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밀 있어요?" 약국 대란…갑자기 귀해진 국민 변비약, 왜
“마그밀 파는 약국이나 구입처 아는 분 있나요?”
지난 8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지마비를 앓고 있다는 한 환자가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변비 때문에 마그밀을 처방받아 먹었는데, 생산이 중단돼 처방이 안 된다”며 도움을 청했다. 10일에도 지역 한 맘 카페에 “마그밀이 다 품절”이라며 파는 약국을 수소문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약을 공급하는 삼남제약 홈페이지에도 마그밀 판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마그밀은 수산화마그네슘 성분의 제산제다. 그런데 변비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변비약으로 많이 처방된다고 한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약국이사는“제산제 효과도 있지만, 90% 이상은 변비약으로 쓰인다”라며 “배변 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주로 처방받는다”고 말했다.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임신부와 암환자 등도 많이 찾는다. 숙변을 제거해준다는 이유로 단식인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단식 전 필수템(필수 아이템)’으로 불린다. 마그밀은 한 알당 가격이 18원(조제용)으로 저렴한 데다, 보험까지 적용돼 장기 복용 환자가 많다는 게 약국가 얘기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 약이 귀해진 건 지난해 원료(수산화마그네슘)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긴 탓이다.
삼남제약 관계자는 “지난해 8~9월경 원료를 납품받던 일본 업체로부터 물량을 못 준다는 통보를 받았다”라며 “당시 생산이 1, 2주 정도 중단됐었고, 그 전후로도 생산 물량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급히 이스라엘의 새로운 원료사를 확보하면서 생산을 재개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수요를 맞추기엔 역부족이란 게 제약사 얘기이다. 이 때문에 수개월 째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남제약 관계자는 “이 사태가 있기 전에 조제용으로 월 4만~5만병 정도를 생산했고, 이달(1~18일)에도 벌써 5만병을 생산해 내보냈는데 밀린 수량이 워낙 많다”라며 “부족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려면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공급은 재개됐지만 큰 약국 위주로 약이 공급되다 보니 여전히 작은 약국 쪽으로는 못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사회 측이 급한 불을 끄려 전국 2만3000곳 약국의 신청을 받아 수요가 있는 1만4500곳(63%)에 최근 마그밀 1병(1000정)을 일단 뿌린 상태다. 민필기 이사는 “작은 약국은 언제 약이 올지 모르는 응급상황이라 제약사와 협의해 1만5000병을 우선 약사회에 공급해달라고 했고 각 약국에 공급했다”라며 “한 환자가 500~1000알씩 대량 처방해 가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일반 동네 약국에선 이 물량으로 한, 두 달 정도는 일단 숨통을 틀 수 있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마그밀은 최근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아세트아미노펜(해열제)처럼 흔히 쓰는 약이지만 20여 가지 대체품이 있는 아세트아미노펜과 달리, 대체품이 3개 밖에 되지 않아 공급 어려움이 더 커졌다는게 약사회 설명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료 약의 자급도 문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번처럼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민필기 이사는 “원료 의약품은 중국, 일본, 인도 의존도가 높다”라며 “약값이 낮으면 그만큼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 만큼 해외 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평균 원료 의약품 자급률은 28%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고질적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도마에 올랐다. 당시 “항생제, 해열제, 항염증제에 쓰이는 원료 의약품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보건에 큰 위협”이라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식약처 관계자는 다만 “국내 제약사가 원료를 만든다고 해서 공급 이슈가 없다고 보장할 수 없다”라며 “국가필수의약품 위주로 국산화를 지원하고 향후 이를 확대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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