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 내 정서행동 위기학생 비상...‘단계별 대처’로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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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인 우진이는 수업시간 중 교실을 빠져나와 밖에서 배회하기 일쑤다.
지난해 좋은교사운동이 초중고 교사 약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정서행동 위기학생'은 한 교실당 평균 2명 가량 있는 상황이다.
서울남부초등학교의 문수정(여·52) 교사는 "그동안 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해 섣부른 추측과 판단으로만 일관했었다"며 "그러나 이젠 문제행동에 대한 진단을 통해 객관적 분석력이 생겼고, 감정적 소모는 줄면서 예방적 대처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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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행동지원 프로세스 시행
관찰·기록-조작적 정의-중재-재계획
“문제행동 객관적 분석력, 대처능력 향상”
초등학교 6학년인 우진이는 수업시간 중 교실을 빠져나와 밖에서 배회하기 일쑤다. 이유는 그때 그때 다르다. 수업에 흥미를 못 느끼고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그나마 점잖은 축에 속한다. 우진이는 화가 나면 교실에서 책상을 뒤엎고 친구들을 덮치기도 한다. 감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항상 난관에 봉착한다. 우진이를 잘못 제지시키면 아동학대로 고소당할 수도 있고, 제대로 막지 못하면 다른 학생들이 다치게 된다. 대처 미비로 교사는 물론 다른 학생들 모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일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한성준 대표)에 따르면 우진이처럼 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좋은교사운동이 초중고 교사 약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정서행동 위기학생’은 한 교실당 평균 2명 가량 있는 상황이다. 이 학생들이 보이는 구체적인 증세는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품행장애, 반항장애, 우울, 무기력 등이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소수의 해당 학생들로 인해 교실 전체의 분위기가 망가진다”며 “그럼에도 마땅한 지도 방법을 찾지 못해 마음 고생이 너무 심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긍정적 행동지원 프로세스’이다. 이는 단계별, 체계적으로 문제되는 학생들의 행동을 관찰, 분석하고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최근 좋은교사운동에 속한 26명의 교사들이 본인들의 학급에 있는 정서행동 위기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세스를 시행했다. 우선 1단계에선 행동 관찰 및 기록이 꼼꼼히 이뤄졌다. 2단계에선 문제행동에 대한 조작적 정의가 이뤄졌다. 이는 상황별로 문제행동을 규정하고 원인 분석 등을 하는 것이다. 가령 다른 사람들을 때리거나 책상을 엎는 행동 등을 신체적 공격으로 규정한 후 행동 원인은 자기과시(관심)로 분석했다.
3단계에선 중재 전략이 이뤄졌다. 무엇보다 대상 학생들이 향후 문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대체 행동’을 명확히 알려줬다. 가령 관심을 받고 싶거나 억울한 감정이 들면 교사에게 직접적으로 면담 요청을 하는 것이다. 이를 잘 따라줬을 때 적절한 보상도 이뤄지도록 했다. 4단계에선 수정 및 재계획이 이뤄졌다. 교사들은 중재를 거친 학생들의 행동을 본 후 그 결과를 생활교육지도안에 기록했다. 만약 부정적이면 새로운 중재 전략을 구상했다.
프로세스 시행 후 교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서울남부초등학교의 문수정(여·52) 교사는 “그동안 정서행동 위기학생에 대해 섣부른 추측과 판단으로만 일관했었다”며 “그러나 이젠 문제행동에 대한 진단을 통해 객관적 분석력이 생겼고, 감정적 소모는 줄면서 예방적 대처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탑동초등학교의 최경희(여·52) 교사는 “문제 행동을 적응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중재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며 “나아가 초기에 외적보상에 의해 유지되던 학생들의 행동이 점차 내적동기에 의해 변화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프로세스가 잘 정착하기 위해 보완돼야 할 측면이 있다. 특히 학교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만약 1년 이상 프로세스가 일관성 및 지속성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문제 행동이 오히려 심각해질 수 있다”며 “개별 교사들의 노력만으론 분명 한계가 있다. 사례관리위원회 설치 운영 등을 통한 학교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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