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0명’ 학교 139곳…교사 없는 전남, 학원에 밀린 서울

최민지 2023. 1. 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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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의 한 초등돌봄교실. 중앙포토

전국 초등학교(분교 포함) 6319곳 중 돌봄교실 이용 학생 수가 ‘0명’인 학교가 139곳(2.2%)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학교 뿐 아니라 서울 학교 중에도 돌봄 이용 학생이 없는 학교가 적지 않았다.

18일 교육부의 ‘초등 돌봄교실 현황(2022년 4월 기준)’을 분석한 결과,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이었다. 전남 본·분교 469개교 중 42개교(9.0%)가 돌봄 이용자가 0명 이었다. 서울이 23곳으로 뒤를 이었고, 경북과 제주가 각각 10곳으로 나타났다.


돌봄교실 ‘0명’ 전남 42개교, 서울 23개교


돌봄교실 없는 학교들의 지역별 현황.
돌봄교실이 없는 이유는 지역마다 달랐다. 농어촌 지역은 학생 수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전교생이 3명에 불과한 전남 녹동초 소록도분교는 돌봄교실이 없어 1학년 학생 1명이 겨울방학 동안 6㎞ 떨어진 읍내 본교로 등교한다. 소록도분교 관계자는 “최소 5명은 돼야 반을 구성할 수 있는데 전교생을 끌어모아도 돌봄교실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봄교실 정원은 시·도마다 조금씩 다른데, 전남교육청은 돌봄교실 1실 당 이용 학생 수를 5명 이상, 23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전담 돌봄교사 채용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 교사 3명에 전교생 12명인 인천 삼목초 장봉분교장은 돌봄교실 대신 방과후 수업이나 보충 수업만 운영한다. 장봉분교장 관계자는 “뭍에서 배를 타고 40분쯤 들어와야 하니까 방과후 수업 강사 채용조차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반대로 서울은 학교 밖에 학원 등 돌봄교실을 대체할 수단이 많아 돌봄 이용자가 없는 학교가 나오고 있다. 특히 돌봄교실 이용자가 없는 서울 초등학교 23곳 중 22곳이 사립이다. 서울 한 사립초 관계자는 “우리도 돌봄교실을 운영해보려고 수요 조사를 했더니 40명이 안 돼 개설하지 않았다”며 “학부모 절반 가량이 맞벌이인데도 대부분 학생이 방과후 수업, 영어학원 등으로 흡수되다보니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돌봄교실 ‘빈익빈 부익부’…“지원 늘리고 질 높여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돌봄 국가책임 강화를 위한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저녁 8시까지 돌봄교실과 방과 후 학교를 결합해 운영하는 '늘봄학교'를 2025년 전면 도입키로 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돌봄교실은 29만2068명이 이용 중인데, 신청했다가 탈락한 대기자가 1만5108명에 달한다. 한쪽에서는 대기를 해야 할만큼 이용자가 많은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용자가 없는 돌봄교실이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마다 돌봄 이용률 격차가 큰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도시 늘봄학교는 사교육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 일정 비용을 학생이 부담하더라도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농어촌은 지역 소멸의 문제에서 접근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늘봄학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늘봄학교 운영을 앞두고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의 경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교생 5명이 이용하는 돌봄교실을 운영 중인 인천 서도초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는 동시에 통학버스로 등·하교를 하는데, 늘봄학교 컨셉처럼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이용하고 퇴실할 수 있으려면 통학버스 문제가 같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록도분교 관계자는 “돌봄교실이 없어 거점 학교에 학생을 보낼 경우, 안전 문제뿐 아니라 학생의 교우 관계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지역에 똑같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시범기간 동안 다양한 적용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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