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0명’ 학교 139곳…교사 없는 전남, 학원에 밀린 서울
전국 초등학교(분교 포함) 6319곳 중 돌봄교실 이용 학생 수가 ‘0명’인 학교가 139곳(2.2%)으로 나타났다. 농어촌 학교 뿐 아니라 서울 학교 중에도 돌봄 이용 학생이 없는 학교가 적지 않았다.
18일 교육부의 ‘초등 돌봄교실 현황(2022년 4월 기준)’을 분석한 결과, 돌봄교실을 운영하지 않는 학교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이었다. 전남 본·분교 469개교 중 42개교(9.0%)가 돌봄 이용자가 0명 이었다. 서울이 23곳으로 뒤를 이었고, 경북과 제주가 각각 10곳으로 나타났다.
돌봄교실 ‘0명’ 전남 42개교, 서울 23개교
전교생이 3명에 불과한 전남 녹동초 소록도분교는 돌봄교실이 없어 1학년 학생 1명이 겨울방학 동안 6㎞ 떨어진 읍내 본교로 등교한다. 소록도분교 관계자는 “최소 5명은 돼야 반을 구성할 수 있는데 전교생을 끌어모아도 돌봄교실을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봄교실 정원은 시·도마다 조금씩 다른데, 전남교육청은 돌봄교실 1실 당 이용 학생 수를 5명 이상, 23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전담 돌봄교사 채용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 교사 3명에 전교생 12명인 인천 삼목초 장봉분교장은 돌봄교실 대신 방과후 수업이나 보충 수업만 운영한다. 장봉분교장 관계자는 “뭍에서 배를 타고 40분쯤 들어와야 하니까 방과후 수업 강사 채용조차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반대로 서울은 학교 밖에 학원 등 돌봄교실을 대체할 수단이 많아 돌봄 이용자가 없는 학교가 나오고 있다. 특히 돌봄교실 이용자가 없는 서울 초등학교 23곳 중 22곳이 사립이다. 서울 한 사립초 관계자는 “우리도 돌봄교실을 운영해보려고 수요 조사를 했더니 40명이 안 돼 개설하지 않았다”며 “학부모 절반 가량이 맞벌이인데도 대부분 학생이 방과후 수업, 영어학원 등으로 흡수되다보니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돌봄교실 ‘빈익빈 부익부’…“지원 늘리고 질 높여야”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도시 늘봄학교는 사교육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 일정 비용을 학생이 부담하더라도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농어촌은 지역 소멸의 문제에서 접근해 각 지방자치단체의 늘봄학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늘봄학교 운영을 앞두고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의 경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교생 5명이 이용하는 돌봄교실을 운영 중인 인천 서도초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는 동시에 통학버스로 등·하교를 하는데, 늘봄학교 컨셉처럼 학생이 원하는 시간에 이용하고 퇴실할 수 있으려면 통학버스 문제가 같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록도분교 관계자는 “돌봄교실이 없어 거점 학교에 학생을 보낼 경우, 안전 문제뿐 아니라 학생의 교우 관계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모든 지역에 똑같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시범기간 동안 다양한 적용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 남편의 바람을 고백합니다” 이래야 아옳이가 돈을 번다 | 중앙일보
- 죽어서도 냉장고에 방치됐다…치매父 사망 전 '악몽의 넉달' | 중앙일보
- "천재 아닌데 독특했다" 노벨상 1순위 오른 서울대 전설의 남성 | 중앙일보
- '축구 영웅' 박항서 보내는 베트남의 선물…'평생 항공권' 줬다 | 중앙일보
- 권민아 "돈 입금한 게 아니다"…5000만원 명품백 사기 전말 | 중앙일보
- 축구 생중계 중 야릇한 여성 소리…BBC 뒤집은 방송사고 범인 | 중앙일보
- "날 50대로 보더라"…90세 가천대 총장이 밝힌 인생의 기적 | 중앙일보
- 마스크 쓰랬더니 "연예인이라 지적하냐"…유명가수 KTX 난동 | 중앙일보
- '6740만원 BMW' 내놓은 편의점…실제 설 선물로 팔렸다 | 중앙일보
- 車 블랙박스 방향 바꿔논 아내…불륜 증거 잡았는데 유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