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A급 아냐"…효성화학 충격 딛고 수요예측 `숨통`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앵커>
올해 들어 온기가 돌던 회사채 시장이 신용등급에 따라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용등급 A급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회사채 조달에 나선 효성화학은 수요예측 0건의 부진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비우량등급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녹록치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취재 기자 통해 자금 시장 진단해보겠습니다.
연초 기관들의 자금이 풀리면서 기업들에게도 숨통이 트일 거란 기대가 많았는데,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예외인 모양이군요?
<기자>
대기업 그룹 계열사임에도 효성화학이 회사채 자금 조달에 실패한 건 두 가지 요소로 볼 수 있습니다.
신용평가 등급 기준 `A0`에 `부정적 전망`까지 붙어 투자은행업계에서 일찌감치 낮은 성적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많았습니다.
등급평가 기관인 한국신용평가는 효성화학이 영업환경 악화로 인한 수익 둔화, 수요위축을 겪을 것으로 보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는데, 분기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재무 부담을 감수하고 투자할 기관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효성화학은 민평(신평사 제시금리)보다 1% 높은 6% 중반의 금리를 투자자에게 제시했지만, AA만 담을 수 있는 채안펀드 자금도 외면하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실패했습니다.
같은 날 AA+ 우량 등급인 LG화학은 회사채(56회차) 4천억원에 3조 8천억원의 자금이 몰렸는데, 발행금리를 오히려 0.5% 정도 더 낮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연기금과 대형 투자기관들이 자금 집행에 나서는 `연초 효과`로 시장에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금리 수준보다 경기둔화 위험을 피해 자금을 운용할 곳에만 쏠림이 가중되는 상황으로 진단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상대적으로 덜 우량한, A등급이라고 해도 다 같은 건 아닌 모양입니다.
오늘 비우량채로 하나에프앤아이(A0), 신세계푸드(A+),제이티비씨(BBB0),가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A등급 두 곳에 자금이 몰렸다고 합니다. 무슨 차이가 있는 겁니까?
<기자>
A등급인 신세계그룹 계열의 신세계푸드, 하나금융지주 산하 부실채권 중개회사인 하나에프앤아이가 수요예측에서 모두 기관 자금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인 신세계푸드(A+·안정적)는 모집액 3배 가까운 자금이 몰렸고, 당초 800억원 발행을 계획한 하나에프앤아이(F&I, A0·안정적)는 6천억원 가량의 투자자금 유입으로 1,600억원까지 증액을 검토하는 중입니다.
비우량채에 투자하는 운용사 자금이 풀리면서 BBB급인 제이티비씨도 일부 발행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늘 수요예측에 성공한 두 곳은 공통적으로 효성화학과 같이 비우량등급으로 불리지만, 향후 등급이 개선될 기대감이 큰 곳들입니다.
그러니까 올해 하반기 기업들의 실적 감소, 경기 전반의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큰 데도 이와 관계없이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가령 하나에프앤아이라는 기업은 불황에 크는 기업, 신세계푸드는 필수적인 식자재와 연관해 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이라는 겁니다.
하나에프앤아이는 NPL이라고 하는 통상 원금과 이자를 3개월 이상 상환하지 못한 부실채권을 싼값에 떼어다가 조금 양호한 대출들과 묶어서 시장에 매각하는 부실채권 도매상인데 지금처럼 금리가 뛰고 경기둔화가 다가올 때 크는 기업입니다.
신세계푸드는 리오프닝 이후 식자재 수요 증가, 단체급식 등을 통한 수익 회복으로 재무적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보니까 회사채 발행시장에서도 실적과 전망에 따른 차별화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달 마지막 A급 회사채 발행인 두 기업이 흥행에 성공한 영향으로 다음 달부터 이어질 비슷한 등급인 기업의 자금조달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업계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해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였습니다만 올해는 분위기가 확연이 다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를 일일이 선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직 일반 투자자가 장외에서 비우량채권까지 투자하기엔 이르다고 봐야할까요?
<기자>
증권사들이 잔존 만기가 1년 안팎인 채권을 떼어다가 개인들에게 고금리에 파는 특판 상품이 이미 조 단위의 수요를 형성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량한 등급에 한정된 상황으로 보입니다.
어제 리포트로 전해드린 삼성증권의 연 5% 후반대 A급 회사채 특판도 현대비엔지스틸은 판매가 저조해 SK렌터카로 변경하고서야 수요를 흡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비우량채에도 개인들 자금이 모이고 있지만, 우량채가 소화되는 속도에 비하면 매우 더딘 속도인 겁니다.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도 비슷해서 BB+ 이하 정크본드 또는 하이일드채권으로 불리는 채권에 기관들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글로벌 자산운용사 채권 매니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이 아직 남아 있고, 연초 2주 정도의 짧은 기간 분위기만으로 시장이 확연히 돌아섰다고 판단해선 안된다고 유보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앵커>
자산시장이 모처럼 회복하는 국면으로 보입니다만 국내 경기 흐름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아직 투자를 미루고 있는 경우라면 어떤 시점에, 어떤 변수를 감안해야 손해를 줄일 수 있을까요?
<기자>
채권금리는 올해 들어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지난해 하반기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이미 평가 차익을 보고 있기도 합니다.
국고채 3년물은 지난해 10월 연 4.5%대에서 연 3.4%선으로, 같은 기간 회사채 무보증 3년물 금리 역시 연 5.7% 수준에서 4.6%까지 내려왔습니다..
문제는 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이 운영자금과 새로운 투자처에 자금을 쓰는 반면 대부분의 AA- 이하 기업들은 채무 상환에 집중되어 있다는 겁니다.
자금 상황이 더 나빠질 위험이 남아 있다보니 등급에 따라 투자 시점에 따라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게 증권업계 채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우선 올해 채권으로 고정 수익을 확보하는 투자자들은 2년 미만에 5% 안팎 우량한 등급이라면 고민할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다만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국고채와 같은 3년 이상 기간 투자해야 하는 상품을 지금 추격 매수를 하기에 위험이 크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오늘만해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변경 가능성으로 국채금리가 민감하게 움직인데다
아무래도 다음 달 초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을 위험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회사채를 중심으로 투자하더라도 등급에 따라 분산해야 하고, 다음 달에 나올 A급 기업들의 추가적인 발행 상황과 1분기 기업들의 실적을 점검할 필요도 있습니다.
연초 효과로 채권 시장에 자금 유입과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채권 시장의 온기 확산을 확신하려면 다음 달 시장 상황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김종학 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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