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행장 깜짝 선임, ‘영업통’ 차세대 리더···한용구 신임 신한은행장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3. 1. 1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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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라운지]
1966년생/ 청주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1991년 신한은행 입행/ 1998년 청주중앙지점 대리/ 2001년 개인고객지원부 차장/ 2005년 인사부 부부장/ 2008년 글로벌사업부 조사역/ 2012년 장안지점 지점장/ 2014년 청주터미널지점장/ 2016년 연금사업부장/ 2019년 신한금융지주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2020년 신한투자증권 부사장/ 2021년 신한은행 부행장/ 2022년 12월 신한은행장(현)
깜짝 발탁 vs 준비된 행장.

한용구 신임 신한은행장(57) 선임 소식을 들은 시장 반응이다.

한 행장은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주재해 단행한 첫 인사 대상자다. 특히 은행이 신한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만큼 누가 수장이 될지 한창 금융업계 관심이 집중될 때 선임되다 보니 더욱 화제가 됐다.

한 행장은 인지도 면에서는 선배 행장들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자질이나 경력 면에서는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대세다.

청주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주로 인사, 영업 부서에서 두각을 보였다. 연금사업부장, 퇴직연금사업부장을 거쳤다. 도쿄지점, 오사카지점, 후쿠오카지점 업무를 통합해 설립한 일본 SBJ(신한금융지주 자회사)에서 근무한 적도 있고 2019년에는 신한지주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2020년에는 신한투자증권으로 이동해 경영지원그룹 부사장으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지난해 초 신한은행 영업그룹 부행장으로 선임돼 영업 전략과 추진을 총괄했다.

한 행장 선임 관련 세간에는 “참신한 인물이 뽑혔다”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66년생으로 시중 은행장 중에서는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 신한금융그룹 내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는 배경이기도 하다.

진옥동 회장과 인연을 바탕으로 한 일본 주주들의 깊은 신뢰 또한 이번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진 회장은 2008년 일본 오사카지점장을 거쳐 일본 SBJ 법인장을 지냈다. 당시 한 행장이 보조를 맞추면서 두 수장 간 ‘케미가 완성됐다’는 전언이다. 진 행장이 오사카지점장으로 있던 시절, 한 행장은 글로벌사업부에 있으면서 SBJ의 인사와 조직 체계를 세웠다. 영업통으로 유명한 한 행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고객을 직접 방문해 일본 내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한은행에서도 영업 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했다.

2014년 ‘재개발 아파트 조합’이 부지 매입을 위한 원 소유자를 찾지 못해 난감해하는 것을 알고 직접 소유자를 수소문해 연결하고 거래를 성사시켰던 스토리는 지금도 유명하다. 2016년 퇴직연금사업부장 시절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은행뿐 아니라 보험, 증권사 등 다양한 연금사업자 사이에 외형 경쟁이 치열했다. 그러다 보니 상품과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고비용 구조 마케팅 경쟁이 심했다. 당시 한 행장은 ‘고객 수익률’을 차별화 요소로 삼았다. 지금은 일상이 된 디폴트옵션(사전 지정 운용 제도, 잠깐용어 참조)과 유사한 MP(원리금 보장, 타깃 데이트 펀드(TDF) 혼합 상품)를 이때부터 제공해 고객 수익률을 개선했다. 또 은행권 최초로 ‘구조화 펀드’를 출시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높여 고객들이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고 자발적으로 신한은행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이끌었다. 손실을 본 고객에게는 수수료 면제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등 지금의 자산 운용 중심 체질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행장추천위원회는 그의 위기관리 능력도 높이 샀다.

한 행장은 2020년 신한은행에서 나와 신한투자증권 부사장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 경영지원그룹장으로서 당시 금융권 전체를 강타한 사모펀드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때도 특유의 ‘고객 중심’ 관점을 선보였다. 파격적인 ‘선보상’ 해법을 제시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고 이후 ‘상품 선정 → 판매 → 사후 관리’의 3단계 금융 상품 판매 시스템을 구축, 내부 통제를 강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경쟁사에 비해 뒤처졌다는 디지털 전환 부문에서도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업그레이드,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 오피스 구축 등으로 업무 효율을 높였다.

얼마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신한투자증권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던 배경이 있다. 지주사 근무 시절 금융지주 원신한전략팀 본부장으로 기존 Tops클럽(고객 리워드 프로그램)을 ‘신한플러스 멤버십’으로 통합하고 87개 주요 서비스와 통장, 카드 비대면 동시 개설 등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디지털 전환 경험은 다시 2021년 신한은행으로 복귀해 영업그룹장을 맡았을 때도 현장에서 그대로 활용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창구 공백 등 영업점 업무가 혼란을 겪고 있을 때 그는 고객 불편함이 없도록 화상 상담을 최초 도입한 ‘디지털라운지’를 신설했다. 우체국, KT, GS 등과의 제휴 채널을 확대하는 식의 파격적인 판매 채널 확대도 단행했다.

은행 관계자는 “영업그룹장 재임 기간 동안 전국 650개 영업점을 2회 이상 방문하며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현장에 적용시킨 결과물”이라며 “복잡한 금융 환경 속에서 고객에게 보다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전문 상담 창구’를 만들고 고객이 평일 저녁과 토요일에도 업무가 가능한 ‘이브닝 +’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한 행장 작품”이라고 말했다.

‘젊고 열정적인 행장’이 취임한 만큼 대내외 기대감도 크다.

라운지
리딩뱅크 수성이 관건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해 ‘리딩뱅크’ ‘1등 순익 은행’의 위상을 되찾았다.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그의 앞에 높인 숙제다.

더불어 해묵은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의혹 등 그룹 전체를 휘감고 있는 잠재 위험 요인을 극복하고 신규 상품 판매에서는 이런 민원 문제가 나오지 않도록 새로운 내부 통제 기준 마련을 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사회 공헌과 정부 시책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나치게 민간 위주 사고방식을 추구하다 보니 ‘비 내릴 조짐만 보여도 우산을 회수해간다’는 세간의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업통’ 행장으로서 이런 시각을 어떻게 개선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 행장 취임 후 이런 우려는 어느 정도 걷히는 분위기다. 가계대출 금리의 경우 신한은행은 신한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을 선제적으로 연 6.26%에서 연 5.93%, 즉 5% 후반대로 내리는 등 부동산 침체기 고통 분담에 일조하는 분위기다. 모바일 앱 ‘뉴 쏠(New SOL)’과 인터넷 뱅킹에서 다른 은행으로 보내는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눈길을 끈다. 종전에는 고객이 모바일, 인터넷 뱅킹에서 타행 이체 시 건당 500원, 타행으로 자동 이체할 경우 건당 300원씩 납부했다.

그는 “올해의 전략 목표를 ‘고객 중심 Value-up! 기본에 충실한 은행! 신뢰로 도약하는 미래!’로 잡았다”며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심각한 경제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 보호,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건전성 확보를 바탕으로 내실 있는 영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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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3·설합본호 (2023.01.18~2023.01.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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