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계약 구조, 한현희 영입한 롯데의 강력한 안전장치
이형석 2023. 1. 18. 15:46
롯데 자이언츠가 FA(자유계약선수) 한현희(30)를 영입하면서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롯데는 "한현희와 계약기간 3+1년, 계약금 3억원, 총연봉 최대 37억원 등 총액 40억원에 계약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총연봉 37억원 중 보장 금액은 15억원에 그친다. 나머지 22억원은 옵션이다. 한현희가 옵션을 달성하면 계약금을 포함해 최대 40억원을 받을 수 있지만, 옵션을 하나도 채우지 못하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총 18억원으로 줄어든다.
배(연봉)보다 배꼽(옵션)이 더 큰 계약 구조다.
한현희의 계약금은 3억원에 불과하다. 선수들은 대개 1~2회에 걸쳐 나눠 받는 계약금 비중을 높이려고 한다.
롯데가 앞서 FA 영입한 유강남은 전체 총액(80억원)의 50%인 4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는다. 노진혁도 계약금 비중이 44%(4년 총 50억원)다. 한현희는 계약금이 전체 총액의 7.5% 수준이다. 반면 옵션 비중은 55%로, 유강남(7.5%), 노진혁(8%)보다 훨씬 높다. FA 미아 상태였던 한현희의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현희는 통산 416경기에서 65승 43패 8세이브 105홀드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선발과 불펜 모두 기용이 가능하다.
유일한 A등급 투수였던 한현희가 해를 넘겨 계약한 것은 의외였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샐러리캡(선수 지급 금액 상한액) 탓에 일부 구단은 과감하게 투자하는 걸 망설였다. 또 한현희의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
한현희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시즌 아웃된 바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선 부상이 없었는데도, 플레이오프(PO)와 한국시리즈(KS)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현희도 이런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구단이 한현희를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데려오고 싶어했다. 그러나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가 원치 않았다. 또한 한현희가 A등급이어서 FA 영입에 따른 20인 외 1명의 보호 선수를 내주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FA 시장에서 한현희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자 롯데가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영입한 것이다. 영입 실패에 따른 부담이 확 줄였다. 반면 한현희가 기대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이 계약은 대성공이다. 옵션은 선발 투수 기준으로 설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한현희에게 '당근'도 제시했다. KBO리그는 FA 계약 후 4시즌을 소화해야 FA 재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나, 한현희가 3시즌 동안 기준 이상의 성적을 달성할 경우 2026년에 옵트아웃(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다시 FA를 선언할 권리)을 주기로 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한현희가 3시즌 동안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웨이버 공시(방출) 등을 통해 타 팀과 다년 계약을 맺을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현희에게는 동기부여가 된다. 구단 역시 한현희가 3년 동안 좋은 성적을 올리면 팀 성적에 도움이 된다.
롯데는 "한현희가 지난 시즌 종료 후 몸무게를 9㎏가량 감량했으며 결혼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며 "선발과 불펜 등 모든 보직에서 활약해온 그가 롯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해 계약했다"고 전했다.
이형석 기자
사진=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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