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 하다보니, 전교 여학생이 운동 마니아
“혹시 ‘아나공’이라는 표현을 아세요?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축구공이나 농구공 몇 개 던져주면 남학생들은 운동장에서 뛰놀고, 여학생들은 스탠드에 모여 앉아 수다 떠는 모습을 풍자한 단어죠. 그 파행적인 체육수업 풍경을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대전 용전중 체육교사 김사라(28) 씨는 지난해 교내 여학생들의 스포츠 참여를 독려하는 ‘두런두런(Do learn Do run)’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김 교사는 “여학생들에게 운동 후 땀을 흘리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2012년 제정한 학교체육진흥법은 전국 초·중·고교가 학교스포츠클럽을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학생들의 참여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학교스포츠클럽에 참여하는 여학생 비율은 50%를 밑돈다. 지난 2018년 46.6%(203만명)에서 2019년 49.5%(176만명)까지 올라갔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 다시 48.1%(122만명)로 줄어들었다.
학교 밖을 벗어나면 운동과 더욱 멀어진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2021년 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한 시간 주 5일 이상 신체 활동을 하는 여학생의 비율은 전체의 8.1%에 그쳤다. 남학생(20.7%)의 절반 이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9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운동량이 부족한 한국 여학생 비율은 97.2%나 됐다. 조사에 참여한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두런두런’은 여학생을 운동장이나 체육관으로 이끌기 위한 프로젝트다. 용전중은 여학생 체육 프로젝트를 실행하기에 앞서 스포츠에 흥미를 보이는 여학생들부터 먼저 불러 모았다. 김 교사는 신창주(50)·유인규(49) 교사와 손잡고 학교스포츠클럽에 여학생 전용 프로그램을 마련해 등교 전 1시간 동안 운영했다. ‘해뜬 I(아이) 새벽 스포츠리그’라는 명칭 아래 풋살·배드민턴·킨볼·배구 등 다양한 종목을 함께 즐기게 했다. 그러자 참가 학생 사이에서 “재미있고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김 교사는 “꾸준히 운동하다보니 재능이 남다른 아이들이 여럿 나타났고, 이들을 모아 대회 출전을 목표로 방과 후 심화 과정을 운영했다”면서 “점심시간엔 여러 종목으로 반 대항 리그전을 개최했는데 호응이 뜨거웠다. 300명 안팎의 전교 여학생 대부분이 체육 수업을 포함한 운동 프로그램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용전중은 두런두런 프로젝트 성공 사례가 널리 알려져 여학생 스포츠 확산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김 교사는 “여학생의 체육 참여도가 낮았던 이유는 운동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라 접할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걸 확인했다”며 “지각을 밥 먹듯 하던 아이가 등교 전 운동 프로그램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걸 보면서 동기부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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