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립·은둔청년 13만 추정…“원인은 취업난”

송금종 2023. 1. 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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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국 최초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전국 61만 예상
은둔 생활 5년 이상 28%…성인기 전후로 부정적 경험 많아
‘의식주 차원’ 지원을 바우처로 받기 희망해
3월 중 종합지원대책 추진
쿠키뉴스 자료사진
# 보통 일어나서 휴대폰으로 SNS 하다가 밥먹고 집안일이나 할 일 있으면 하고. 평소 외출은 거의 잘 안하고 집에서 책읽고 아니면 잠을 많이 자요. 스트레스 회피성으로. (고립은둔 여성 A, 30대)

# 생활비가 제일 고민이죠. 돈이 떨어지면 뭐라도 해야 되니까 제일 고민이고요. 그런데 걱정인 게, 돈이 떨어지면 취업을 나가야 되는데 취업을 해도 1년 넘게 다녀본 적이 거의 없어요. (고립은둔 여성 B씨, 30대)

고립·은둔청년이 서울시에만 약 13만명에 달할 거란 조사결과가 나왔다. 

18일 서울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 비율은 4.5%로 추정됐다.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하면 고립·은둔청년은 최대 12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산출된다.

전국 청년(만19~39세 기준) 대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국내 고립·은둔청년은 약 61만명에 이를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시는 현재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상태에 놓인 자로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규정했다. 

‘은둔’은 현재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며 은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던 경우로 규정했다.

조사는 고립·은둔청년 규모 추정을 위한 가구조사(청년 상주하는 가구 대상)와 고립·은둔청년 전반적 생활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청년조사(서울시 일반청년 대상)로 나누어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또 실제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당사자와 지원기관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조사가 병행됐다. 


고립·은둔생활 만든 최대 원인은 취업난


청년을 고립·은둔에 빠지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실직과 취업 어려움(45.5%)이었다. 심리⋅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거나(40.9%),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워하는 청년도(40.3%) 많았다. 

고립·은둔청년은 서울시 청년 전체 평균보다 성인기 전후로 더 많은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지인으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 등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성인기 이후에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했거나(64.6%)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60.7%) 등 주로 취업 실패 경험을 안고 있었다. 

고립·은둔청년 중 55.6%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었다.

응답자 28.1%는 이런 생활을 1년 이상~3년 미만 기간 동안 지속하고 있었다. 이어 △3년 이상~5년 미만(16.7%) △10년 이상(11.5%) 순이었다. 은둔 생활을 5년 넘게 한 청년 비율도 28.5%로 집계됐다. 


사회⋅경제적 수준 보통 보다 낮다고 생각해


고립·은둔청년 중 본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보통 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64.7%였다. 이는 일반청년 응답(31.4%) 대비 2배 이상이다.

또한 경제적 수준도 △매우 부족함(51.6%) △약간 부족함(33.5%)으로 나타나 일반청년(15.2%⋅35.6%)보다 큰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고립·은둔청년은 건강 상태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43.2%가 ‘신체적 건강상태가 나쁘다’고 응답했다. 이는 일반청년(14.2%)보다 3배 이상 높다. 

고립·은둔청년 중 18.5%가 정신건강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 또한 일반청년 8.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고립·은둔청년 10명 중 8명은 ‘가벼운 수준 이상의 우울(이중 중증수준 이상은 57.6%)’을 겪고 있어, 우울증 예방관리, 진단·치료 지원정책 연계 필요성이 확인됐다. 

고립·은둔청년 절반 이상은 고립·은둔 생활 극복 의지를 보였다.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를 묻자 55.7%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4명(43%)은 실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 고립 은둔생활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으로 △취미활동(31.1%) △일이나 공부(22.0%) △병원 진단 및 치료(15.4%) △심리상담(10.2%) 순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청년에게 필요한 지원방안으로 경제적 지원(57.2%)이 가장 높았다. 취미⋅운동 등의 활동(44.7%), 일자리나 공부 기회(42.0%), 심리상담(36.8%) 응답률도 높았다. 

20대는 취미⋅운동 등 활동이나 심리상담을, 30대는 경제적 지원을 많이 원했다. 경제적 지원도 ‘의식주 차원의 지원’을 ‘바우처 형태’로 받길 희망했다.

고립·은둔청년 자녀를 둔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방안으로 △고립과 은둔에 대한 이해 프로그램(22.4%) △부모와 자식 간 가족 상담(22.1%)이 높게 나타났다. 

가족은 고립·은둔청년 자녀를 이해하고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상담이나 교육을 주로 희망했다. 


서울시, 3월 중 종합 지원계획 수립


시는 조사 결과를 반영해 오는 3월 중 고립·은둔청년 종합 지원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학 전문병원과 함께 단순 상담에 의존해왔던 고립·은둔사업을 과학화하고 체계화한 사업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시는 청년 마음건강 정책과 통합하고 사업을 고도화한다. 

기존 마음건강 지원사업과 고립·은둔청년 사업 등을 한 개 체계로 묶어 △체계적 초기진단 및 유형분류 △심화상담과 프로그램 제공 △전문기관 연계 △사업평가 및 사후관리등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구축한다. 

시는 마음건강 비전센터(가)도 운영한다. 센터는 고립·은둔 청년 종합컨트롤타워로 △사업 참여자 지속 사후관리 △사업 성과평가 △전문가 자문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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