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계 3인 탈유 선언?…'나경원 반대' 성명에 친윤계 깜짝

윤지원 2023. 1. 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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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이 11일 오전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대구·경북 중견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주최 '제110회 릴레이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초선 의원 50명이 참여한 ‘나경원 규탄’ 공동 성명서에 과거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3명의 의원(강대식·김병욱·신원식)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나경원 전 의원이 “나에 대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 해임은 윤석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자 초선 의원 48명(다음날 2명 추가돼 50명)은 같은 날 오후에 “더 이상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말라”며 나 전 의원을 직격하는 규탄 성명을 냈다. 사실상 3·8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였다.

이 성명은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돕는 친윤계 초선 그룹의 주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초선 63명 중 50명이 참여한 대규모 성명이었지만 ‘반(反)나경원’ 연판장인 만큼 주로 친윤계 의원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여기에 유승민계 의원들이 합류하자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친윤계 핵심 의원은 18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성명 참여를 제안하자 유승민계 의원들이 즉각 성명에 참여하겠다고 해 새삼 놀라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여전히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임에도 유승민계 의원들이 김기현 의원에게 세를 몰아주기 위한 ‘나경원 비토문’에 서명한 건 명백한 이탈 징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선 공천을 앞두고 ‘유승민 색깔 빼기’를 본격화하려는 것 아니겠냐”고도 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실제 유승민계가 상당히 위축된 상태여서 당내에선 ‘탈(脫)유계’를 “어쩔 수 없는 정치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신원식 의원은 이미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유 전 의원과 결별했다. 그는 회견에서 “유승민 대표한테는 죄송한 말이지만 저하고는 전혀 안 맞는 것 같다”며 “그래서 안 맞을 때는 과감하게 서로를 멀리하는 게 좋다”고 했다.

김병욱(경북 포항 남구·울릉군) 의원은 지난 14일 김기현 의원의 경북 구미 출정식에 직접 참석했다. 이를 두고 친윤계 사이에선 “웬일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영남권 의원은 “대구·경북 의원 대부분이 참석한 행사여서 지역구가 포항인 김병욱 의원도 자연스럽게 참석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버스를 여러 대 대절해서 지역구 당원을 꽉꽉 채워 행사에 온 건 의외이긴 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의 과거 지역구(대구 동구을)를 이어받은 강대식 의원에겐 이미 당내 도전자도 있다. 비례대표인 조명희 의원이 지난 10일 ‘대구동구발전연구원’을 개소하고 차기 총선 공천에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의원은 김기현 의원의 출정식에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4일 경북 구미에서 주최한 경북 선거대책본부 발대식 현장. 옛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병욱 의원도 이 자리를 찾았다.


일각에선 이들이 한목소리로 나 전 의원을 규탄한 건 탈유계 시도와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핵관의 맹공격으로 나 전 의원이 느닷없이 당내 반윤(反尹) 표심을 장악해버리지 않았느냐”며 “그동안 반윤을 자처했던 유 전 의원으로선 나 전 의원과 컨셉이 겹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유계가 당권 경쟁 지분을 확보하려면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비토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아니냐”며 “나 전 의원을 비토하는 부분에선 적어도 친유계와 친윤계가 한마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내에선 “나 전 의원이 불출마를 해야 유 전 의원의 출마 공간이 더 열릴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유 전 의원은 아직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의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할 수 있지 않겠나”며 “적어도 설 연휴는 지나야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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