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의 반격.. 여자배구 4팀 'PO 전쟁' 다시 활활
[박진철 기자]
▲ ?GS칼텍스 강소휘 선수... 2022-2023 V리그 서울 장충체육관(2023.1.9) |
ⓒ 박진철 기자 |
IBK기업은행이 2팀 대결로 좁혀지던 여자배구 봄 배구 경쟁을 다시 '4팀 전쟁'으로 돌려세웠다. 그것도 플레이오프(PO) 경쟁 탈락 위기에서 3위 팀에 압승을 거두면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17일, 6위 팀 IBK기업은행은 3위 팀 한국도로공사에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예상 밖의 압승이었다. IBK기업은행은 모든 선수가 똘똘 뭉쳐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투지가 돋보였다. 반면, 기세에 눌린 한국도로공사는 무기력한 완패를 당했다.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도 이날 경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아쉬울 것도 없는 경기였다. 코트 안에서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를 정도의 경기였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경기 직전까지만 해도 IBK기업은행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전까지 4연패 중인 데다, 경기 내용도 매우 부진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이전까지 3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대체 외국인 선수인 캣벨(30·188cm)이 지난 6일 경기부터 출전하면서 공격력과 팀 분위기도 한층 상승세였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예상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여자배구 사상 최초 '준PO' 성사될까
이날 IBK기업은행이 한국도로공사에 승리하지 않았다면, 여러 측면에서 PO 경쟁에서 가장 먼저 멀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18일 오전 현재 V리그 여자부 순위표를 살펴보면, 1위 현대건설(20승2패·승점56), 2위 흥국생명(17승5패·승점51)이 중위권 팀들보다 크게 앞서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어 3위 한국도로공사(11승10패·승점32), 4위 GS칼텍스(10승11패·승점 31), 5위 KGC인삼공사(8승13패·승점26), 6위 IBK기업은행(8승14패·승점25) 순이다. 7위는 페퍼저축은행(1승20패·승점4)이다.
IBK기업은행이 여전히 6위이고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 더 치른 상태지만, 3위와 승점 차이가 7점으로 좁혀졌다. 남은 경기 수가 많기 때문에 충분히 봄 배구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다.
모든 팀들의 정규리그 1차 목표는 '봄 배구'다. '봄에도 배구하자'는 뜻의 봄 배구는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이상' 진출하는 걸 말한다. 준플레이오프는 정규리그 3위와 4위의 승점 차이가 3점 이하일 경우, 3위 팀 홈구장에서 단판 승부를 펼쳐 플레이오프 진출 팀을 결정하게 된다.
특히 올 시즌 여자배구는 중위권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V리그 역사상 최초로 여자배구에서 '준플레이오프'가 치러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중원 혈투, 살아남는 길.. '경기 기복' 줄여라
중위권 혈투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4팀 모두 '경기 기복'을 줄이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각각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캣벨의 합류로 공격력이 강화됐지만, 세터가 공격수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주전 세터인 이윤정의 토스가 느리고, 토스 폼이 상대 팀에게 쉽게 읽히기 때문에 공격수들의 득점 성공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체 멤버인 안예림 세터가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반면, 수비력은 7개 팀 중 최상급이다. 주전 리베로 임명옥과 아웃사이드 히터 문정원의 존재감 때문이다. 현재 V리그 여자부 리시브 부문에서 임명옥이 1위, 문정원이 2위를 달리고 있다.
GS칼텍스는 최근 상승세가 돋보인다. 올 시즌 V리그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현대건설, 흥국생명과 함께 3강 후보로 평가받았지만, 시즌 초반에 부진했다. 그러나 아웃사이드 히터 강소휘와 주전 세터 안혜진이 팀의 중심 역할을 하기 시작한 3라운드부터 경기력과 조직력이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만, 현대건설에게 유독 약한 '공현증' 극복이 숙제로 남아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게 5전 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3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 ?'득점 1위' 엘리자벳(KGC인삼공사) |
ⓒ 박진철 기자 |
KGC인삼공사는 '불가사의 팀'으로 불린다.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현대건설, 흥국생명과 함께 지금쯤 3강 구도를 형성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경기력이 들쑥날쑥하면서 팀 성적이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KGC인삼공사는 세터 염혜선,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 박혜민, 이선우, 미들 블로커 박은진, 정호영, 리베로 노란 등 무려 7명이 2021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세계선수권 대회 등에 출전 경험이 있는 대표팀 선수들이다. 부상으로 장기 결장한 노란을 제외하고, 나머지 6명은 올 시즌 정상적으로 출전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인 엘리자벳(24·192cm)도 올 시즌 여자부 득점 부문 1위, 공격 성공률 부문 4위를 달리며 최상급 활약을 하고 있다. 미들 블로커에서도 현대건설과 함께 7개 팀 중 최상급 높이와 기량을 갖추고 있다. 이는 현대건설 사례에서 보듯 V리그에선 매우 큰 강점이다.
결국 좋은 구슬이 서 말이나 되지만, 잘 꿰지 못하면서 명품 반열에 오르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자, 선수들 각자의 역할도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나이가 전반적으로 어리면서 위기 상황에서 자주 흔들리고, 그 때 중심을 잡고 이끌어갈 리더의 역할 등이 아쉬운 대목으로 거론된다.
IBK, 도로공사전 경기력·투지 지속 관건
IBK기업은행은 17일 한국도로공사에 압승을 거둔 경기력과 투지를 계속 이어가는 게 관건이다. 그래야 강팀들과 대결에서도 승수 추가를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전력 상승 요인도 있다. 부상으로 빠졌던 주전 리베로 신연경이 22일 경기부터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신연경은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IBK기업은행이 올 시즌 현재 여자부 7개 팀 중 수비 종합 1위, 서브 리시브 3위, 디그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수비력이 탄탄해진 핵심 이유가 바로 신연경 때문이다.
또한 산타나, 표승주, 김수지 등도 공격 부분에서 준수한 득점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만 주 공격수인 아포짓에서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김희진의 득점력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김희진과 교대로 아포짓을 담당하는 육서영의 역할 분담이 중요해졌다.
한편, 양효진의 현대건설과 김연경의 흥국생명이 경쟁하는 1-2위 싸움과 중위권 4팀까지 치열한 PO 전쟁을 펼치면서 올 시즌 V리그 여자부 흥행은 후반기에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4라운드 들어서 관중과 시청률 등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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