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중국 반도체 전선’ 이상 징후…바이든, 네덜란드 설득 못한 듯

박현영 2023. 1. 1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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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두 정상은 이날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 등을 논의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공급망 안정 등 현안을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네덜란드가 동참하도록 하는 데 진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어떤 동맹이나 파트너 국가도 압박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그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미국의소리(VOA)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에 네덜란드가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데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백악관 주변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네덜란드도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도입할 것을 요청했지만 뤼터 총리가 선뜻 동의하진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전선과 관련해 최근 네덜란드에서 일부 난기류가 감지되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 15일 리에 슈라이네마허 네덜란드 통상장관은 TV 인터뷰에서 “미국과 오랜 기간 얘기했는데 지난해 10월 새 규칙(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을 들고나오면서 논의의 틀이 바뀌었다”며 “지난 2년간 미국이 우리를 압박했다고 우리가 점선 위에 실선을 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린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제조를 아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과 반도체 기술이 군사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에 공감하지만, 미국 정책을 쉽게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도 중요한 무역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회사 매출의 15%가 중국에서 나오는데 2019년 이후 최첨단 장비의 중국 수출길이 막혔다”며 “ASML이 충분히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기술·제조 장비 등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이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판매하는 것을 규제했다. 미국의 일방적 조치인데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를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 정부도 자국 기업에 같은 조치를 해야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적·군사적 발전 능력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인 노광 장비 생산업체 ASML이 있어, 네덜란드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바이든 정부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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