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던 코인 반등에 재빨리 손털기? 北 800억 돈세탁 정황

박현주, 정영교 2023. 1. 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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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해킹으로 벌어들인 약 800억원어치 암호화폐를 여러 개의 거래소에 나눠 이체하려던 정황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가치가 급락했던 가상 화폐가 최근 반등세를 보이자 북한이 때를 놓치지 않고 현금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선을 회복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주가 급등하고 있는 16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나타나는 모습. 뉴스1.


"北, 암호화폐 이체 시도"


지난 16일 '잭XBT(ZachXBT)'라는 계정을 사용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지난 주말(13∼14일) 암호화폐 이더리움 4만 1000개를 암호화폐 거래소 3곳으로 옮기려 했다"고 밝혔다. 라자루스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이 옮기려고 한 이더리움 4만 1000개의 시세는 약 6400만 달러, 한화 792억 정도다.

이 자금은 지난해 6월 라자루스가 미국의 블록체인 기술 기업 '하모니'에서 탈취한 1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중 일부로 파악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8일 보도했다. 북한 해커들이 암호화폐 이체를 시도한 거래소 중 하나인 '바이낸스(Binance)'의 창펭 자오 대표 또한 16일 트위터를 통해 "하모니 해킹 자금과 관련한 움직임을 감지했다"며 "앞서 바이낸스를 통한 자금 세탁 시도가 포착돼 우리는 계좌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잭XBT(ZachXBT) 계정을 사용한 암호화폐 전문가가 지난 16일 트위터에 올린 북한의 암호화폐 분산 이체 정황 관련 게시물. 트위터 캡처.


전문가들은 북한이 암호화폐를 거래소로 분산 이체해 현금화를 시도한 시점에 주목한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보름새 약 26% 급등했다. 특히 북한이 실제 현금화에 나선 시기인 지난주(9~15일)에는 2021년 2월 이후 최고 주간 상승률인 23%를 기록했다.


반등 노리고 재빨리 현금화?


지난해 암호화폐 가치가 급락하면서 상반기에만 1억 달러(약 13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는 관측이 제기됐던 북한이 최근 반등 기조에 신속히 현금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지난해 말부터 한·미·일 당국이 북한의 암호화폐 돈줄을 본격적으로 죄기 위한 신규 제재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상황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법적 규제가 상대적으로 미비한 사이버 분야나 기존 제재 망의 허점을 노려 불법 사이버 활동을 지속할 거란 분석도 꾸준히 제기된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은 그간 가상화폐를 기존의 대북 제재를 회피하면서 통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왔다"며 "최근에는 한·미·일이 관련 공조를 최근 강화하고 있어 이미 노출된 기법보다는 디파이(DeFiㆍ탈중앙화 온라인 금융 서비스)와 같이 아직 관련 대책이 미성숙한 신기술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도 지난해 12월 "보안이나 관련 법적 측면에서 미성숙하고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디파이 플랫폼이 향후 몇년 간 북한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세계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의 창펭 자오 대표가 16일 트위터에 올린 하모니 해킹 자금 돈세탁 정황 관련 게시글. 트위터 캡처.


최고인민회의는 감감무소식


한편 북한 관영매체는 18일에도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해 말 예고한대로라면 전날인 17일 회의가 개최됐어야 하는데 이틀째 개최 여부 등에 대해 침묵하는 상황이다.

통상 최고인민회의가 열리면 개최 전날 전국 대의원들이 평양에 모여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는데, 이번엔 대의원들이 평양에 도착했다는 소식조차 보도되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이 최고인민회의를 이틀 이상 진행한 뒤 회의 종료 후 관련 내용을 종합해 보도할 가능성 등을 주시하고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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