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심사도 검찰 리스크... "점수 낮게 줬다 곤욕, 객관적 평가 불가능"

신상호 2023. 1. 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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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재승인 심사 수사 후폭풍, 재허가 점수 급등... 심사 참여 거부에 객관적 평가 위축 우려

[신상호 기자]

 서울 중구 정동 TV조선.
ⓒ 권우성
 
지난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에 낮은 점수를 준 심사위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올해 TV 조선에 대한 방통위의 재승인 심사가 차질을 빚을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대 언론학회 중 하나인 언론정보학회와 일부 시민단체가 참여를 거부하고 나선 데다, 심사가 진행되더라도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개별 심사위원들이 TV조선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방통위는 올해 4월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방통위는 지난 2020년 TV조선에 3년의 조건부 재승인을 해줬고, 올해 4월 21일로 재승인 기한이 만료된다.

올해 종편 재심사 심사위원 구성도 난항

현재 방통위는 종편 재승인 심사에 참여할 심사위원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통상 심사 당해년도 3~4월에 실시되는 종편 심사라면 2월까지는 심사위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 방통위는 이 기간 학회와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종편 심사에 참여할 심사위원 후보 명단을 추리고, 상임위원들의 논의 등을 거쳐 구성을 확정한다. 

하지만 지난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점수를 낮게 준 심사위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이 때문에 방통위는 심사위원을 추천할 단체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3대 언론학회 중 하나인 언론정보학회가 검찰 수사를 비판하며 심사위원 추천을 거부했고, 시민단체들도 심사위원 추천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방통위의 한 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방통위 사무처에서 추천 단체 리스트가 넘어와야 검토가 이뤄지는데, 아직 사무처로부터 명단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도 심사위원 구성이 예년에 비해 늦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심사위원 구성을) 진행하겠지만, 과거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며 "2020년에 했던 일정(2월 심사위원 선정)을 꼭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심사위원이 구성되더라도 TV조선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검찰은 지난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일부 심사위원이 고의로 점수를 감점했다고 의심하면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TV조선에 점수를 낮게 주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심사를 맡을 심사위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 수사 후 급등한 심사 점수... TV조선이 최대 수혜?
 
▲ '종편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 방통위 압수수색 나선 검찰 2022년 9월 23일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건물에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참여한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과정 당시 심사위원 일부가 TV조선과 채널A의 심사 점수를 고의로 감점했다는 정황을 확인해 검찰에 관련 감사자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연합뉴스
 
실제로 TV조선 재승인 과정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다른 방송사 재허가 심사 점수가 이례적으로 높아졌다. 검찰 수사 와중에 방통위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의 경우, OBS는 허가 기준점(650점)을 훨씬 초과하는 779.83점을 받았다. 지난 2019~2021년 방통위가 심사한 318개 지상파방송국 점수를 살펴봐도, 700점을 넘긴 곳은 EBS와 국악방송, 극동방송 등 3개 방송국뿐이다.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도 2020년 심사에서 600점대에 머물렀을 정도로 700점대를 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OBS는 지난 2019년 심사에서 재허가 취소 수준의 박한(652.57점) 점수를 받았다. OBS가 그동안 방통위의 권고사항을 일부 이행했지만, 사옥 이전 등 여전히 미비한 부분이 지적되는 상황에서 779점을 받았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를 두고 방통위 내부에서조차 "점수가 튀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재승인 심사에서는 TV조선이 역대 최다점을 획득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 이후 방송사 재허가 심사 점수가 유례없이 급등했다"라며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높게 주는) 그런 시그널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미래 종편 심사에 관여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도 "심사에 참여해 소신껏 점수를 준 언론학자들이 검찰 수사로 곤욕을 치르는 상황에선 심사위원들이 TV조선에 점수를 낮게 주기는커녕 객관적인 평가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올해 종편 심사를 비롯해 앞으로 방통위 심사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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