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턴어라운드 기대하는 HDC그룹...위기 딛고 광운대 역세권 개발 승부수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1. 1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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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HDC그룹이 새해 초부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HDC현대산업개발 중심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건설업계 관심이 쏠린다.

HDC그룹이 새해 초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건설업계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HDC현산 사옥. (매경DB)
HDC그룹 조직 개편 단행

기업문화혁신실, 디자인실 신설

HDC그룹은 지난 1월 5일 정기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조직과 일하는 문화 혁신을 위해 기업문화혁신실을, 디자인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디자인실을 신설했다.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리조트와 호텔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데이터 기반 신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에너지 사업 진출에도 나서기로 했다.

기존 건설업에도 변화를 준다. HDC현산이 주도하는 복합 개발 사업인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을 수행할 ‘H1 사업단’을 신설한다. 붕괴 사고가 난 광주 화정아이파크 건설을 위해 사장 직속 ‘A1 추진단’도 설치했다.

주요 계열사 CEO 인사도 단행했다. HDC현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회언 대표이사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가 하면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R114 신임 대표로 김희방 HDC랩스(옛 HDC아이콘트롤스) 경영혁신실장을 선임했다. 김희방 대표는 1999년 HDC현산에 입사해 HR혁신팀장, 홍보마케팅팀장, 미래혁신실장 등을 거쳤다. 이성용 호텔HDC, 조영환 HDC리조트 대표이사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힘을 실어줬다. HDC그룹 관계자는 “사업 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성과와 능력을 원칙으로 역동적 변화와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을 위한 리더를 발탁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HDC현산이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은 불과 8개월 만이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를 책임지고 유병규, 하원기 HDC현산 공동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최익훈 HDC아이파크몰 대표가 지난해 5월 신임 대표에 올랐다. 최 대표는 곧장 조직을 ‘3본부(건설·경영기획·개발영업), 2실(상품개발·투자개발)’로 개편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조태제 부사장을 건설본부장에 임명하고, 재무와 영업 전문가인 김회언 전무와 이현우 상무를 각각 경영기획본부장과 개발영업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또 상품개발실과 투자개발실을 신설해 미래 상품과 신사업의 개발을 각각 전담하도록 했다. 최근 인사에서는 김회언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어줬다.

HDC현산이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영업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당장 실적부터 불안하다. HDC현산의 2021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3.6% 감소한 3304억원에 그쳤다. 매출(3조3693억원), 순이익(2059억원)도 각각 전년 대비 8.2%, 6.5%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는 아예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 275억원, 당기순손실은 84억원에 달했다.

HDC현산은 2020년 6월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 이어 지난해 1월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까지 연달아 터지면서 건설업계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부실 시공 논란에 휩싸이면서 전국 각지 정비사업 조합들이 시공권 취소를 요구해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만 광주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경기 광명11구역 재개발, 대전 도안동 아이파크시티2차 신축, 경기 광주 곤지암 역세권 아파트 신축, 부산 서금사A구역 재개발 등의 사업장에서 시공 계약이 해지되거나 시공권 배제 통보를 받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승부수를 던졌다. 당초 붕괴 사고가 일어난 화정아이파크 201동만 재시공한다는 방침을 뒤엎고 8개동을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전면 철거, 재시공에 2000억원 안팎 추가 비용이 소요되지만 당장 손실을 줄이는 것보다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해 ‘정공법’을 택했다. 이에 따라 화정아이파크 입주는 5년 10개월 이상 지연돼 2027년 12월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정몽규 회장은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회사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소비자와의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HDC현산 수주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HDC현산 수주 잔고는 2021년 말 33조원대에서 최근 30조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경기도 안양 관양동, 서울 노원구 월계동 재건축 등 신규 수주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워낙 파격적인 수주 조건을 내걸다 보니 제대로 수익을 낼지는 미지수다.

주가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HDC현산 주가는 지난해 첫 영업일이있던 1월 3일 2만3700원에서 12월 29일 1만원으로 58%가량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1만원대에서 횡보하는 중이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여파도 발목을 잡는 중이다.

HDC현산은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HDC현산이 “인수 과정에서 재무제표의 중대한 변동이 생겼다”며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이를 거부하면서 매각이 끝내 결렬됐다.

이후 양 사는 계약 무산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면서 이미 낸 계약금 2500억원을 두고 분쟁을 벌였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은 2020년 11월 계약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며 ‘질권(채권 담보로 설정된 물건) 소멸 통지’ 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1심에서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의 의사에 따라 적법하게 계약이 해지됐으니 계약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봤다. HDC현산은 곧장 항소했지만 유리한 판결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실적·주가 하락했지만

광운대 역세권 개발에 총력전

잇따른 악재에 시달리는 가운데 HDC현산은 올해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에 희망을 거는 분위기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은 총 14만8166㎡에 달하는 노원구 월계동 일대 광운대역 물류 부지에 2조8000억원 사업비를 투입해 최고 49층 높이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주상복합 아파트와 호텔과 업무, 판매시설 등이 조성된다. 이르면 내년 초 본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C노선이 지나면서 교통 여건이 좋아져 강북 대표 랜드마크로 도약할지 주목을 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 부지는 인근 미성, 미륭, 삼호3차 재건축 단지와 인접한 데다 최근 규제지역 해제로 부동산 시장에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이 성공하면 HDC현산 턴어라운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뿐 아니라 잠실 마이스 복합 조성 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2021년 말 한화그룹과 HDC그룹, 하나금융투자가 주축이 된 한화컨소시엄을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민간 투자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35만㎡ 부지에 전시·컨벤션, 야구장 등 스포츠·문화시설과 이를 지원하는 업무, 숙박, 상업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약 2조1600억원 규모로 복합시설로는 국내 최대 민간 투자 사업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잇따른 악재를 딛고 올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재계 관심이 뜨겁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3·설합본호 (2023.01.18~2023.01.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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