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투혼…서른일곱 황연주 미친 존재감
겨울철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여자 프로배구다. 라이벌전이 팬들의 관심을 끈다. 걸출한 스타 김연경(흥국생명)의 인기도 여자배구 인기에 한몫했다.
올겨울 펄펄 날고 있는 선수는 37세의 노장 황연주다. 20승2패(승점 56)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의 대표 공격수다.
그는 지난 14일 열린 KGC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도 맹활약했다. 네트와 평행한 각도에서 때린 스파이크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경기를 중계하던 박미희 해설위원은 “무척 어려운 자리에서 공격을 성공시켰다. 전성기에나 볼 수 있던 각도다. 저 정도면 2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도 “이렇게 많은 경기에 황연주를 투입할 줄 몰랐다. 황연주는 나이가 많은데도 젊은 선수들처럼 모든 팀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황연주는 V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5년 원년 신인왕 출신이다. 2010~11시즌엔 정규리그·올스타전·챔프전 MVP상을 싹쓸이했다. 팀 동료 양효진에 이어 여자부 통산 득점 2위(5708점)다. 백어택은 유일하게 네 자릿수(1223개)를 기록 중이다. 배구 선수로는 비교적 단신(1m77㎝)이지만, 뛰어난 점프력을 살려 강타를 날린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황연주의 출전 기회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7~18시즌엔 378득점을 올렸지만, 그 이후엔 4시즌을 합쳐 280점에 그쳤다. 코트 안보다는 바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외국인 공격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허리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황연주가 메우고 있다. 황연주는 야스민이 부상으로 빠진 이후 8경기에서 3차례나 2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황연주는 “어린 선수들이랑 지내다 보니 나이를 잊고 산다. 몸 관리 비결을 다들 물어보는데 특별한 건 없다. 매일매일 운동을 똑같이 하는 것뿐”이라며 “어린 선수에 비해 회복 속도는 떨어지겠지만, 운동 능력은 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연주의 포지션은 라이트다. 세터와 대각선 자리에 선다고 해서 ‘아포짓(opposite) 스파이커’로도 불린다. 이 포지션에선 후위 공격이 필수적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황연주는 여전히 멋진 백어택 공격을 한다. 황연주는 “예전보다 버겁긴 하다. 스파이크에 힘이 안 실리는 느낌도 든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때릴 수밖에 없다”며 “야스민이 돌아오면 팀이 더 단단해질 것이다. 우리 팀은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다. 좋은 성적의 원동력이 바로 신구의 조화”라고 했다.
황연주가 이끄는 현대건설은 2019~20, 2021~22 시즌 모두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챔피언결정전을 치르지 못했다. 프로에서 다섯 번이나 정상에 오른 황연주지만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황연주는 “챔프전이 무산되면서 정식으로 우승팀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올해는 마무리를 잘해서 당당히 우승팀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 황연주
「 생년월일 : 1986년 8월 13일
출신교 : 소사초-원곡중-한봄고-경기대
신장·체중 : 1m77㎝, 64㎏
포지션 : 라이트(아포짓 스파이커)\
소속팀 : 현대건설
수상 경력 : 2005년 신인상, 2011년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올스타전 MVP
」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헷갈리는 '부부의 세계'...'남편 수상해' 폰 몰래 보면 무죄? 유죄? | 중앙일보
- “내 남편의 바람을 고백합니다” 이래야 아옳이가 돈을 번다 | 중앙일보
- 영국팬 80% “선발서 빼라”…손흥민, 정말 괜찮은거야? | 중앙일보
- [단독]한동훈 "'변태들의 마을' 봐라"…간부들에 꺼낸 다큐 2편 | 중앙일보
- 죽어서도 냉장고에 방치됐다…치매 아버지 사망 전 '악몽의 넉달' | 중앙일보
- "시한폭탄 깔고 앉은 14억명"...인구로 中 제치는 인도의 고민 | 중앙일보
- "군 신체검사 1급인데, 경찰 채용 탈락" 꿈 잃은 색약자의 눈물 | 중앙일보
- 주인은 카드 쳐다봐서 싫어요...알바 편의점만 가는 결식아동 | 중앙일보
- '연 판매 0대' 현대차 굴욕? 수입차에 PHEV 안방 내준 속사정 | 중앙일보
- 목숨 걸고 무단횡단해야 갈 수 있다…유족 울린 '위령비 비극'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