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부지방 역대 최장 가뭄 기록…"기후변화로 빈도 증가"

정은혜 2023. 1. 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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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완도군 금일읍 척치제가 가뭄 장기화로 저수율이 떨어져 있다.[전남도 제공]

최근 남부 지방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남부 지방의 기상가뭄 일수가 역대 가장 오래 지속된 것으로 분석됐다.

18일 기상청이 발표한 '2022년 연 기상가뭄 발생 특성'에 따르면 지난해 남부 지방의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227.3일로 집계돼 1974년 기상관측망이 전국으로 확충된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2017년에 세웠던 종전 기록(162.3일)보다 두 달 이상 늘었다.

전국의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156.8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전국 기준으로 기상가뭄이 가장 길었던 해는 2015년으로 168.2일이다. 3위는 2017년(134.9일)으로 집계됐다. 기상가뭄은 6개월 누적 강수량을 이용한 표준강우지수가 -1(평년대비 65%) 이하일 때를 말한다.


“맑은 날 많고, 장맛비 중부에 집중”


지난해 남부 지방은 2021년부터 비가 적게 내린 데다가 여름철 집중호우가 중부 지방에 집중되면서 가뭄이 이어졌다. 2월 하순에 전남과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가뭄은 4월 중순에 경북으로, 5월 초순에는 전국으로 확대됐다. 다만 중부 지방은 6월, 8월, 10월에 강수량이 집중되면서 가뭄이 해소됐지만, 광주와 전라남도 지역은 연 강수량이 854.5㎜로 평년 대비 60.9%에 그쳤다.

기상청은 “지난해 봄철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맑은 날이 많아 전국적으로 강수량이 적었다”며 “여름철에는 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서로 발달한 상태를 유지해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저기압이 형성돼 비가 중부 지방에 집중된 반면, 남부 지방에는 충분한 양의 비가 내리지 못해 가뭄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로 가뭄 빈도·강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1일 오후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보길저수지에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지역의 물부족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관계자들과 저수지 주변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환경부]
남부 지방의 가뭄이 올해에도 이어지면서 환경부는 19일 ‘가뭄대책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비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주암댐 등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의 주요 댐이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 이전에 저수위에 도달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용수 수요와 공급 관리를 논의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영산강과 섬진강 권역에서 가뭄 단계로 관리 중인 4곳 댐(주암댐, 수어댐, 섬진강댐, 평림댐)의 저수량이 정상 수준까지 회복되기 위해서는 약 200∼250㎜ 상당의 강우량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나 기상청의 예보에 따른 예상 강우량으로는 4곳의 댐이 정상 수위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영산강의 하천수를 광주 용연정수장에 공급하는 비상도수관로 설치사업이 올해 3월부터 시험통수 될 수 있게 하고 주암댐에서 공급하는 급수지역을 장흥댐 급수지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가압장 설치공사도 조속히 완료하기로 했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점차 가뭄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1990년 이후 2~3년마다 크고 작은 가뭄이 빈번히 발생하는 추세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가뭄이 연중 해소되지 않는 상시화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지난해 가뭄이 기후변화의 영향 탓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환경부도 올해 안에 국가가뭄정보포털을 통해 가뭄 취약성(기후변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처하지 못하는 정도)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해 유독 심했던 남부지방의 가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더욱 가치 있는 기상가뭄 정보를 제공해 선제적 가뭄 대응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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