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인사들 ‘사의재’ 포럼 출범…당내 “계파 갈등 조장”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 관료와 참모진이 뭉친 사의재 포럼이 18일 공식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을 계승해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의 정책 포럼이다. 당내에서는 친문계가 본격적으로 구심점 만들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먼저라는 쓴소리도 함께 나왔다.
사의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창립식을 열었다. 정치·행정, 경제·일자리, 사회, 외교·안보 등 4개 분과로 운영된다. 사의재(四宜齋)는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저서를 편찬하며 머물렀던 전남 강진의 처소 이름이다.
창립식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했다. 고문을 맡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새 정부 출범 8개월여가 흘렀는데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보다는 걱정과 근심을 주는 정부가 아닌가 판단된다”며 “아주 시의적절하고 꼭 필요한 출범”이라고 밝혔다.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모든 정책을 왜곡, 폄훼하고 더 나아가선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은경·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정현백·이정옥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인사 30여명이 참석했다. 문재인 정부·청와대에서 일했던 박범계·전해철·도종환·정태호·윤영찬·한병도·고민정·윤건영 의원 등도 자리를 지켰다. 사의재에는 250명 정도가 가입했다고 한다. 이낙연·김부겸 전 총리는 고문을 맡는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름은 올렸지만 참석하지는 않았다. 사의재 소속 의원은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현재 감사원 조사 대상이라 일단 가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가입자 중 검찰 수사를 받고 있거나 기소된 인사도 적지 않다.
상임대표를 맡은 박능후 전 장관은 “친문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게 아니라 전 정부 국정운영에 대해 반성하고 개선, 발전시킬 게 무엇인가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지만,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대표 사법 문제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소한의 염치라도 있다면 당장 먼저 써 내려 가야 할 것은 (부동산 대책 등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도 지난 16일 방송에서 “잘못해서 정권을 뺏긴 데 대한 반성부터 먼저 해야지 연구 포럼 한다고 (친문) 세 결집을 하는 건 당을 해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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