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대장동 일당' 압박 카드되나…세율 15.4→5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8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출석을 예고한 가운데, ‘증여세’ 카드가 대장동 일당의 수사 협조를 압박할 수 있는 검찰의 새로운 카드로 떠올랐다.
증여는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유·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무상으로 재산을 받는 경우뿐만 아니라 현저히 낮은 대가를 받고 이전하는 경우도 증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대장동 사업을 통해 천화동인 1~7호가 얻은 수익에 대해 증여세 적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천화동인 1~7호는 화천대유의 자회사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그 일당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김씨와 대장동 일당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로 4040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김씨와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사업을 주도한 이들 외에도 언론인 출신 배모 씨, 김씨의 누나와 배우자 등은 각각 1000만원 안팎의 투자금으로 100억원대의 배당이익을 거뒀다. 배씨는 2020년 9월 시가 약 79억원으로 추정되는 부산시 기장군의 한 건물을 천화동인7호 명의로 사들이기도 했다.
사업에 기여한 바도 낮으면서 현저히 낮은 대가를 지불해 1000배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면 소득세가 아니라 증여세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배당수익은 15.4%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증여세는 30억원 초과분부터는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증여세가 실제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사업상 기여가 없다면 증여로 볼 수 있지만 실제 과세를 위해서는 입증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수익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거나, 누군가 입막음용이나 대가를 위해 수익금 일부를 지불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돈을 받은 사람에게 증여세 적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액 확정은 국세청 소관이라 검찰 수사와 재판 전이라도 추가로 밝혀진 금전 거래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증여세가 오히려 대장동 일당의 진술 협조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업에 직접 관여했다면 범죄수익으로, 낮은 대가로 수익만 거둔 것이라면 증여세로 압박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장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빼돌리기 위해 가담한 것이라면 당연히 수사의 대상”이라며 “설령 투자라고 하더라도 증여세 카드로 ‘돈 다 뺏어 갈 수 있다’고 한다면 진술 협조를 끌어낼 수 있는 하나의 수사 기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훈·허정원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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