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폭로에 간섭까지, 가십거리로 전락한 공개 연애
[이준목 기자]
연예인 커플의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시청자들이 과연 어디까지 알아야할까. 공개연애를 한다는 이유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영역을 무차별적으로 폭로하거나 가벼운 가십 소재로 이용되는 것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
1월 17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 <신발 벗고 돌싱포맨>에서는 출연자들이 '집착'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중, 개그맨 김준호가 공개연애중인 후배 김지민과의 데이트 일화를 꺼냈다. 김준호는 "예전에 김지민과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옷이 등이 트여서 브래지어 비슷한 게 보이는 거야. 스포츠브라가. 그래서 내가 뒤에 붙어서 계속 가리고 다녔어. 이동할 때마다 가리고 다녔어"라고 털어놨다.
이에 탁재훈은 "그게 다른 사람이 보기에 더 이상할 수 있다. 그 정도면 말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지적하자, 김준호는 "얘기했다. 내가 '야 그런 옷 입지 마라. 내가 가려야 되니까' 했더니 '왜 가리는 거야?'고 묻더라. 내가 너무 노출됐다고 이야기하니까 김지민이 '왜 내 패션 건드냐?'고 하더라"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출연자들은 장난스럽게 웃고 넘어갔지만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들은 다소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째는 여자친구의 속옷노출 같은 지극히 사적이고 민망한 이야기를 방송에서 마음대로 공개하며 토크분량을 위한 가십 소재로 써먹었다는 것. 두 번째는 아무리 연인 사이라고 해도 의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날 게스트로 출연한 배우 류승수는 아내에 대한 집착으로 짧은 치마를 입거나 시스루 패션을 하는 것도 불편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심지어 류승수는 연애할 때 류승수는 "아내가 짧은 치마를 입었을 때 남들이 쳐다보는 게 싫어서 다시 집으로 데려다줘 옷을 갈아입게 했다"는 놀라운 내용을 고백하기도 했다.
김준호와 류승수의 이야기는 실제 보통의 연인들 사이에서 종종 일어날 수 있는 의견충돌이나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엄연히 상대의 자유를 침해하는 통제나 간섭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사적인 내용을 방송을 통하여 자신들 스로 공개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비판적인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한편 김지민 역시 김준호의 일화를 방송에서 종종 언급한 바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JTBC 예능 <아는 형님>에 게스트로 출연했던 김지민은 김준호의 지저분한 면모를 폭로하며 "남자친구가 많이 더러워서 집을 좀 많이 치워주고 관리하다 보니 청소 재주가 생겼다. 집에 파르메산 치즈 가루가 있길래 먹으려고 했더니 발 각질이었다. 너무 더러워서 헤어졌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김준호와 김지민은 KBS 공채 개그맨 선·후배 사이이자 같은 소속사 신분으로 지난해 4월부터 연애중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첫 공개연애 발표도 김준호가 고정 출연중인 방송인 SBS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후로 두 사람은 함께 또 따로, 여러 방송에 등장하며 수시로 실제 연애 스토리를 고백했다. 같이 출연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등장하는 방송 회차마다 서로에 대한 언급이나 연애 에피소드가 한번쯤은 필수적으로 다루어질 정도다.
초반에는 반응이 좋았다. 코미디계에는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스타커플인 데다, 두 사람 모두 그동안 각각 이혼과 과거 연애사, 열애설 루머 등 개인적 사연들이 이미 많이 알려진 상황이기에, 과거의 상처와 공개연애의 부담을 무릅쓰고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에 응원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준호-김지민 커플의 지나친 개그욕심과 TMI, 이들의 이야기로 분량을 뽑아내려는 방송 제작진의 과욕이 겹쳐지며 시간이 흐를수록 도리어 비호감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고 솔직한 부분이 재미를 안겨주기도 했지만, 점점 반복되는 개인사 방출과 폭로전은 시청자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준다.
굳이 대중들이 알 필요가 없는 당사자들끼리의 사적인 이야기까지 들춰내거나,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는 출연자들의 짓궂은 태도 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물론 아름다운 미담도 있었지만, 방송과 언론에서 주목받고 화제가 되는 것은 주로 자극적인 내용들 일색이다.
김준호와 김지민은 지난해 10월 동반 출연했던 <미우새>에서 동료 허경환과 상황극을 벌이다가 김준호가 욕설(방송에서는 삐 처리)을 내뱉는가 하면, 얇은 옷을 입고 있던 김지민을 밀쳐서 바닷물에 빠뜨리는 장면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솔직함과 편안함에도 정도가 있다. 연예인 커플이라고 해도 일로서의 방송활동과 프라이버시는 어느 정도 선을 지켜서 분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방송에서의 실제 연애사 공개가 당장의 시청률과 화제성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출연자에게는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준호-김지민의 실제 연애 스토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위하는 '진정성'보다는, 어느새 방송분량을 만들어내기 위한 편안하고 손쉬운 '아이템' 정도로 변질된 현실은, 두 사람이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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