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시중금리 하락하더라도 내림폭은 당분간 제약적일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시중금리 하락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내림 폭은 당분간 제약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는 올라도 2~3년물 국채 금리는 떨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물가가 떨어지고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면 단기금리보다 중장기 금리가 떨어질 거라고 예상한다. 자연스럽게 (2~3년물 국채) 금리가 내려가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포인트 올렸지만, 이날 1년물을 제외한 다른 국고채 금리는 모두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시장에선 금리 인하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올렸을 때 시장금리, 특히 2~3년 국채 금리가 떨어진 것을 보고 이건 잘못된 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걸 봤는데 나는 예상했던 바”라며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올린 이상으로 시장금리가 많이 올라갔다가 안정되면서 시장 전반에 리스크 프리미엄이 떨어졌고, 이에 따라 국채 금리도 같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요인으로 중국 경제 회복 등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 수출 악화, 부동산 시장 경착륙 등을 꼽았다. 이 총재는 특히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에 실패할 경우 가계 대출 연체율이 높아져 금융시장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금융기관 건전성으로 볼 때는 어려운 시기일 수 있지만 위기가 올 거라고 과장해서 이야기할 것도 아니다”라며 “한국은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부동산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약점이 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은이 정부와 함께 부동산 연착륙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이 총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주요국과 비교한 한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을 주제로 주요국과 한국의 공통점ㆍ차이점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저금리 환경 및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빠르게 증가한 한국의 가계부채 비중(GDP 대비 105% 수준)이 금융시스템 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한국은 단기 부채 및 변동금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더 복잡하다”고 짚었다. 한은에 따르면 만기 1년 이하의 가계부채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며, 지난해 11월 말 기준 가계부채의 77%가 변동금리다. 이 총재는 “이에 통화 긴축 및 주택 가격 하락에 대한 소비지출 및 경기의 민감도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는 국가별로 통화정책이 차별화되는 가운데,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부문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유지한다면서도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ㆍ금융 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ㆍ상쇄)도 면밀하게 고려하겠다”고 했다. 지난해와 달리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함께 살피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 남편의 바람을 고백합니다” 이래야 아옳이가 돈을 번다 | 중앙일보
- 죽어서도 냉장고에 방치됐다…치매 아버지 사망 전 '악몽의 넉달' | 중앙일보
- "천재 아닌데 독특했다" 노벨상 1순위 오른 서울대 전설의 남성 | 중앙일보
- '축구 영웅' 박항서 보내는 베트남의 선물…'평생 항공권' 줬다 | 중앙일보
- 권민아 "돈 입금한 게 아니다"…5000만원 명품백 사기 전말 | 중앙일보
- 축구 생중계 중 야릇한 여성 소리…BBC 뒤집은 방송사고 범인 | 중앙일보
- "날 50대로 보더라"…90세 가천대 총장이 밝힌 인생의 기적 | 중앙일보
- 마스크 쓰랬더니 "연예인이라 지적하냐"…유명가수 KTX 난동 | 중앙일보
- '6740만원 BMW' 내놓은 편의점…실제 설 선물로 팔렸다 | 중앙일보
- 車 블랙박스 방향 바꿔논 아내…불륜 증거 잡았는데 유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