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거래소, 자체 야간파생시장 개설 착수

문형민 기자 2023. 1. 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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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문형민 기자]
<앵커>

정규시장이 종료된 이후에도 선물과 옵션을 거래할 수 있는 파생상품 야간시장.

그동안 해외거래소와 연계하는 형태로 운영됐지만, 이제 한국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야간시장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관련 팀을 꾸리고 시스템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문형민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현재 정규시장 이후 일부 파생상품을 거래하려면 Eurex(유럽파생상품거래소)를 이용해야 합니다.

2020년까지는 미국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도 연계돼 두 곳의 거래소를 통해서 거래해왔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그 당시만 해도 한국시장이 작은 시장이고 지금도 여전히 글로벌로 본다면 작은 시장이지만 그때보다는 위상이 올라갔잖아요. 어느 정도 규모가 큰 시장들은 (파생상품 야간시장을) 자체 운영하지…]

이처럼 우리나라는 아직도 파생상품을 야간 거래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이 부재한 상황.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독자적인 야간 파생시장을 개설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한국경제TV 취재결과, 거래소는 최근 관련 팀을 만들고 인프라 마련에 본격 착수했습니다.

거래소에 매매 시스템을 제공하는 코스콤도 신규 시장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직접 운용하는 파생상품 야간시장이 생기더라도 당분간 Eurex와의 연계는 지속될 예정입니다.

국내투자자에게 거래편의성을 보장하면서, Eurex로 유입되는 해외투자자도 잡겠다는 겁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시장을 만드는 것 자체는 뚝딱 뚝딱 처리 되는 게 아니어서…거래소만 개발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모든 증권사라든지, 증권금융이라든지, 예탁원이라든지 다 맞물려져 있잖아요.]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직접 운용하는 파생상품 야간시장은 이르면 내년 이후 출범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문형민입니다.

<앵커>

이 내용 단독 취재한 증권부 문형민 기자와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문 기자, 이러한 야간 파생시장이 글로벌 주요 거래소 가운데 우리나라만 없다고요?

<기자>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요.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거래소도 자체적인 야간 파생시장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와 싱가포르는 우리나라보다 주식 및 금융상품 시장 규모가 작은데도 우리나라와 달리 야간 파생시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의 CME의 경우, 거래는 오전장, 오후장, 야간장으로 구분돼 모두 23시간 매매가 가능한데요.

상품군마다 야간 거래 시각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상품이 우리 시각 기준으로 오전 7시까지 거래됩니다.

아시아를 살펴보자면, 홍콩의 HKEx가 새벽 12시 45분까지, 또 싱가포르의 SGX는 새벽 3시까지 매매가 가능합니다.

일본의 OSE와 호주의 ASX의 경우 각각 오전 5시 30분, 오전 6시까지 파생상품 거래가 진행됩니다.

<앵커>

그렇군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자체적인 야간 파생시장이 생길 예정이잖아요.

사실 현재 Eurex와의 연계를 통한 야간거래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단 말이죠.

왜 자체적인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할 것 같습니다.

<기자>

현재 해외거래소와의 연계를 통한 야간거래의 가장 큰 문제는 ‘중복 규제’인데요.

우리나라와 해외 금융 규제, 그리고 국가별 증권거래 회원 규정을 모두 따라야 합니다.

투자자들의 신규 또는 추가 접근을 가로막을 수 있는 잠재적인 벽이 있는 겁니다.

<앵커>

이런 문제가 실제로 발생한 적이 있었다고요?

<기자>

네, 2020년까지 Eurex와 함께 야간 연계 거래를 지원했던 CME의 경우 이런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2020년 4월, CME에서 코스피200 선물 야간거래가 중단된 적이 있는데요.

그 당시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 비중이 3개월 연속 30%을 넘은 게 발단이었습니다.

