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머리 등장 대구 이슬람사원 갈등 증폭…아수라장된 공사현장
“너희 집 앞에 짓는다고 하면 좋겠냐!” “누가 차별을 하고 폭행을 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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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 된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앞
평소에도 이슬람사원 공사를 둘러싸고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지만, 이날은 서울과 경기 등 이슬람사원 건축에 찬성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대거 집결하면서 반대 측 주민 불만이 폭발했다. 전날부터 수십 명이 공사 현장을 둘러보겠다고 예고하자 일부 주민은 일찌감치 현장에 나와 이들이 나타나자 거세게 항의했다.
한 주민은 “종교시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하필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은 곳에 이슬람사원을 지어 소음과 냄새가 나게 하느냐”며 “외부 세력이 계속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데 이슬람이 다른 종교 자유도 인정하느냐”고 따졌다.
경북대 서문 인근 주택가인 이곳에서 발생한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은 벌써 3년째를 맞았다. 대구 북구가 이슬람사원 건축을 허가한 2020년 9월부터다.
대법, 이슬람사원 건축주 손 들어줬지만, 갈등 지속
대구건축공사감리운영협의회가 고시한 건축허가표지에 따르면 이 시설은 북구로부터 ‘2종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사원은 2층 규모(연면적 245.14㎡) 로 지을 예정이었다.
대법원이 이슬람사원 건축 중단 요구를 기각했지만, 양측 갈등은 오히려 증폭되는 모양새다. 골목마다 설치된 반대 현수막은 치워지지 않았고 주민들은 이에 더해 공사 현장에 돼지머리 3개와 족발을 전시했다. 이슬람은 돼지고기를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긴다.
이슬람사원 건립을 지지하는 이들은 앞서 이날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관할 지자체가 방관하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배진교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는 “이슬람사원 공사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끝났지만, 공사 현장은 오히려 극단적인 혐오의 현장으로 변했다”며 “갈등이 증폭되는데도 대구 북구는 극단적 혐오 표현과 무차별 폭력 행위를 단순 민원으로 치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폭력 계속되는 상황서 지자체는 방관”
경북대 박사과정인 유학생 무아즈 라자크(Muaz Razaq) 이슬람공동체 대표는 "이슬람 혐오 현상이 이웃에 확산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테러리스트라고 하고 기도 시간이 되면 큰 음악을 틀고 기도처 앞에 돼지머리를 갖다놨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서로 다른 문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법을 공정하게 집행해줬으년 한다”고 덧붙였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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