다.
교육 부문 개선도 인도 정부가 당면한 문제다. 교육의 질이 낮은 탓에 기업 입장에선 정작 쓸 사람이 없는 악순환이 인다는 얘기다. 인도 정부의 교육 부문 지출은 GDP의 약 3.5%로 세계 평균인 4.2%보다 낮을뿐더러, 교육의 질 역시 창의성을 강조하는 선진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디언은 "인구가 많다는 것은 환상적인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양질의 교육에 대한 투자 없이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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