미국 상품거래법에 따르면 어느 지수에서 한 종목이 30%를 초과하는 일수가 최근 3개월간 45일을 넘기면 CFTC(상품거래위원회) 단독 규제에서 SEC(증권거래위원회)와 CFTC 공동 규제로 변경됩니다.

이렇게 공동 규제로 바뀌게 되면, 상장 당시 이미 충족했던 CFTC 요건과 별개로 SEC 요건도 새로 따라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설명 듣고 오시죠.

[남길남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당시) 삼성전자 비중이 너무 커져서 코스피200에 차지하는 30%를 넘고 이러면 우리는 규정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었는데, 미국 규정에서 규제 당국이 바뀌어야 돼요. 기존까지는 CFTC 규제였는데, 30%가 넘어가면 SEC 규제도 받아야 해요. 모든 규제 요건들을 처음부터 다시 등록을 받아야 하는데…(이처럼) 규제 위반이거나 저촉이 될 가능성이 (계속) 커지니까 지속적으로 사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앵커>

중복 규제를 피하고 또 상품 거래가 중단되는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서 자체적인 시장이 필요하겠습니다.

독자적인 야간 파생시장의 부재, 또 다른 문제가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해외거래소와 연계하다보니 다양한 파생상품들을 즉시 출시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현재 야간에 거래할 수 있는 파생상품 수는 현저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코스피200옵션을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이 지난 2010년부터 거래를 개시한 이후, Eurex 연계거래 대상인 KRX파생상품은 모두 5개에 불과합니다.

특히 코스피200 위클리옵션, 미국달러선물, 코스피200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은 최근 2년 안에 새로 개시된 거고요.

더 다양한 상품을 야간에 거래하고 싶어도 Eurex와 연계된 게 적다보니 투자자의 선택권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 수요는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Eurex와 연계된 야간시장 상품별 정규시장 대비 비중을 살펴봤습니다.

코스피200옵션의 경우 이 비중이 2021년 3.1%에서 지난해 5.3%로 증가했고요. 미니코스피200옵션과 코스피200선물은 1년 사이 두 배 이상 비중이 확대됐습니다.

그만큼 파생상품에 대한 야간거래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투자 상품이 부족하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자체적인 시장이 생기면 우리 당국의 규정을 따르게 되니, 야간 거래가 가능한 새로운 파생상품들이 보다 수월하게 나오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또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CME가 최대 23시간, 일본의 OSE와 호주의 ASX의 경우 21시간가량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한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KRX 정규시장과 Eurex 연계 야간 파생시장을 통해 국내 투자자가 거래할 수 있는 시간은 모두 17시간정도입니다.

이 시간을 자체적으로 더 늘릴 수 있는 거고요.

그렇게 될 경우 우리 시간으로 밤이나 새벽에 발생하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이슈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대응하기 더욱 쉬워집니다.

[남길남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야간 선물, 또는 야간 파생상품에 대한 수요는 엄청 커요. Fed(연준)에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할 때 거래 수요가 엄청 크거든요. 새벽 2시나 3시, 그때 야간 코스피 선물에 대한 엄청난 거래량이 있어요. 이벤트가 있을 때 헤징을 하거나 트레이딩 할 유인들이 엄청 큰데 사실 그것들을 제대로 살리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죠.]

<앵커>

얘기를 들어보니 야간에도 거래가 가능한 자체 파생시장이 필요할 만 하네요.

<기자>

맞습니다. 앞서 설명한 파생상품의 수와 거래시간의 확대는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꾀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야간 파생시장에 진입하고 투자할 만한 유인이 생기는 거고요.

그렇게 되면 결국 외국인 투자금이 우리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당연히 커지게 됩니다.

여기에 정부와 서울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새벽 2시까지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하기도 했죠.

원화를 거래할 수 있는 시간이 외국인 입장에선 너무 한정적이라는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국 ‘외국인의 자유로운 자본시장 진입’은 MSCI 선진국 지수 가입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부의 자본시장 핵심과제로 여겨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도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문형민 기자였습니다.


문형민 기자 mhm94@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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