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신인 듀오 꿰찬 한화 이글스 “올해는 난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지난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이 기간 승률은 0.339(141승17무274패). 일주일 동안 6경기를 치르면 2게임 정도를 간신히 이긴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미래까지 암울한 것은 아니다. 최하위 성적은 역설적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매년 수준급 유망주를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 기회를 활용해 뽑은 기대주가 투수 문동주(20)와 김서현(19)이다.
2003년생 문동주와 2004년생 김서현은 각각 고교야구 무대를 평정한 오른손 정통파 투수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최고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 일찌감치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끌었다. 1년 차이를 두고 나란히 한화 유니폼을 입은 둘은 각각 5억 원이라는 적잖은 계약금을 받았다.
겨울 동안 체력 훈련을 하고 있는 한화의 희망 문동주와 김서현을 최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났다.
3년 동안 입었던 서울고 유니폼 대신 한화 구단 마크가 박힌 연습복을 걸치고 나타난 김서현은 “온종일 운동만 한다고 보면 된다. 러닝부터 캐치볼, 웨이트트레이닝, 불펜 투구까지 마치고 나면 하루가 금방 끝난다”며 “쉴 때는 동기들과 게임을 한다. 가끔 대전 시내로 나가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시곤 한다”고 했다.
문동주에게선 1년 선배의 여유가 느껴졌다. 광주진흥고 출신의 문동주는 “대전에 집을 구했다. 이제는 대전 생활이 더 재밌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고교 시절부터 서로를 잘 안다고 했다. 문동주는 2022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한화의 선택을 받았고, 김서현은 전면 드래프트로 진행된 이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뽑혔다.
김서현은 “지명 다음 날 동주 형이 내 소셜미디어에 직접 댓글을 달아줬다. 박수 이모티콘으로 기억한다. 그제야 ‘아, 내가 드디어 동주 형과 함께 뛰게 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둘에게 거는 한화의 기대는 5억 원이라는 계약금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학창시절 보여준 잠재력은 물론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한화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문동주는 프로 입단 계약금으로 대전에 전셋집을 마련했다고 했다. 김서현은 부모님께 드렸다고 했다.
문동주는 “주변의 기대가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이 자리에서 잘해야 하는 것이 내 역할이자 임무다. 사실 지난해에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갈수록 야구가 재밌어진다”고 말했다.
‘영건 듀오’가 꿈꾸는 그림은 하나다. 선발투수로 나온 문동주가 확실하게 경기를 지배하고, 마무리로 투입되는 김서현이 마침표를 찍어서 승리를 거두는 공식이다.
문동주는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13경기에 나와 1승 3패, 평균자책점 5.65에 그쳤다. 문동주는 “나와 (김)서현이 모두 공은 빠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유형은 다르다. 그래서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면서 “서현이는 프로에서도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 결국 내가 잘해야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서현은 “최근 인터뷰에서 불펜투수로 뛰고 싶다는 말한 적이 있는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님도 그 이야기를 접하셨다고 들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도 나를 구원 투수로 쓰실 의향이 있는 것 같다. 만약 동주 형이 힘들어하면 내가 마운드에 빨리 올라가서 승리를 지켜내고 싶다”고 했다.
대전=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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