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일성 우상화 충격"…촛불연대, 보조금 받아 쓴 책 보니
“남한에서는 김일성이 지휘관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청산리 대첩보다 교과서에 제대로 실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이하 촛불연대)’는 2021년 9월27일 발간한 『중고생운동사』에서 보천보 전투를 이렇게 설명했다. 보천보 전투(1937년)는 북한이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 투쟁 업적으로 신화처럼 선전하고 있다. 학계에선 보천보 전투가 순사 5명이 지키던 작은 마을을 습격한 사건으로 ‘전투’라고 보기 어려우며, 김일성이 지휘자였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책에는 보천보 전투 관련 김 전 주석을 우상화하듯 그린 북한 측 기록화(畫)도 함께 담겨 있다. 서울시는 감사를 거쳐 지난 3일 촛불연대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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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선 김일성 단체 연구·교육 제한돼”
책은 김 전 주석이 대표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타도제국주의 새날소년동맹’도 설명했다. 김 전 주석이 결성한 것으로 알려진 ‘타도제국주의동맹(약칭 ㅌ.ㄷ)’와 산하 조직인 ‘새날소년동맹’, 이후 확대 개편된 조직인 ‘반제청년동맹’ 등을 잇따라 언급했다.
책은 “타도제국주의 새날소년동맹은 우리 민족 최초의 중고등학생 운동조직으로서 그 의미가 무척 소중하다”며 “남북 분단 현실 속에서 김일성이 단체 대표를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남한에서는 연구와 교육 등이 극히 제한돼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 전 주석이 “세계에 노동자 민중이 주인 되는 공산주의 이상 사회를 건설하자”고 연설한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책은 ‘한국 중고등학생 운동단체 계보도’를 소개했다. 김 전 주석이 대표로 있던 타도제국주의 새날소년동맹이 북한에선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한국에선 ‘조국통일 남북학생회담 추진위원회’로 나뉘었다. ‘직계 단체 계보선’을 따라 내려가면 마지막엔 책을 펴낸 촛불연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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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민족대표 33인 두고 ‘겁먹고 사라진 어른’
학술 연구·목적을 강조했지만, 책 내용엔 다소 감정적인 문구들로 이뤄졌다. 한 예로 1919년 3·1 운동에 대해 “민족대표 33인은 끝내 탑골공원으로 나서기를 주저했다”며 “너무나도 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자신들의 생각보다 거사가 커질 것이 두려웠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했다. 당시 독립선언서와 독립통고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을 ‘겁먹고 사라진 어른들’로 지칭하기도 했다.
미국을 향한 강한 적개심도 보였다. 책에선 "광복 이후 북한에 들어온 소련군은 포고령에 ‘해방군’이라 한 반면 미국군은 ‘점령군’이라고 명시했다"며 “민중이 해방 후 놓고자 한 자주독립의 길을 모두 미(美) 군정이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현대로 넘어와선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신효순·심미선 학생 사건을 언급하면서 “해당 시기는 ‘전쟁광’이라 불리던 조지 부시가 미국 대통령으로 집권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을 일으키고, 한국에 (중동으로) 군대를 파병할 것을 압박하던 시기였다”고 지적했다. 당시의 북한에 대해선 “(신효순·심미선) 열사를 명예 중학생으로 등록, 이후 졸업식까지 열어주는 예를 갖춰 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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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연대 “마녀사냥과 종북몰이” 반박
서범수 의원은 “서울시 보조금 지원을 받아 발간한 책이 일방적으로 북한 주장을 소개하거나 김일성 업적을 찬양하고 우상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서울시의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통해 법 위반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촛불연대는 긴급논평을 내고 “우리가 배운 민주주의에는 가짜뉴스를 이용한 언론의 여론 호도도, 특정 집단을 죽이기 위한 무리한 마녀사냥과 종북몰이도, 중고생의 민주주의를 향한 활동에 국가보안법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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