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가 16주년 800회를 맞기까지 걸어온 길 “위기에도 우리답게” [종합]
김다은 2023. 1. 18. 14:46
[일간스포츠 김다은 기자]
16년. 1434명. ‘라디오스타’가 800회를 맞이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그동안 프로그램을 찾은 게스트들의 수다.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M라운지에서 MBC 장수프로그램 ‘라디오스타’ 800회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4 MC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를 비롯해 연출 이윤화 PD가 자리해 그동안의 ‘라디오스타’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각오와 다짐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라디오스타’는 지난 2007년 5월 30일 ‘황금어장’의 코너로 방송을 시작했다. 첫 방송 이후 4년간 서브 코너로 출발한 ‘라디오스타’는 2011년부터 1시간 단독 코너로 편성됐다.
매주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해 다채로운 캐릭터와 케미를 발굴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MC들의 활약에 힘입어 ‘라디오스타’는 5분 방송됐던 시간을 이겨내고 어느덧 16년째 수요일 밤 안방극장을 장기집권, 현존하는 MBC 최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명맥을 이어왔다.
현재 ‘라디오스타’를 지키고 있는 수문장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 4 MC는 800회를 맞이하는 소감부터 밝혔다.
프로그램의 시작부터 자리를 지킨 김구라는 프로그램이 800회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로 “꾸준함”을 꼽았다. 그는 “16년 동안 여전히 ‘라디오스타’가 건재하다는 것 자체만으로 가치있다 생각한다”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토크쇼가 우리의 정체성이다”고 설명했다.
‘맏형’ 김국진은 “이 프로그램이 내 복귀작이었다. 첫 친구이자 특이한 친구다”라며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한주 한주 오다가 벌써 800회까지 왔다. 나도 건강하고 ‘라디오스타’도 아직 건강하구나 싶다”고 그동안의 시간을 돌이켰다.
‘라디오스타’의 최초 여성 진행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안영미는 “최초 여성 ‘라디오스타’ MC라는 자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책임감을 느끼고 임했다”면서도 뒤늦게 MC 자리에 투입해 겪었던 부담감도 털어놨다. 그는 “초반에 전 MC들과 비교를 많이 당해 매너리즘, 슬럼프에도 빠졌다”며 “선배들을 보면서 나보다 게스트들이 더 튈 수 있게끔 친절한 광대가 되자 다짐했고 그때부터 편해졌다”고 답했다.
‘황금어장’으로 사실상 ‘라디오스타’의 첫 시작과 연결지점이 있는 유세윤은 16년간 ‘라디오스타’의 원동력으로 김국진과 김구라를 꼽았다. 그는 “형들의 몫이 아주 컸다. 편안함, 예리함을 도맡아줬고 그 굵은 기둥들이 800회까지 만들어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를 듣던 안영미 또한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조연출로 ‘라디오스타’를 시작한 이 PD는 “연출을 맡게 되면서 달라진 MC들의 면면이 보였고 깊어졌더라”고 입을 뗐다. 이어 800회 특집 녹화 비하인드를 꺼내며 “김준현이 ‘‘라디오스타’는 족발집의 시육수같다‘고 말하더라. 좌충우돌했던 때도 있었지만 시청자들도 이제 프로그램의 맛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라디오스타’가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색다른 게스트 조합과 게스트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는 유일무이 토크쇼였기 때문이었다.
연출진이 생각하는 프로그램의 재미 요소는 무엇일까. 이 PD는 “게스트는 그 회차에 새로움을 주는 재료라는 생각으로 연출하고 있다”고 했다. 김국진은 “예전 우리 방송이 겨울이었다면 지금은 사계절이 있는 프로그램이다. 겨울에 가까운 봄, 여름, 가을이 다 있다”고 표현했다.
다채로운 게스트들은 물론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안영미 등 내공 강한 4 MC의 개성 강한 캐릭터와 케미도 프로그램의 맛을 살리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MC들은 게스트들에게 때론 거침없는 돌직구를 던지고 때론 격하게 공감하며,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PD는 MC들의 호흡을 자랑하며 “ MC들이 한 캐릭터로서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대본 이상의 것들을 던져줬다”고 칭찬했다.
안영미는 MC 케미스트리의 비결로 “서로 친하지 않아 권태가 올 일이 없어 늘 새롭다”면서 “장수의 비결이 순해진 맛인 것 같기도 하다. 예전처럼 독하기만 하고 논란이 많았다면 지금 시대에 장수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스트들도 이제 놀이터같이 편하게 즐기지 않나 싶다”고 고백했다.
그동안 ‘라디오스타’는 수많은 화제 인물의 명장면인 일명 ‘짤방’들을 배출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 PD는 “사실 SNS에서 화제된 인물들이 출연해도 MC들이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걱정하지 않고 믿고 갔다”고 했고, 김국진은 “프로그램을 하며 가장 많이 한 말이 ‘이 친구는 누구지, 왜 유명하지’ 였다. 그렇기에 게스트들의 이야기를 더 열심히 들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라디오스타’가 800회에 오기까지 쉬운 순간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MC들의 촌철살인 입담은 시원함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때론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도 하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 2017년에는 일부 시청자들이 MC 퇴출과 종영 청원 운동을 벌인 바도 있다.
멤버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프로그램의 위기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김국진은 “위기는 계속 있었다.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면서 “위기를 겪고 이기는 법은 휘둘리지 않는 것이더라. 방송인으로서 주어진 자리에서 우리답게 방송하는 것이 방법이었다”고 현답했다. 또 “우리답게 걸어왔다. 안정됐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 큰일 났다고 생각한 순간도 없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김구라는 “전 MC 윤종신이 ‘(방송) 하는 데 내가 재미가 없다’고 말한적이 있다. 위기는 우리가 스스로 재미없다고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고 아직 그런 적은 없다”고 외쳤다.
앞으로 게스트로 섭외하고픈 희망 리스트와 기억에 남는 게스트에 관한 이야기도 오고 갔다. 이 PD는 “손석구, 김혜수, 아이유가 출연했으면 한다”고 했고, 김국진은 기억에 남는 게스트로 솔비와 박나래를, 안영미는 지오디 박준형을 꼽았다.
연출, MC들이 생각하는 ‘라디오스타’의 마지막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PD는 “좋은 게스트가 나온다면 내가 본부장이 될 때까지 쭉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소망했다. 김구라는 “처음 시작할 때 이렇게 오래 올지 예상 못 했다. 모든 프로그램은 끝이 있다. 850~900회까지는 충분히 갈 것이라고 본다”고 짚었다.
프로그램과 함께 어느덧 연예계에 입성한 지 30년을 맞이한 김구라는 “최근 여러 소회를 느끼고 있다. 독설가라는 이야기를 들은 지도 16년이 됐다”며 “내 캐릭터를 잘 살려준 제작진과 시대가 맞아떨어져 지금껏 왔다. 천수를 다 이뤘다”며 감격했다.
‘라디오스타’는 이날 800회 특집을 방송하며 이후에도 매력 넘치는 게스트들과 함께 빵빵 터뜨리는 웃음을 전할 각오다.
김다은 기자 dagol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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