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실패’ 금융그룹 회장들 ‘물갈이’...우리금융 다음은?

조계원 2023. 1. 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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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사모펀드·횡령 등 문제 드러낸 금융권
금융그룹 회장들, 권한 막강하지만 책임은 회피
정부, 내부통제 실패 최고경영자 책임 기조
농협·신한·우리 CEO 교체, KB·하나도 수순

현 정부 들어 금융그룹 최고 경영자 교체가 계속되고 있다. 농협금융을 시작으로 신한금융, 우리금융그룹의 회장이 연임을 포기했다. 나머지 KB금융과 하나금융의 회장들 역시 나이와 세대교체 흐름 등을 고려해 임기를 마치면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 금융그룹의 세대교체를 두고 내부통제 실패의 결과라는 지적과 함께 그동안 권한만 누려온 회장들에게 정부가 책임을 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전날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직전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다. 이에 임추위는 손 회장을 제외하고 10여명의 회장 1차 후보군(롱리스트)을 선정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오는 27일 압축 후보군(숏리스트) 2~3명을 확정한 뒤 다음달 초 차기 회장 단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용퇴를 결정한 손 회장은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앞으로 이사회 임추위에서  완전민영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그룹의 발전을 이뤄갈 능력 있는 후임 회장을 선 선임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우리금융이 금융시장 불안 등 대내외 위기극복에 일조하고 금융산업 발전에도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토로했다.

손 회장의 연임 포기는 당국의 압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상당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이후 손 회장이 당국의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검토하자 당국은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종용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중징계는 정부의 뜻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발언은 그 과정에서 나왔다.

손병환 전 농협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3명의 회장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   각 사.
우리금융에 앞서 농협금융과 신한금융의 회장도 연임을 포기했다. 농협금융의 손병환 전 회장은 당초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농협 안팎에서 평가받았으나 외부 인사 기용 가능성이 검토되면서 스스로 용퇴 의사를 밝혔다. 손 회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윤석열 대선캠프 영입 1호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선임됐다. 신한금융도 당초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그는 차기 회장 후보 1인을 뽑는 날 돌연 사모펀드 사태에 책임을 느낀다며 용퇴를 발표했다.

농협금융과 신한금융 회장들의 연임 포기에 앞서 이 금감원장은 금융그룹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경영진) 선임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그룹 경영진에 대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의사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서도 채용비리 사태, DLF·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700억원 횡령까지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에 정부가 금융그룹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은행들이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된 이후 그룹 회장들이 권한은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불러온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인수위 시절 금융그룹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이러한 지적이 국정과제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의 정책기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각 사
아직 차기 회장 선임에 상당 시간이 남아있는 KB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이러한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최고 경영자 나이제한 등을 이유로 정부의 개입 없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진행될 전망이다.

올해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 회장의 경우 이미 3연임에 성공한 만큼 이번 임기를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허인·이동철·양종회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가 완성됐고, 당국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금융그룹 회장의 장기집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존재하는 영향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2011년 CEO를 포함한 등기이사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했으며 1956년생인 함 회장은 올해 만 68세로 2025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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