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1434명 게스트와 걸어온 800회…"권태기 NO, 늘 새롭다" [종합]

김현정 기자 2023. 1. 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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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간절하게 다음 주 방송을 염원하던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가 오늘(18일) 800회를 맞는다.

매주 수요일 밤이면 16년째 어김없이 시청자의 곁을 찾아오는 ‘라디오스타’는 MC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 시켜 진솔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토크쇼다. “다음 주에 만나요. 제발~”을 외치며 장수 예능으로 사랑받고 있다.

‘라디오스타’는 ‘고품격 음악방송, 들리는 TV 라디오 스타’라는 콘셉트로 2007년 5월 30일부터 현재까지 전파를 탔다. 그동안 1434명의 스타가 출연했고, 이들의 숨겨둔 이야기를 들어보고 숨은 입담꾼도 발굴했다. 크고 작은 위기도 있었지만, 안방의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스타들의 솔직한 토크와 MC들의 돌직구 질문이 오가며 재미를 준다. 첫 회에서 방송인 정형돈이 혼자 게스트로 나와 고군분투한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스타라면 출연이 욕심나는 예능이 됐다.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의 3인 체제로 시작해 김국진, 유세윤, 김희철, 규현 등과 함께 성장했고 현재 김국진, 유세윤, 김구라, 안영미가 MC를 맡고 있다.

이윤화 PD는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진행한 ‘라디오스타’ 800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조연출 했던 프로그램의 연출로 오게 됐다. 예전에는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는데 연출을 맡고 깊어진 면면을 보게 됐다. 800회 특집 녹화할 때 김준현 씨가 족발집의 씨육수 같다고 하더라. 좌충우돌하며 씨육수처럼 푹 고아진 맛을 시청자가 익숙하고 편안한 맛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번 새로운 요소는 게스트라고 생각한다. 게스트가 그 회차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며 재료를 더 맛있게 끓이는 걸 고민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현재 MC 조합에 대해서는 "내가 세팅한 MC분들은 아니어서 모든 걸 뒤엎고 싶을 수도 있지만"이라고 말해 주위를 웃겼다.

그러면서 "유세윤은 기복이 심하다. 재밌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눈 뜨고 졸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했다. 안영미는 현실과 방송의 경계에서 김구라와 투닥투닥하거나 구박을 받을 때마다 짠하더라. 김구라, 김국진은 한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다. 다른 방송에서 하지 못하는 말을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설명을 하지 않아도 정리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던져준다"라며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김구라는 "800회를 맞이했다. 아무래도 오래되면 익숙하다. 뉴욕에 가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있는데 100여 년 전에는 가장 높은 빌딩이겠지만 이제는 더 높은 빌딩도 많고 낮아도 화려하게 지은 건물이 많아 눈길이 그리로 가는 건 사실이다. 16년이 됐지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 자체만큼 핫한 것은 없다. 16년 동안 매번 어떻게 핫하겠냐. 그래도 여전히 건재하다는 건 가치가 있다"라고 했다.

또 "모든 프로그램은 끝이 있다. 아무리 최장수 프로여도 언젠가는 끝난다. 내가 봤을 때는 850회, 900회까지는 가지 않을까 한다. 나도 데뷔한지 30년 됐다. 20년을 바쁘게 지내오면서 소회를 느끼고 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구라는 2022 MBC 연예대상에서 "'라디오스타'가 예전 만큼은 눈길이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16년째 장수를 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떤 분의 얘기를 듣는 것은 토크쇼의 기본이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처럼 플랫폼은 다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건 큰 틀에서 비슷하다"라고 했다.

