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포기…금융당국 압박에 꺾였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연임 도전 마음을 꺾었다. 우리금융의 숙원이던 완전 민영화와 사상 최고 실적을 이뤘지만,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과 금융당국의 압박에서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우리금융 차기 회장 선임 절차도 본격화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앞으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며 “향후 우리금융이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위기 극복에 일조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징계를 내렸다. 문책 경고는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도 업무 일부정지, 과태료 76억60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손 회장이 연임을 하려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해서 징계 효력을 정지시키고, 징계 취소 청구 소송까지 진행해야 했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라임 사태에 대한 손 회장의 책임을 강조하며 거취를 압박해 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 회장이 라임 사태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 제기를 검토한 것에 대해 “차기 회장이나 은행장이 결정하는 게 공정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손 회장 개인으로서 법률적 결정을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문제지만, 결국 소송 주체는 우리은행이 될 것이고 이는 손 회장이 발표할 게 아니라 은행 이사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결국 (손 회장) 개인의 이해관계와 관련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독립된 다음 회장 또는 우리은행장이 하는 게 상식 선에서 더 공정해 보인다”고 했다.
임추위는 이날 오후부터 10명 안팎의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한 뒤 오는 27일쯤 2~3명으로 추린 2차 후보군(숏리스트)를 선정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측은 “자회사 대표, 지주·은행 일부 임원, 해외 법인장 등 내부 출신 약 20명과 외부 후보 10명에 대해 선정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내부 출신에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 출신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우리금융 주주총회는 통상 3월 말 열리는데, 최소 21일 전에 소집통지가 이뤄져야 한다. 임추위는 그 이전에 차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를 선정해 추천해야 하므로, 늦어도 2월 중에는 최종 후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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