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쉴거면 여기 어때요?
코로나19 4년 차에 맞는 올해 설 연휴는 ‘거리두기 없는 명절’이 유지된다. 고속도로 휴게소 내에서 취식이 가능하다. 단순히 식사나 화장실을 위한 장소가 아닌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색 휴게소도 많다. 귀성·귀경길에 들러 즐기기에 좋다.
경기도 이천시 영동고속도로에 덕평자연휴게소가 있다. 휴게소 뒤쪽에 영동고속도로 폐도 구간을 포함해 4만6000여㎡(약 1만4000평) 규모의 잔여 부지를 일루미네이션 테마파크 별빛정원우주로 조성했다.
해 질 무렵 들르면 발길 닿는 곳마다 조명을 이용한 갖가지 조각과 설치 작품, 조형물이 반긴다. 어둠이 내리면 형형색색 전구가 불을 밝힌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동화 속 나라에 온 듯 착각에 빠진다. 반짝이는 전구를 걸쳐 입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설치미술 같다. 오른쪽 숲은 자그마한 전구들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듯 보여 ‘반딧불이숲’이라 불린다. 보라색 전구가 커튼처럼 드리운 곳도 있다.
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가든’에서는 누구나 동화 속 왕자와 공주가 된다. 전구로 만든 유럽의 화려한 궁전이 있다. 정각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화려한 불빛 쇼가 벌어져, 사랑을 고백하기에 맞춤한 곳이다.
로맨틱가든을 지나면 ‘별의바다’다. 바닷물 대신 푸른 별을 무수히 뿌려놨다. 전구가 물결치듯 점등을 반복한다. ‘터널갤럭시101’은 별빛정원우주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빛으로 조성한 터널에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은하수 속을 걷는 듯 환상적인 기분에 빠진다. 길이 101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아트큐브―오로라’ 등에서 예술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로맨틱가든 뒤쪽, 터널갤럭시101을 지나 만나는 야트막한 언덕에는 어른보다 훨씬 큰 토끼 조형물이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달토끼다.
동절기 이용 시간은 주간 오전 11시~오후 4시 30분, 야간 오후 5~11시다(연중무휴). 입장료는 주간에 별빛정원우주 본관 내 ‘카페 진리’에서 1인 1음료 주문 시 무료, 야간 어른(14세 이상) 1만 2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과 강릉 방향은 물론, 국도42호선과 이천시도12호선을 이용해 국도 전용 주차장으로 출입할 수 있다.
강원도 인제군 서울양양고속도로 내린천휴게소는 ‘V자형’ 건물에 국내 최초 상공(上空)형 휴게소다. 밖에서 보면 휴게소는 곧 날아갈 비행기 같다. 휴게소 밑으로 차가 다니고, 도로 위 공간에서 사람들이 웃으며 이야기한다. 내부 인테리어와 외부 디자인도 독특하다. 휴게소 안에서는 유리창으로 그윽한 산세를 감상하고, 옥상 전망대에서는 깨끗한 공기와 함께 강원의 자연을 온몸으로 누릴 수 있다. 휴게소 내 환경 전시관인 백두숨길관은 국내 터널 중 가장 긴 인제양양터널 건설 과정과 백두대간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휴게소 음식도 다른 지역과 구별된다. 인제에서 키운 콩을 이용한 두부 요리와 용대리 황태로 만든 황태정식이 인기다. 죠스떡볶이, 던킨도너츠 등이 입점했다.
충북 단양에 위치한 중앙고속도로 단양팔경휴게소는 알찬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거리로 쉼터 이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상행선(춘천 방향) 휴게소에는 국보급 문화재가 숨어 있으며, 별미 마늘왕돈가스를 맛볼 수 있다.
휴게소 건물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198호)와 단양 적성(사적 265호)을 만난다. 신라 적성비는 진흥왕이 단양 일대 고구려 영토를 차지한 뒤, 공을 세운 인물들을 치하하며 세웠다. 당시 축성된 단양 적성은 둘레가 약 900m에 이르는 산성이지만, 지금은 안쪽 성벽 일부만 남았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내려오면 남한강 물길이 이어진 충주호 전망이 보상처럼 뒤따른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른 휴게소에서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는 여행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휴게소 뒤쪽으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이 여느 전망대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휴게소에서 금강 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금강 쪽 테라스에 있는 ‘사랑의 그네’는 금강휴게소에 놀러온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난간 쪽 철조망에 이들이 사랑을 염원하며 매단 자물쇠가 보인다.
금강휴게소의 별미는 도리뱅뱅이다. 작은 민물고기를 기름에 튀긴 뒤 고추장 양념으로 조리는데, 금산과 옥천, 영동, 무주 등 금강 유역의 마을에서 접하기 쉬운 음식이다.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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