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4500억 횡령·배임’ 김성태 영장 청구…金, “실질심사 포기”
쌍방울 그룹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19일 김성태 전 회장과 양선길 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4500억원대 배임과 횡령, 사기적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 위반, 대북 외화 밀반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뇌물 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했고 양 회장은 배임과 횡령의 공범으로 봤다. 다만, 수사의 출발점이 됐던 김 전 회장과 쌍방울 그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압송 이틀째도 고강도 조사…‘선 구속’에 초점 둔 檢
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수사팀은 김 전 회장 압송 이튿날인 18일에도 12시간 넘게 조사를 이어갔다. 전날에 이어 김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고, 쌍방울이 대북 사업을 수주한 대가로 북한에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김 전 회장이 받는 배임·횡령 의혹의 개요는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쌍방울 재무담당 부장인 A씨를 시켜 계열사인 나노스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보유한 ‘제우스1호 투자조합’(이하 투자조합) 조합원들의 지분을 임의로 감액하거나 자신의 지분으로 변경하는 등의 방법으로 투자조합측에 총 4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다. 두번째는 자신이 실소유한 페이퍼컴퍼니가 나노스의 전환사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쌍방울의 회삿돈 30억원을 빼돌려 부당 지원(횡령)했다는 혐의다.또 검찰은 쌍방울 본사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매입 과정을 금융당국에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된 혐의도 영장 청구서에 기재됐다. 북측으로부터 지하자원개발 등 대북사업 우선권을 받는 대가로 북한에 640만 달러의 외화를 밀반출했다는 혐의(외국환거래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다. 이 과정에서 쌍방울과 북한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뇌물·정치자금을 건넸다는 혐의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지사의 공소장에 김 전 회장을 뇌물 공여자로 적시했다.
또 김 전 회장이 8개월간 태국으로 도피한 만큼 도망할 우려가 있고, 자신의 친동생과 쌍방울 직원들을 시켜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구속영장에 포함시켜 구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태, 영장실질 포기…“반성 차원”
김 전 회장 측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쌍방울 내부적으로 전환사채 거래가 있었던 것은 맞고, 일부 자금이 회사 밖으로 나간 것도 맞지만, 회사의 자금 순환을 위한 것이지 김 전 회장의 개인적 이익을 위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선 “절차상 위반은 인정한다”면서도 “당시 정부의 방침은 남북협력이었기 때문에 그런 맥락에서 민간 경협을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를 그만 둔 후에도 법인카드를 쓰도록 한 혐의에 대해선 “과거부터 지원하던 게 연장되면서 벌어진 일이지 대가를 바라고 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다만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대해선 자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김 전 회장 측은 “반성하는 의미와 수사에 성실히 응한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19일 김 전 회장을 직접 심문하지 않고 수사 기록에만 의지해 구속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도 쌍방울 압박…“혐의 조회공시”
검찰 수사 외에도 쌍방울그룹을 향한 압박은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는 쌍방울에 “(김성태) 전 회장의 횡령·배임 및 전환사채 발행 허위공시 혐의 관련 보도에 대한 조회 공시하라”고 요구했다. 허위공시 의혹은 김 전 회장이 쌍방울의 전환사채 200억원 어치를 사내 페이퍼컴퍼니가 인수하도록 하면서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 않아 자본시장법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쌍방울측은 “수원지검에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의 횡령·배임 및 전환사채 발행 허위공시 등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며 “추후 회사와 관련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즉시 또는 1개월이내 재 공시 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답변을 피했다.
허정원ㆍ최모란ㆍ김민중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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