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인기에, 해외 수요까지…기아, 43년 만에 픽업트럭 만든다
기아가 최근 노사 합의로 오토랜드 화성(옛 화성공장)에서 픽업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내년 12월 양산 목표인데, 이 계획대로라면 1973년 출시했다가 1981년 단종한 픽업트럭 모델 브리사 이후 43년 만의 생산 재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 13일 열린 고용안정소위원회에서 중장기 고용 안정을 위한 물량을 확보하자는 이유로 새로운 픽업트럭 모델을 오토랜드 화성에서 생산하는 데 합의했다. 현대차그룹이 40여 년 만에 픽업트럭 생산을 결정하게 된 건 최근 캠핑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 수출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세제 혜택받는 픽업트럭
현대차는 2021년부터 북미 수요를 겨냥해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개발, 미국 공장에서 생산 판매하고 있다. 싼타크루즈는 지난 한 해 미국에서 3만6480대가 팔렸다. 2021년(1만42대)에 비해 3배로 성장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한 픽업트럭을 미국에 수출할 경우 2041년까지 관세가 25% 붙어 기아에서 생산할 픽업트럭은 당장 수출이 어렵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면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수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세제 혜택도 픽업트럭 국내 생산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픽업트럭은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간 자동차세가 2만8000원에 불과하다. 신차 구매 시 차량 가격의 3.5%를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도 면제된다. 취득세는 5%로 승용차(7%)보다 낮은 수준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2020년 3만8929대에서 2021년 3만902대, 지난해 2만9685대로 다소 주춤한 추세다. 하지만 국내 대표 픽업트럭 모델인 쌍용자동차 렉스턴스포츠의 지난해 판매량(2만7962대)은 전년 대비 12.9% 증가해 향후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렉스턴스포츠는 지난해 전체 픽업트럭 시장에서 94.1%를 차지했다. 국군 지휘 차량으로도 공급되는 모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영국에서 ‘최고의 픽업’으로 선정되는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수입차 업체도 올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GM은 쉐보레의 콜로라도에 이어 프리미엄 레저용차량(RV) 브랜드인 GMC를 추가로 도입한다. 또 초대형 픽업트럭 모델인 시에라 드날리를 올해 초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기아의 모하비 기반 픽업트럭의 시범 모델이 지난해 11월 국내 도로에서 달리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쌍용차가 주도하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픽업트럭 인기
픽업트럭은 전기차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을 지난해 4월부터 본격 생산 중이다. 지난해 F-150 라이트닝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주가가 20여 년 만에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미국에서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리는 리비안은 지난 한 해 R1T라는 픽업트럭을 주력 모델로 내세워 2만332대를 팔아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 2.6%를 기록했다. 테슬라도 전기 픽업트럭 모델인 사이버트럭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지붕이 있는 다른 모델보다 튜닝이 쉽기 때문에 남들보다 다른 차를 갖고 싶은 MZ세대도 픽업트럭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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