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 없는 美 때문? "원어민 강사 구하기 별따기" 학원가 비상
“원어민 강사 구하기가 별 따기 수준이에요.”
새 학기 준비에 바쁜 학원가와 학교에서 최근 들려오는 하소연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려는 이승원(39)씨 역시 이러한 ‘별 따기’에 좌절한 사람 중 하나다. 이씨는 ‘OO동 최초 원어민 강사 학원’라는 홍보문구를 내세워 2월에 학원 문을 연다. 그러나, 원어민 강사 채용 문제에 발목이 잡혔다. 이씨는 “미국인 친구가 수업을 맡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원어민 강사가 한 명 더 필요하다”라며 “지난해 9월부터 채용 공고를 이곳저곳에 올렸다. 지원율이 저조해 아직도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못 구해서 발 동동…귀한 몸 된 원어민 강사
원어민 강사가 줄어들면서 학원가는 직격탄을 맞았다. 충북 청주에서 영어유치원을 운영하는 이모(41)씨는 7명의 원어민 강사와 일하고 있는데 계약 만료로 본국에 돌아갈 인원이 생기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이씨는 “원어민 강사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거의 1년 내내 사람을 계속 구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방 영어유치원은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공급이 줄면서 임금이 오르는 것도 학원 입장에선 부담이다. 프랜차이즈 어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학부모가 상담할 때 빠지지 않는 질문이 원어민 선생님이 있는지 여부”라며 “일주일에 수업을 딱 한 번만 하더라도 원어민 강사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귀한 몸이 돼서 기존 임금보다 30% 이상 올랐다는 게 학원 업계의 설명이다.
원어민 1순위 직장 ‘공립학교’도 미달
몇몇 학교는 자체 채용에 뛰어들기도 한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한 공립 중학교는 지난 2일 온라인 채용공고 사이트에 직접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를 구하는 글을 올렸다. 학교 관계자는 “재작년까지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가 있었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 본국으로 돌아간 뒤 지난해에도 공석이었다”며 “아무래도 학교가 시내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지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원인은 美 역사상 최저 실업률?
채용 업계에선 원어민 강사의 한국행이 감소한 이유로 미국의 실업률 하락을 꼽기도 한다. 회화지도 비자의 발급 대상자 50%가량이 미국인인 점을 고려했을 때 원어민 강사 수가 줄어든 게 미국의 고용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원어민 강사 채용 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김수호 대표는 “한국에 들어오는 미국 출신의 원어민 강사는 대부분 인문계 출신이 많다”며 “미국 현지의 넘쳐나는 일자리로 인해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등 한국에서 원어민 강사로 활동할 유인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5%로 19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립국제교육원에서도 최근 채용을 진행한 미국인 중 3명이 취업을 사유로 국내 입국을 포기했다. 국립국제교육원 관계자는 “지원자 수가 감소하고 합격을 해도 안 오는 이유가 미국의 실업률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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