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울지 말아라" '살아서 하는 장례식' 이야기
[오문수 기자]
▲ 서길수 교수 모습 |
ⓒ 오문수 |
서길수 교수가 주최한 '살아서 하는 장례식'은 2022년 12월 17일에 열려 80명(가족 30명, 지인 50명)만 초대받았다. 당시 안동립씨가 "존경하는 교수님"의 초청장이라며 메시지를 보냈지만 일면식이 없는 필자는 그저 마음뿐이었다. 다행히 13일 저녁 고조선유적답사회 안동립 회장이 곧 출판할 예정인 <독도> 화보집 편집위원회의가 열려 다음날인 14일 서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 서길수 교수의 고구려연구소에는 수많은 연구서적과 함께 북한에서 발간한 역사서적도 여러 권 비치되어 있었다. |
ⓒ 오문수 |
▲ 서길수 교수가 쓴 책들 모습 |
ⓒ 오문수 |
서교수는 <고구리 축성법 연구> <백두산 국경 연구> <동북공정 고구리사>(번역) <엄두를 낸 것은 할 수 있다>(수필집) 등 30권의 책을 출판했다. 역사 연구에 매력을 느껴 고구리사 논문 80편을 쓴 그는 최근 불교에 심취해 <정토와 선>, <극락과 정토선>, <극락 가는 사람들>등의 불교 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살아서 하는 장례식'에 초대하기 위해 서교수가 쓴 '모시는 글'을 읽어보면 그가 왜 살아서 장례식을 주최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40년 전인 1983년부터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던 화두는 "나는 죽어서 어디로 가나?"였다.
"1980년 본격적으로 수행을 시작할 때 선지식에 처음 물었던 질문도 '선생님은 죽음이 두렵습니까?'였고 '죽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8년간 치열하게 공부했습니다. 제가 '죽음'에 대해 뚜렷한 답을 얻은 것은 2009년 정년퇴임하고 산사에 들어가 3년간 공부하면서 인류 최대의 스승을 만난 뒤였습니다.
사꺄무니 붇다는 나고 죽는 괴로움을 완전히 여의는 유일한 길은 근기가 높은 사람은 생전에 위 없는 깨달음 얻는 것이고, 얕은 사람은 안전한 극락에 가서 계속 수행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 서길수 교수가 3년간의 참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뒤 펴낸 <모든 붇다가 보살피는 아미따경>과 <극락 간 사람들> 책들 |
ⓒ 오문수 |
"연명치료 하지 말고 절대로 울지 말아라"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울었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은 웃고 즐거워 하였다. 내가 내 몸을 떠날 때 나는 웃었고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울고 괴로워하였다."
"태어나는 것은 내 맘대로 못했지만 죽는건 내 맘대로 하고 싶어 지인뿐만 아니라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절에서 3년 동안 참선하고 지냈다"라고 얘기해 "무슨 지병이라도 있었습니까?"라고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사람의 삶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철이 있어요. 봄에는 학교 다니며 공부할 때이고 여름에는 직업을 가지고 활동할 때입니다. 가을에는 열심히 활동해 성공하고 거두는 때이며 겨울은 거둔 것을 나누고(回向) 죽음을 준비할 때(宗教)입니다. 잘 죽는 것이 더 중요하며 철학이 끝나는 곳에 종교가 시작된다는 철학자 하이데커의 말을 좋아합니다. 이걸 모르는 걸 '철부지(철不知)'라고 합니다."
그가 늘 마음속에 죽음을 새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날, 자식들에게 남길 유언을 준비하면서 장례식을 생각했다. 죽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살아서 하는 장례식'을 하기로 결심했다.
"죽은 뒤 찾아오는 사람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가 죽어서 누가 오는지도 모르는 장례식보다는 내가 살아서 조문 온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가는 장례식이 좋겠다. 그러려면 장례식을 살아서 해야겠다. 그 대신 죽을 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부고없이) 조용히 간다."
▲ 2022년 12월 17일 열린 서길수 교수의 '살아서 하는 장례식'에서 서교수가 마지막 결론을 내리는 모습 |
ⓒ 살아서 하는 장례식 |
▲ 서길수 교수의 '살아서 하는 장례식'에 참석한 지인들과 파안대소하는 모습 |
ⓒ 서길수 |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연명치료를 하지 말고 가능한 집에서 세상을 떠나게 한다. 숨을 거두면 장례식을 하지 말고 화장터와 연락이 되는 대로 가능한 빨리 화장한다. 될 수 있으면 24시간 안에 하되 주검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조용히 떠나는 것이 좋다. 절대로 울지 말아라. 울어서 가는 길 막지 말고, 극락 가는 것을 믿고 기뻐하라. 만일 슬픔이 오면, 왜 슬퍼하는 지 자신을 돌아본다."
"책값 100원은 고구리 연구소에서 부담합니다. 이 책의 저작권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이 책의 일부 또는 전부를 옮겨쓸 수 있습니다. 다만 꼭 출처를 밝혀주십시오."
'나누고 가시겠다!'는 서교수의 깊은 뜻을 음미하며 연구소를 나서는 내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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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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