이어 "중간에 의욕적으로 뭔가를 시도해보려고 했는데 사실 토크쇼라는 포맷이 우리의 정체성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지금은 연반인이라고 해서 일반분들이 방송을 많이 하는데 7, 8년 전에는 의례적으로 일반분을 모셨다. 한편으로는 주변에 있던 연예인이지만 갑자기 이슈가 생겨 궁금한 분, 할 얘기가 있는 분을 모셔놓는다. 색깔의 변화는 별로 없을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김구라는 "프로그램과 여러가지 맞아서, 또 내 캐릭터를 살려주는 제작진이 있고 시대와 맞았던 것도 있었다. 프로그램은 우리 것이 아니라 방송국 것이다. 그 사람이 나간 자리는 메워지기 마련이다. 아쉬움은 있겠지만 최선을 다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게 이치다. 그렇게 소멸된다고 해도 전혀 슬프지 않다. 천수를 다 누렸다고 본다. 당연히 언젠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김국진은 "방송을 관둔 뒤 복귀작이 '라디오스타'였다. 성격은 모르지만 특이한 친구이고 나는 굉장히 평범한 스타일인데 특이한 면이 있어 잘 지내고 있다. 한 주 한 주 하면서 벌써 800회까지 왔다. '벌써 800회라고?' 이런 느낌이다. 복귀한 뒤 아파서 병원에 있느라 딱 한 주 정도 참여하지 못했다. 나머지는 다 참여한 걸 보면 나도 건강하고 '라디오스타'도 건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돌아봤다.

김국진은 "위기는 계속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다. 위기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정말 위기인 거다. 방송을 한 경험으로써 이 정도는 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대 프로가 잘되면 매번 위기일 수밖에 없으니 우리답게 하는 것이 위기를 놓고 가는 게 아닌가 했다. 지금도 우리와 같이 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항상 위기인 거다. 이제는 우리답게 걸어오는 것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라고 밝혔다.

유세윤은 "영미에게 조금 미안한데 국진이 형과 구라 형의 몫이 상당히 크지 않나 한다. 가장 김국진다운 공간, 가장 김구라다운 공간이 '라디오스타'가 아닌가 한다. 형들이 큰몫을 해주고 도맡아 해준다. 굵은 매력이 800회까지 오게 만들어준 것 아닌가 한다"라며 김국진, 김구라에게 공을 돌렸다.

2019년 6월에 합류한 안영미는 '라디오스타' 최초의 여성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다.

안영미는 "처음에 MC가 됐다고 할 때는 즐겁고 해맑고 별 생각 없이 했다. 그런데 매회 녹화를 할수록 쉬운 게 아니구나 했다.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700회, 800회를 함께하는 것이 내게는 꿈같다"라며 감회에 젖었다.

그는 "그 사이에 혼인신고와 임신도 하고 여러 일을 함께 겪었다. '라디오스타'는 내게 남다르다. 장수의 비결이 뭘까 생각했는데 유세윤과 의견이 같다. 두 기둥이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장수 비결에 대해 "중요한 건 서로 친하지 않고 아직 적응이 안 된다. 서로 권태가 올 일이 없다. 늘 새롭다. '라디오스타'가 많이 순해졌다고 하는데 장수의 비결이 순한 맛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예전부터 독하기만 하다면 지금 시대에는 장수하기 힘들지 않을까 한다. 이제는 MC들이 순해져서 게스트 분들도 더 편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지 않나 한다"라고 봤다.

안영미는 "최초의 여성 MC가 됐을 때 여성 MC로서 두려움 보다는 전에 있던 S(신정환) 오빠가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비교를 당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워낙 재치있고 센스 있는 오빠였기 때문에 내가 그만큼 할 수 있을까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재밌고 톡톡 튀어서 날 이 자리에 앉힌 것일 텐데 내가 어떻게 웃기지, 튈 수 있을까 생각하느라 힘들었다. 그러다 매너리즘과 슬럼프에 빠지고 잘리기 전에 내가 나갈까 생각도 하고 별생각을 다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어느 순간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해주고 편안하게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분들이 나와 아이컨텍트를 하고 내가 있어 편하다고 해주는 것을 보면서 이게 내 역할이구나, 너무 많은 걸 하려고 욕심을 부렸구나 했다. 내려놓고 마음이 편해졌고 보는 분들도 재밌어하더라. 친절한 광대가 돼야겠다. 내가 튀려고 하지 말고 알아서 신나게 튈 수 있도록 많이 받쳐줘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서 편해졌다"라고 고백했다.

이윤화 PD는 "게스트들이 1434명이라고 하더라. 어떻게 보면 많다고 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적다.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라스'를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주는 분들이 많았으면 한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릴테니 거부감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줬으면 한다"라고 바랐다.

사진= MBC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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