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또 오라니 가지만, 주중엔 일해야...28일 토요일 檢출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대장동 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소환 통보에 오는 28일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으면서, 사적 이익을 위해서 검찰권을 남용하는 일부 정치검찰을 국민이 지켜보고 있고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 잘못도 없는 제가, 또 오라고 하니 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이 출석일로 제시한 이달 27일과 30일이 아닌 다른 날짜를 골랐다. 이 대표는 “검찰은 정치보복, 사건조작, 정적제거 하느라고 미제 사건이 쌓여도 아무 상관 없겠지만, 저는 국정과 당무를 해야겠다”며 “주중에는 일을 해야겠으니 27일이 아니라 28일 토요일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한 출석 시간은 28일 오전 10시 30분이라고 민주당은 밝혔다.
이 대표가 28일 검찰에 출석하면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지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지 18일 만에 또다시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당초 당 지도부에선 출석 반대 의견이 많았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무도한 행보에 대해서 호락호락 대응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많다”고 전했다. 장경태 최고위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출석 여부와 상관없이 어차피 피의사실을 공표할 것”이라며 “이 대표의 출석을 극구 반대한다”고 적었다.
지도부 만류에도 이 대표가 출석을 결정한 건, 설 연휴 기간 여론전에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은 이날 통화에서 “설 연휴 이전에 검찰 출석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검찰에서 계속 이 대표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서 출석에 불응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 거라고 봤다”며 “그런 차원에서 당당하게 임하겠다는 게 이 대표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이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앞서 성남지청 출석 당시 검찰의 ‘야당 탄압’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당내 이견이 줄어들었다는 게 이 대표 측 분석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의 탄압을 온몸으로 정면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지지층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오히려 결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은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편파적 권력 남용”, “독재적 행태” 등 강한 어조로 검찰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검찰 권력 행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공평함과 정의로움”이라며 “그러나 오늘 우리의 검찰은 공정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참으로 뻔뻔하고 국민이 뭐라 하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독재적 행태”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대장동 사건에 대해 “회사 사장처럼 시장, 군수, 시·도지사가 돈을 버는 게 의무인가”라며 “공공개발하지 않고 민간에 개발 허가해준 수많은 시·도지사, 시장, 군수, LCT의 부산시장, 양평 공공지구 양평군수는 그러면 배임죄인가”라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서울중앙지검 출석 때는 현장에 나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우리 당 국회의원 여러분들은 애정도 관심도 많으시지만, 그 시간에 당무에 충실하시라”며 “제가 변호사 한 분 대동하고 가서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민주당 의원 40여명이 이 대표와 동행하자 국민의힘에선 “정말 괴이하고도 어이없는 풍경”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에 대해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지방 권력을 이용해 토착 비리 세력과 결탁했던 자신의 범죄 혐의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이 대표는 오늘도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표의 어록에 기록된 말은 얼마 못 가서 모두 거짓이거나 허세임이 드러났다”고 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헷갈리는 '부부의 세계'...'남편 수상해' 폰 몰래 보면 무죄? 유죄? | 중앙일보
- “내 남편의 바람을 고백합니다” 이래야 아옳이가 돈을 번다 | 중앙일보
- 영국팬 80% “선발서 빼라”…손흥민, 정말 괜찮은거야? | 중앙일보
- [단독]한동훈 "'변태들의 마을' 봐라"…간부들에 꺼낸 다큐 2편 | 중앙일보
- 죽어서도 냉장고에 방치됐다…치매 아버지 사망 전 '악몽의 넉달' | 중앙일보
- "시한폭탄 깔고 앉은 14억명"...인구로 中 제치는 인도의 고민 | 중앙일보
- "군 신체검사 1급인데, 경찰 채용 탈락" 꿈 잃은 색약자의 눈물 | 중앙일보
- 주인은 카드 쳐다봐서 싫어요...알바 편의점만 가는 결식아동 | 중앙일보
- '연 판매 0대' 현대차 굴욕? 수입차에 PHEV 안방 내준 속사정 | 중앙일보
- 목숨 걸고 무단횡단해야 갈 수 있다…유족 울린 '위령비 비극'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